2014년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여러분들은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아마도 여러 일을 마무리 하시느라 분주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기년회라는 모임을 10년 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한해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기억하는 자리이죠. 망년회의 반대입니다. 이 기년회라는 모임은 제가 애자일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로젝트 회고"(Project Retrospective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입니다. 애자일에서는 실험과 반성(회고)을 통해 학습을 증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뒤돌아보다란 글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에서 이 회고 방법을 배워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회고를 하면서 타성에 젖어, 무슨 효과가 있는지,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냥 하는 분들도 꽤 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고 계시더군요. 우리가 회고를 잘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정말 다양한 회고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는 것만 50가지 정도 되는데요. 오히려 이렇게 다양한 회고 방법들 때문에 더 혼란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오늘은 연말이 가까워지기도 해서, 좋은 회고를 가려내는 법, 내가 회고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을 알려드릴까 합니다. 특히 개인 수준에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개인 수준의 회고가 주는 이득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200여건이 넘는 연구가 누적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초년생에게 자신의 괴로웠던 경험에 대해 15분 정도 글을 쓰게 하는 것을 3-4회 한 경우, 학생들은 병원에 적게 가고(정신적, 혹은 육체적 일 모두에서), 성적이 개선되며, 대인관계도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효과가 대학 생활 내내(4년) 지속되었습니다. 이 연구의 가장 권위자인 펜베이커(James Pennebaker) 교수는 한 가지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분명 회고의 이득이 있는데, 왜 개인차가 발생할까 하는 것이었죠. 왜 어떤 사람은 더 큰 이득을 얻는 반면 왜 다른 사람은 이득이 적을까 하는 것이었죠. 펜베이커는 사람들이 회고한 내용을 컴퓨터로 통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중요한 차이점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즉, 회고한 내용을 통해 이 사람이 얼마나 회고에서 이득을 얻을지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첫번째는 긍정적 감정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사람들이 회고를 하면서 긍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말을 많이 쓰면 쓸수록 그 효과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 감정에 해당하는 단어가 너무 적으면 그 효과는 사라졌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있기는 해야 한다는 것이죠. 즉, 좀 더 낙관적으로 회고하되 부정적인 사건을 인정해야 그 회고의 효과가 높다는 것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가는 것은 회고의 효과를 깎아먹습니다. 두번째는 이야기의 구성입니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를 드러내는 것이 소위 "인지적 차원"의 단어들인데, 생각하다, 깨닫다, 믿는다 등의 통찰 혹은 자기반성적 단어들과 왜냐하면, 효과, 근거 등의 인과관계 단어들이 중요했습니다. 근데, 단순히 이 인지적 차원의 단어가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고, 초반에 비해 후반에 이 단어들의 빈도가 증가한 정도가 회고의 효과를 예측했습니다. 인지적 차원의 단어가 많아진다는 것은 소위 아귀가 맞는 "스토리"가 구성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초반에는 뒤죽박죽으로 경험이 섞여있지만 점진적으로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정합적인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경우에 효과가 높았습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잘 들어맞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이야기를 과정 중에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회고 때마다 누군가가 동일 사건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한다면 그 회고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말이 되겠죠. 우리는 회고를 통해 동일 사건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세번째는 시각 변화입니다. 회고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대명사(I, 나)를 주로 쓰다가 다음번에는 다른 대명사(he, she, you, we, it)를 주로 쓰고 다시 자신을 나타내는 대명사를 많이 쓰는 식으로 전환이 반복되는 경우 더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말하자면, 시각의 전환이 일어나야 좋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의 입장에서도 사건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은 상담심리에서나 범죄심리학에서도 여러번 밝혀졌습니다. 내담자가 제3자에 대한 비난만 계속하다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이야기할 때 상담자는 그 내담자가 중요한 변화의 경계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증인 심문을 할 때에 시각 전환이 이루어지면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하고, 기억 오류가 줄어든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정리하자면 앞서의 세 가지 요소가 있는 경우 회고에서 더 많은 이득을 얻었습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회고를 이 측면에서 평가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이 세가지 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회고라면 별로 얻는 것이 없는 회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회고 방법을 바꿔야 할 것이며, 이 때 이 세 가지 면에서 풍성해지는 회고 방법인가 하고 따져보는 것이 좋은 지침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말 의미있는 회고의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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