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워도 못하는가? : 뛰어난 선생에 대한 미신
조직과 개인들 모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교육을 듣습니다. 거기에는 "아마 그만큼 효과가 있겠지" 혹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하는 기대 심리가 있겠죠. 그런데,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흥미롭게도 많은 조직에서 교육은 투입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대표적 분야입니다. 얼마나 썼냐로 얼마나 잘했냐를 본다는 건데요. 예컨대, "사장님 올해에는 저희 직원 중 몇 퍼센트가 리더십 교육을 수료했습니다" 같은 것 말이죠. 그 직원 중 몇 퍼센트가 해당 교육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었을까는 미지수입니다.

기업에서의 교육/훈련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훈련은 시간이 6개월 정도만 지나도 거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하지만 교육이 끝나는 시점에는 그렇게 생각이 안들었겠죠. 만족도도 높고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교육 만족도의 함정 참고).

왜 효과가 별로 없을까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고 블로그 글로 다루기에는 너무 큰 주제인데, 크게 보면 학습자, 교사, 교육방식과 내용, 조직환경 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교사의 요소만 보도록 하죠. 얼마전 트위터에 쓴 글인데요,

기업에서 강사를 뽑을때 얼마나 많이 아나를 주로 고려하는데 메타분석들에 따르면 교사의 주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학생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은 발달효과보다도 낮다, 2014.10.20 트위터


많은 조직들이 강사의 전문 지식 수준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어쩌면 거의 유일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요. 근데, 이것과 학생들의 성취도 간에 정말 높은 관련이 있을까요?

음의 생산성에서 언급했던 존 해티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주제에 대한 지식 수준(teacher's subject matter knowledge)은 효과 크기가 0.09에 지나지 않으며(약 100여개의 연구를 통합) 150여개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 중 꼴지에서 15등 정도 합니다(참고로 해티는 그 요인의 효과크기 중위값인 0.40에 해당하는, 66등 아래의 요소는 학생의 학업성취도 개선을 위해 권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는 말이지요.

왜 그럴까요? 물론 여기에도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만 오늘은 아는 것을 정말 가르칠 수 있는가 하는 면에 초점을 맞춰보죠.

의료계의 연구를 보면, 전문가가 특정 수술법(윤상갑상막 절개술이나 결장경 검사 같은 비교적 단순한 것에 대해서도)에 대해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신이 가진 지식(의료적 지식,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행동 단계, 의사결정 단계 등)의 70%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여러번 거듭해 나왔습니다.

탁월한 선생으로 대학병원에서 인정을 받고 모두 한 번 이상의 "탁월한 교사상" 을 받은 사람임에도 그랬고, 되도록 단계나 지식을 빠짐없이 가르쳐 주라는 특별한 주문을 했음에도 그러했습니다. 심지어는 끝나고 나서 혹시 빠트린 것이 있읍니까 하고 물어서 그걸 추가해도 여전히 70% 정도는 빠트렸습니다. 그 기술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의 30%만 가르치고 자신은 다 가르쳤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자동화입니다. 전문가가 되면 자신이 하는 것이 자동화되어서 암묵적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오히려 인식이 없어지는 것이죠.

자, 전문가가 간단한 수술을 가르칠 때에도 자신이 해당 수술에 대해 알고, 하는 것의 30%도 가르치지 못합니다. 배웠는데도 못하는 것이 좀 더 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이걸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학생과 선생, 학교 모두 가능합니다. 미 특수부대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고, 의료계에서 차츰 시도하고 있는 방법도 있고요. 이건 또 다른 주제이니 다음 번 블로그에서 이야기하고요.

선생을 고르는 입장에서는 지식이 얼마나 많냐는 것만 보지말고, 자기에 대한 메타인지(간단히 말하면 자기분석 능력과 기술)가 높은가(그리고 그걸 전달할 수 있냐)도 중요하게 봐야겠죠. 자, 이제는 여러분들이 "실전에서 오랜 경험을 한 뛰어난 강사"라는 광고를 보면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4/11/06 17:13 | 트랙백 | 핑백(6)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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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를 잘하는 방법은 별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소위 직관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 암묵지에 속합니다. 잘하려면 암묵지를 놓쳐서는 안됩니다(왜 배워도 못하는가: 뛰어난 선생에 대한 미신에서는 예컨대 윤상갑상막 절개술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해당 수술에 대한 자기 지식의 30%만 가르친다는 연구를 언급합니다). 실습/수련(pract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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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im at 2014/11/07 16:23
발달효과라는게 무엇인가요? 뇌 발달효과라는 뜻인가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4/11/07 21:21
네. 음의 생산성이라는 글 보셨나요? 거기에 설명이 되어 있는데, 발달 효과는 애를 학교를 안보내고도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똑똑해지는 효과를 말합니다. 같은 시험을 1년 전에 치고, 1년 동안 공부 따로 안시키고 집에서 놀게 한 후에 1년 후에 시험치면 점수가 오릅니다. 그런 정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발달효과보다 못하다면 예컨대 그 교육적 방법을 쓰느니 차라리 학교 안보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죠.
Commented by him at 2014/11/10 16:50
아...! 그 글을 읽었었는데도 그런 용어가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이청희 at 2014/11/18 02:23
자전거 타는 방법을 말로 배우는 것 같죠. 사실 대부분의 학습은 피드백 과정인데도 그렇습니다. 오류로부터 스스로의 행동을 정의해나가는
Commented by 이청희 at 2014/11/18 02:25
강사로부터 무언가를 깨닫는 사람들의 다수는 이미 그걸 깨닫고 있던 사람들이죠.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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