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네요. ^^; 신뢰의 가치에 대해서 최근 경영학 등에서 많은 주목을 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신뢰 자산이 높은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효율이나 생산성이 높다는 등의 연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면 관심이 가는 부분은 어떻게 신뢰를 쌓을 수 있냐는 부분이 되겠죠. 특히 애자일을 제대로 하려는 조직이라면 이미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신뢰를 쌓는 데에 널리 사용되는 한가지 방법은 투명성과 공유, 인터랙션입니다. 서로 자신이 한 작업물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인터랙션을 하는 것이죠. 조직에서의 신뢰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소통 신뢰(Communication Trust)라고 합니다(관련해서는 레이나Reina 박사 부부의 연구 참고). 상대가 자신이 가진 생각을 나에게 솔직히 말해줄 거라는 신뢰이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공유하고 소통하면 신뢰가 쌓일까요? 다음을 한번 상상해보시죠. 두 명의 디자이너가 각자 공익단체를 위한 광고를 디자인합니다. 주어진 시간(30분) 동안 개별적 디자인이 끝나면 두 사람은 한 방에 모여서 서로 디자인 공유를 하고 피드백을 나눕니다(약 10분). 그러고 각자 돌아가서 다시 자신의 최종버전이 될 광고를 새로 만듭니다. 이 최종버전은 전문가 평가나 클릭률 등을 통해 실제 성과를 측정하게 됩니다. 첫 광고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상호간의 신뢰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한 방에서 공유를 마치고 나서 다시 상호간 신뢰를 측정했습니다. 측정은 5개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으로 대부분은 SVI(Subjective Value Inventory)의 관계 항목들을 사용했습니다. 문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 문항에 7점씩 해서 최대 35점이 나올 수 있는 설문입니다. 쉽게 말해 그 사람이랑 같이 일하고 싶냐 이런 거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신뢰감이 얼마나 높아졌을까요? 여기에 대해 제가 답을 드리기 전에 한 가지 조건을 더 고려해 보죠. 이번에는 디자이너들이 같은 시간 여러개(3개)의 디자인을 만들고 그 중 자신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골라서 공유하게 했습니다. 이 경우에도 공유 전과 후에 신뢰 측정을 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어땠을까요?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두 경우 모두 공유 후에 신뢰감이 더 떨어졌습니다. 특히 첫 번째, 즉 디자인 하나만 작업하고 그걸 공유한 경우가 더 떨어졌습니다만, 두 조건 모두 신뢰감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떨어졌습니다. 공유를 해서 신뢰가 더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이 실험에서 세번째 조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번째 조건은 디자이너들이 각자 여러개의 디자인을 만들고 그걸 모두 공유한 경우였습니다. 이 때는 신뢰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실험의 세가지 조건을 이렇게 이름 붙였습니다. "하나 공유"(share one), "최고 공유"(share best), "복수 공유"(share multiple). 이 세가지 조건에 따라 공유 전후에 신뢰가 어떻게 바뀌는지 요약한 그림을 보도록 하죠. 아래 그림에서 세로축은 공유 전후 신뢰의 변화 정도를 뜻합니다. 0점이면 변화가 없는 것이죠. 양수는 공유 후에 신뢰가 증가함을, 음수는 감소함을 의미합니다. ![]() 출처: 논문 저자의 CHI2011 슬라이드 자,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하나 공유나 최고 공유가 아마 우리가 흔히 하는 공유 방식일 겁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하고 나면 신뢰가 더 떨어집니다. 신뢰면에서 보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하나 공유나 최고 공유의 경우 우리는 공유 자리에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갖고 갈겁니다. 상대가 이걸 보고 흉을 보면 어쩌지? 그리고 그 때에 어떻게 방어적으로 대응해야 할지도 생각을 대략 해두겠죠. 또 상대의 시안을 보고 솔직한 의견을 주는 것도 꺼리게 될 겁니다. 내가 한 말 듣고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그러면서 듣는 사람도, "저 사람 솔직하지 않은 것 같아"라고 느끼겠죠. 또 만에 하나 상대가 뭔가 부정적으로 들릴만한 의견을 주면 그건 곧 나의 전문성에 대한 도전이 되는 겁니다. 나의 작품이 하나 밖에 없으니 "작업물 = 나"가 되는 것이죠. 나름 방어를 해낸다고 해도 자기효능감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복수 공유는 그런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또 부정적 피드백을 수용하려는 마음도 더 많죠. 여러개를 준비했으니 그 중 하나 뭐라고 해도 나에 대한 공격은 아닌 겁니다. 또 여러개이니 상대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게 되니 말하는 사람도 편하고(이건 이 게 좋은데, 이건 이 게 안좋다는 식으로), 듣는 사람도 좋다는 이야기랑 안좋다는 이야기를 같이 들으니 마음이 좀 더 편합니다. 실제로 복수 공유의 경우, 말하는 시간 중 분당 약 12회 말을 주고 받는 반면, 하나 공유나 최선 공유는 약 9회 주고 받았습니다. 복수 공유의 경우 같은 시간 말을 해도 대화가 좀 더 상호적이었던 것이죠 -- 세 경우 모두 말하는 시간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대화에서 이렇게 턴을 주고 받는 상호성은 여러 연구에서 신뢰성의 간접 척도로 사용되곤 하는 것입니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복수 공유를 한 그룹이 자신의 디자인을 공유 후에 개선한 정도가 더 컸다는 점입니다(공유가 끝나고 최종버전을 디자인했음). 마지막으로 가장 놀라운 부분을 알려드리죠. 복수 공유를 통해 나온 디자인은 다른 두 가지 조건에 비해 전문가 평가나 노출당클릭률이 더 높았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복수 공유는 (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신뢰도 높아지고 성과도 더 좋았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복수개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이핑하고 공유했을 경우 팀의 결속이 강화되고 오너십을 느낀다는 연구는 이 외에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여러분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현실은 실험보다 훨씬 더 복잡하겠지만 분명 여기에서 어떤 힌트를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그냥 공유만 하게 한다고 신뢰가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니라는 것, 또 그렇다면 어떻게 공유하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고민해 볼 수 있겠죠. 여러분의 공유는 어떻습니까? 신뢰를 깎아먹는 공유를 하고 계신가요, 신뢰를 쌓아가는 공유를 하고 계신가요? --김창준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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