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값 안 올리기
지난 12월 7일 OKJSP 컨퍼런스에서 "몸 값 안 올리기"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 강연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옮깁니다.  말투부터 거의 실제 강의 내용 그대로를 옮기려고 해봤습니다. (편집 중입니다 ^^;) 다만 당일날 일정이 뒤로 밀려서 강의시간이 조금 짧아진 관계로 생략했던 그로이스버그의 연구 같은 부분은 이번에 채워넣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창준입니다. 저는 현재 애자일 컨설팅의 대표로 있으면서 개인과 조직이 변화하는 걸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몸 값 안 올리기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에게 50분간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왜 제목이 몸 값 안 올리기인지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또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자는 okjsp 게시판에서 고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연 아니냐 하고 의심하시던데, 이 강연은 우선적으로 피고용자를 위한 강연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제목은 좀 과장된 표현이고 다른 시각을 가져보자는 말인데 수사적으로 말을 한 번 비틀어 봤습니다. 제가 어떤 의미에서 "다른 시각"을 말하는 것인지는 제 강의를 들으시면서 차츰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씀 드리지만 저는 몸 값 올리는 것이 나쁘다, 문제있다, 혹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삶의 철학이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이 강연의 내용은 제 개인적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연구와 실험에 의해 뒷받침되는 증거가 있는 내용들입니다. 근거 자료들을 각 장표에 언급을 해두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고요. 참고로, 통계적 결과라는 것은 이런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100% 이렇다 혹은 0% 저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므로(이 강연에서 언급하는 심리학, 사회학, 경영학 연구가 대부분 이렇죠) 해석하실 때 흑백 논리의 오류에 빠지시지는 않을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 강연 내용은 나중에 제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선 왜 몸 값을 올리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해봅시다. 대부분 성공하려고 혹은 행복하려고 하는 답을 하실 것 같습니다. 뭐 그 외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겠죠. 본 강연은 경력 성공이나 행복을 목표로 생각하면서 몸 값을 올리려고 하는 분들에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은 좀 더 귀기울여 주시면 좋겠네요. 자, 그러면 여기에서 말하는 경력 성공과 행복이 어떤 성공이고 어떤 행복인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각자 생각이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경력 연구(Career Research)라고 하는 연구 분야에서는 경력 성공을 두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객관적 경력 성공주관적 경력 성공이 그것입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당사자의 의견에 상관 없이 평가할 수 있는 성공입니다. 통상 연구에서는 임금과 조직내 직위를 변수로 삼습니다. 정량적이죠. 임금이 높아지고 직위가 올라가면 객관적으로 더 성공한 겁니다. 간단하죠. 주관적 경력 성공은 개인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갑니다. 개인이 심리적으로 성공했다고 느끼는가, 혹은 직무에서 얼마나 만족하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몸 값을 올리는 부분은 객관적 경력 성공과 직결되어 있겠죠. 그럼 주관적 경력 성공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대한 답은 잠시 미뤄두죠.

잠깐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죠.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어떨까요? 연구에 따르면[1][2] 몸 값이 올라갈수록 행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으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고[0](연구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임금으로 행복의 차이의 약 5% 이내만 설명할 수 있음), 그 행복 증가 정도가 점차 줄어든다는 일종의 한계 효용 체감 법칙이 적용됩니다. 즉, 수입이 월 백만원인 사람에게 백만원 느는 것과 월 천만원인 사람에게 백만원 느는 것은 다르다는 거죠. 그래서 수입을 로그로 변환해서(즉 원래 수입에서 몇 배 늘었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연구자들도 있죠(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몸 값이 일정 숫자 이상 오르면 더 이상 행복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3]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라 다르기는 한데, 5만불에서 7.5만불 사이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할 부분은 어떤 종류의 행복이 오르지 않느냐는 것인데, 이 부분은 좀 더 후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그리고 몸 값과 행복의 관계는 개인간에서보다 국가간 비교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사람들이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이야기 합니다[4]. 그리고 돈 외에도 (혹은 돈보다도 더) 행복에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연구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관계입니다. 예컨대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 대학원의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좋은 결혼 생활이 임금이 네 배로 오르는 것에 상응하는 행복 증가를 가져다 줄 수 있고, 좋은 친구를 사귀면 급여가 세 배 오르는 효과가 있으며, 동아리에 소속되면 급여가 두 배 오르는 효과, 심지어 일년에 소풍을 세 번 가는 것으로도 급여가 10%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5].

앞에서 얘기 했던 어떤 종류의 행복이냐 하는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학자들은 행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지적 부분과 감정적 부분입니다. 인지적 부분은 "너는 자신의 삶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측정하고 감정적 부분은 "너는 어제 하루 얼마나 웃고 즐거웠고 얼마나 슬프고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았냐?"하는 질문의 답으로 측정합니다. 전자는 삶의 평가이고 후자는 감정적 웰빙입니다. 45만 개 이상의 응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3] 양자는 다른 개념이며(즉, 삶을 더 성공적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어제 감정이 더 긍정적이라고 말 못하고), 몸 값은 삶의 평가와는 관련이 있으나, 감정적 웰빙과는 큰 관련이 없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몸 값이 높아진다고 해서 하루 하루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자신의 삶을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지언정(더 명확히 말하자면, 수입이 일정 이상 오르면 감정적 웰빙은 증가하지 않고, 대신 삶의 평가는 오릅니다). 만약 자신이 몸 값을 올리려는 이유가 하루 하루 더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겠죠. (반대로, 앞에서 이야기한 소득수준이 안되는 분의 경우 몸 값이 올라가면 감정적 웰빙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사실 몸 값이 높아져서 얻는 행복감이 있기는 하지만 금새 사라져 버린다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6]. 예컨대 복권에 당첨되고 얼마만에 원래 수준의 행복감으로 돌아가느냐 같은 연구를 보면 사람들의 기대와 차이가 크죠. 이런 것을 쾌락 적응이라고 합니다. 직장 내에서 승진을 하는 등의 좋은 사건도 1년 내에 원래 수준으로 만족도가 돌아가 버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7]. 그 이유는 그 수준에 적응하면서 거기에서 욕구가 더 커지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서 몸 값이 높아져서 손해보는 면도 있습니다[8][9]. 몸 값이 오르면서 동시에 다른 것도 변하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시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고 스트레스가 커지고, 가족이나 배우자에 시간을 덜쓰게 되고 등. 그래서 정작 행복감을 높여주는 활동은 더 줄어들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학계에는 경력 성공과 개인적 실패 효과(Career Success and Personal Failure Effect)라는 말도 있습니다. 특히 객관적 경력 성공을 중요시 여기고 야망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이 효과에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는데, 그 이유는 "성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개인적 실패(더 외롭고, 더 스트레스 받고, 가족이나 친구 관계가 나빠지고 등)를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0].

자 이제 앞에서 이야기한 객관적 경력 성공과 주관적 경력 성공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일단 객관적 경력 성공에 한계가 있습니다. 약 7년 경력 이후에는 객관적 성공 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합니다(curvilinear). 아무래도 피라미드 위로 갈수록 더 좁아지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초기에 빨리 오른 사람(직위건 임금이건)일수록 후기에 둔화가 더 심합니다. 빨리 출세한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객관적 성공과 주관적 성공의 관계입니다. 1400명 가까운 전문직 종사자의 종단 연구를 통해, 객관적 성공이 주관적 성공에 영향을 별로 미치지 못하더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관적 성공은 차후 객관적 성공에 영향을 미칩니다. 쉽게 말하자면 몸 값이 오르거나 직위가 오른다고 해서 내가 주관적으로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냐가 높아지지 않지만(그러나 다른 사람과 상대 비교해서 내가 더 성공적이라고 하는 주관적 평가는 높아짐 -- 그러나 이런 요소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삶에서 불행감을 더 느낀다는 연구가 있음), 반대로 내가 주관적으로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냐가 차후에 내 임금이나 직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11].

사실 이런 주관적 성공, 즉 현재의 만족감, 행복감이 객관적 성공, 즉 임금이나 직위에 선행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이 있습니다. 긍정 심리학의 권위자인 류보머스키의 메타 분석은 225개 연구를 종합 분석했습니다. 거기에 따르면 더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이 31% 더 생산적이고, 37% 매출이 높고, 창의성이 3배 높다는 결론을 내립니다[12]. 돈 벌어서 행복해져야지 전략보다 행복해져서 돈 벌어야지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성공한 개발자와 행복한 개발자"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이 주제로 나온 Happiness Advantage라는 책도 일독을 권합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몸 값을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다들 인정하시겠지만 몸 값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회사 옮기기"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의 연구들[13]이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그로이스버그는 거의 평생을 이 주제에 대해 천착해 오고 있습니다. 일단 그는 회사를 옮겨도 사람의 퍼포먼스가 유지되는가 하는 화두를 갖고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이 "재능 이식성"(Talent Portability)이 가장 높다고 이야기되는 월가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연구했습니다. 분석가는 회사를 옮길 때에 지역적으로 거의 이동이 없고(옆 건물로 옮긴다든지) 자신의 고객이나 투자대상 기업을 가지고 옮깁니다. 분석가들의 85%가 재능 이식성이 있다고(즉 나의 성과는 회사와 독립적이다) 스스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로이스버그의 오랜 기간 연구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적어도 이직 후 5년까지는 전 직장의 퍼포먼스로 회복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성공의 원인에서 개인적 부분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인적 사회적 자원(Human, social capital)을 무시한다는 겁니다. 분석가처럼 독립적으로 일하는 듯 보이는 직업도 실은 예전 회사의 인맥과 자원에 큰 의존을 하고 있었다는 거죠. 분석가처럼 재능 이식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직업에서도 그렇다면 다른 직업은 그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그로이스버그의 결론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회사를 옮길 때에 몸 값에 집중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변수를 무시하게 된다고 합니다(앞서 이야기한 "성공에는 대가가 따르지" 같은 주문과 비슷해 보이죠). 예컨대 옮겨갈 조직의 문화 같은 것이죠. 그러면 옮겨서 제대로된 퍼포먼스를 내기가 더 어려워지고(사실 문화가 퍼포먼스를 좌우하는 부분이 매우 큽니다), 새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면 통상 그쪽 회사의 기대는 큰데(돈을 올려줬을 것이므로) 퍼포먼스가 기대보다 못하니 그 회사는 실망을 하겠죠. 게다가 동료나 상사, 부하 등의 사기가 떨어지는 효과도 관찰되었습니다. 나보다 돈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일을 잘 못하니 그럴만도 하죠. 그러면 자신은 더 압박을 받고, 위축되고, 주변의 도움도 못받고, 결과적으로 퍼포먼스가 더 떨어집니다. 그러면 그 때 또 다른 이직을 알아보려고 할 수도 있겠죠.

정리하자면, 몸 값 올리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직장 옮기기가 사실 (불행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죠. 그로이스버그의 연구에서 이런 재능 이식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안되는 것은 (내외부) 인적 사회적 관계에 더 많은 관심 노력을 기울이고 이직시 문화를 고려하고 이직할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이직하는 것 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재능 이식성을 높이는 회사의 전략(이번에 입사지원자 중 이식성이 높은 사람을 가리기, 혹은 뽑은 사람의 이식성 높여주기 등), 개인의 전략(이 회사에만 종속되지 않고 다른 회사로 옮겨도 퍼포먼스가 잘 나오게 미리 준비하는 방법, 새로운 회사에서 빨리 퍼포먼스를 내는 방법 등)이 더 있는데 이건 다른 주제이니 다음 기회에... ^^;


그래서 이 강의의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0) 몸 값이 안오르는 상황에서도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1) 몸 값 올려서 하루 하루 더 만족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전략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2) 몸 값 올리고 싶으면 몸 값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3) 몸 값 올리는 방법으로서의 이직은 위험성이 높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시간상 두 가지를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일상에서 행복감 높이기이고, 다른 하나는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입니다.

일상에서 행복감 높이기는 RCT 등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된 것 몇 가지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14].


감사일기 쓰기
남 도와주기
감사편지 쓰기 등


감사일기 쓰기는 오늘 하루 고마운 사람, 고마운 것, 고마운 일 등에 대해 일기 쓰듯이 기록하는 겁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이것 하나만 해도 행복감이 높아집니다. 남 도와주기도 어찌보면 시시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매우 강력합니다. 남이 나를 도와주는 것보다 내가 남을 도와줄 때 통상 행복감이 더 증가합니다. 남 도와주기가 자선단체에 거금을 낸다거나, 어디 봉사활동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근처에 앉아 일하는 동료 얼굴이 피곤해 보입니다. 커피 한 잔 뽑아서 가져다 주면서, "많이 힘드시죠" 하는 것도 남 도와주기입니다. 이렇게 하면 내 행복감이 증가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사편지 쓰기는 내가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간단하게 메모로 혹은 이메일로, 또는 문자나 메신저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상 세가지는 실험을 통해 행복감을 증가시킨다고 입증이 된 방법들입니다. 이런 소소한 행동들로 당장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이 들겁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무 자체랑은 괴리된 느낌이 들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잡 크래프팅을 같이 소개드립니다.

잡 크래프팅은 개인이 자신이 받은 업무를 스스로 재설계하는 걸 말합니다. 내가 직장내에서 받은 권한과 책임 내에서 사실 잘 보면 자유도가 많이 있기 때문에 재설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잡 크래프팅이 있습니다.[15]

작업 크래프팅
관계 크래프팅
인지 크래프팅


작업 크래프팅은 내 업무의 범위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블로그에 "당신이 제자리 걸음인 이유"라는 글을 썼는데 그 글의 내용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시> 관계 크래프팅은 업무하면서 만나는 사람을 내가 선택하는 겁니다. <예시> 인지 크래프팅은 자신의 일에 새로운 프레임을 씌우는 겁니다. <예시>

연구에 따르면 이런 잡 크래프팅을 통해 "개인"이 업무의 의미를 찾고 몰입감을 높이며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업무에서 작은 진척을 만드는 것이 직무 동기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라는(인센티브나 인정보다도 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16]

이제 위 결론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겠군요.

4) 일상에서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들이 있다
5) 잡 크래프팅을 통해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와 동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긴 시간 강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신가요?


[0] Diener, E., & Biswas-Diener, R. (2002). Will money increase subjective well-being? A literature review and guide to needed research. SIR, 57, 119.69.
[1] Diener, E., Sandvik, E., Seidlitz, L., & Diener, M. (1993). The relationship between income and subjective well-being: Relative or absolute? Social Indicators Research, 28, 195-223.
[2] Deaton, A. (2008). Income, health and well-being around the world.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2, 53.72.
[3] Daniel Kahneman and Angus Deaton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NAS 107 (38) 16489-16493
[4] Daniel Kahneman, Alan B. Krueger, David Schkade, Norbert Schwarz, and Arthur A. Stone (2006). Would You Be Happier If You Were Richer? A Focusing Illusion, Science 312 (5782), 1908-1910.
[5] http://chqdaily.com/2013/07/23/putnam-strongest-predictors-of-happiness-are-social-relationships/
[6] Gilbert, D. (2006). Stumbling on Happiness. New York: Knopf.
[7] Boswell, W. R., Boudreau, J. W., & Tichy, J. (2005). The relationship between employee job change and job satisfaction: the honeymoon-hangover effect,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0, 882.92.
[8] Ng, W., et al. (2008). Affluence, feelings of stress, and well-being. SIR, 57, 119.69.
[9] Qouidbach, J., et al. (2010). Money giveth, money taketh away: the dual effect of wealth on happiness. PsychScience, 21, 759.63.
[10] Abraham K. Korman, Ursula Wittig-Berman, and Dorothy Lang (1981) Career Success and Personal Failure: Alienation in Professionals and Managers, ACAD MANAGE J 24:2 342-360; Burke, R. A. and E. Deszca (1982) Career Success and Personal Failure Experiences and Type A Behaviour, Journal of Occupational Behaviour, 84:76-79.; Burke (1999) ; Bartolome and Evans (1980)
[11] Abele, A. E. and Spurk, D. (2009), How do objective and subjective career success interrelate over time?. 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82: 803–824. 
[12] Lyubomirsky, King, and Diener (2005) benefits of frequent; Staw, Sutton, Pelled (1994) Employee positive emotion and favorable outcomes at ; Diener, Nickerson, Lucas, and Sandvik (2002) Dispositional affect 
[13] Groysberg, B. Chasing Stars
[14] Nelson, Lyubomirsky (2012)
[15] Berg, Dutton, Wrzesniewski (2013)
[16] Teresa Amabile (2011) The Progress Principle

강연 후에 누가 묻더군요. 개발자 처우, 사회적 구조와 부조리 이런 부분은요? 아, 중요한 부분이죠. 제 강연에서 그런 요소를 부정하고 무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강연에서는 단지 그 부분들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저 역시 그런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개인적이고 사회적 차원에서(최근 공공정책 부분에서 긍정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점차 반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 강연 내용과 같은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함께 진행되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창준

p.s. 2014.9.14. 시간이 없는데 관련된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세요. 전문적 연구를 하지 않는 분들이 일독할만 합니다.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의 종합판은 조세프 찬슬러와 소냐 류보머스키가 공저한 다음 리뷰 논문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Money for Happiness: The Hedonic Benefits of Thrift 행복이 소득에 긍정적 요인이 된다는 것은 다음 리뷰 논문을 보시면 좋습니다. The Objective Benefits of Subjective Well-Being
by 애자일컨설팅 | 2013/12/26 19:16 | 트랙백 | 핑백(3) | 덧글(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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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값 안 올리기</a> 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셨더군요. 제목만 보고서 어쩌면 고생하시겠다 싶었는데, 다음날 부터 반응이 바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주위에 김창준님을 아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분노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ZDNet의 기사 개발자 몸값을 올리지 말자? 를 읽으신 분들 이였던 것 같습니다. 화난 분들의 논지는 아주 명확합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돈 더 받지 말라는 강의를 하다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개발자들 ... more

Linked at 블로그, 유튜브를 운영해서 광.. at 2014/07/08 12:51

...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가게 되지 않을까요? 애자일 이야기 &#8211; 몸 값 안 올리기 위 글을 읽어보시면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는데, 자신의 ... more

Linked at Idea Time : 광고수익.. at 2014/12/23 01:48

... 즐겁고 재미있지 않은 이상… 꾸준히 운영한다는것 또한 힘들것이고, 좀 더 나은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가게 되지 않을까요? 애자일 이야기 – 몸 값 안 올리기위 글을 읽어보시면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있는데, 자신의 일에 더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이 31% 더 생산적이고, 37% 매출이 높고, 창의성 ... more

Commented by 데굴데굴 at 2013/12/27 00:54
잘 보고 갑니다 ㅎ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21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박동식 at 2013/12/27 10:09
4500만원에대해 사과하실 의향은 없으신것같네요. ㅎㅎㅎ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21
ㅎㅎㅎ 누구에게 사과를 해야할까요? ^^;
Commented by 익명 at 2013/12/27 10:17
지금 각종 커뮤니티에서 강연 내용으로 욕 오지게 먹고 있는건 아시는지.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24
예. 여기 저기 경로를 통해 들었습니다. ^^; 아무래도 인터뷰 기사의 어조라든가 같은 부분이 제가 느끼기에도 아쉬움이 있네요. 그런데 또 반대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다는... ^^
Commented by 극악 at 2013/12/27 23:38
이 강연을 직접 들었는데, 정말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오해하는분들이 많은거 같더군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24
아, 그날 강연에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궁금 at 2013/12/27 23:45
대한민국이라는 개발자 상황과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개발자 상황에
본인의 논리를 모두 적용할 수 있는지.

http://www.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26203204

위 게시판에서, 이 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왜 생길까요?
대한민국이라는 맥락(context) 안에서도 5만 불이라는 수치 속에서
4인 가족을 꾸리는 인 서울의 개발자가 행복할 수 있는지.

아울러 소득이 늘어날수록 행복해진다는 이런 연구도 있는지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2772364

살펴 보셨나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9 13:06
네. 제가 블로그 글에 썼지만 통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나에게 맞냐 아니냐를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좀 무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 의도도 그것과 거리가 멀고요(다른 시각도 생각해 보자는 쪽). 또 말씀하신 대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맥락도 있고 4인 가족이라는 변수도 있을 수 있고요. 일단 제가 언급한 연구는 미국 거주자에 대한 갤럽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고 가족 숫자라든가 그런거 고려 없이 평균으로 계산해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를 주도한 카네만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제시한 (정서적) 행복이 더 이상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 상한 금액(그는 7.5만불을 제시했습니다)은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에서도 충분히 높은 상한선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http://businessjournal.gallup.com/content/150671/happiness-is-love-and-75k.aspx 사실 제 글의 논지에서 그 상한선이 구체적으로 얼마냐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돈을 더 버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

그리고 궁금님이 언급하신 연구는 잘 알고 있습니다(제가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연구한 논문만 50편이 넘습니다 ^^;). 스티븐슨과 울퍼스가 한 연구인데요, 우선 그들의 논문(Subjective Well‐Being and Income: Is There Any Evidence of Satiation?)을 직접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블로그 글에서도 밝히지만 어떤 종류의 행복이냐가 중요합니다. 그 논문에서 조사한 "행복"은 제 블로그 글에서 이야기하는 삶 전반에 대한 평가(life evaluation)였습니다. 제 글에서도 "몸 값은 삶의 평가와는 관련이 있으나", 그리고 "몸 값이 높아진다고 해서 하루 하루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자신의 삶을 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지언정"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이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의 논문에서 카네만의 연구[3]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연구는 카네만의 연구와 충돌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기사에 난 두 그래프를 자세히 보시면 왼쪽 그래프(행복은 소득순이 아니다)는 x축이 linear scale(소득이 1, 2, 3, 4로 오름)인데 반해 오른쪽 그래프(행복은 소득 순이 맞다)는 log scale(소득이 2, 4, 8, 16으로 오름)입니다(그걸 linear scale로 바꿔보면 그래프가 서로 비슷해 보입니다 -- 즉 오른쪽 그래프도 수렴하는 듯이 보입니다).
Commented by 땡초 at 2013/12/27 23:57
그래서 김창준님. 얼마 받고 싶으세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44
돈 많이 버는 거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 돈 많이 버는 것 자체로는 저도 좋죠. 거기에서 함께 생기는 문제들이 골치꺼리겠죠. 돈만 보지 말고 현재 나의 삶은 어떤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이야기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도넛 at 2013/12/27 23:59
우선 행복보다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48
아, 그런 상황에서는 돈이 중요하죠. (그래서 강연에서 수입이 무척 낮은 편이라면 수입 높이는 데 노력하면 그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는...^^;) 국가간 연구에서 수입이 아주 낮을 경우 돈이 행복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Commented by innerman at 2013/12/28 01:25
제목은 낚시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28 01:48
네. 맞습니다. 낚시입니다. ^^; 사실 강연 제목으로나 적절하지 글 제목으로는 좀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
Commented by 궁금 at 2013/12/28 11:06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달은 마지막 링크에서 언급하신 그래프,
오른쪽은 x축이 선형적이지 않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두 그래프에서 말씀하신 한계효용이 작용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차이점은 한계효용의 적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왼쪽 그래프는 각 나라의 현재 소득 수준을 비교한 정적인 상황의 행복지수입니다.
이에 반해 오른쪽 그래프는 각 나라 안에서 소득이 늘었을 때 행복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차이냐...

말씀하신 것처럼 소득이 일정부분 늘어나면 다른 것에서 만족을 찾는 게
행복이 도움이 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소득이 늘어나면 다른 만족을 찾을 가능성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게 김창준님과 제 생각과의 큰 차이인데요.
몸값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다른 쪽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몸값이 늘면(물론 몸값이 높아지기 위해서
들어가는 한계비용이 한계효용을 초과해야 하지 않겠죠),
그 소득을 통해서 또다른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것을 사용해 단순히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geek 이 스타트업으로 엄청난 돈으로
exit 하고 나서 그 돈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돈이 없을 때
못하는 것을 하고 그것에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몸값을 올려서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창준님이 말씀하신 취지에 공감하지만,
제가 반대로 제시한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소득이 늘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이상한 나라라 합니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으며, 반대로 몸 값을 올리지 말고 행복을 찾자는
것보다 오히려 몸 값을 올리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사회적 맥락에서 이야기하셨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4/07/12 02:28
> 답변 감사합니다.

우선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답하기가 훨씬 편안하네요. ^^

> 제가 달은 마지막 링크에서 언급하신 그래프,
> 오른쪽은 x축이 선형적이지 않은 건 맞습니다.
> 하지만 두 그래프에서 말씀하신 한계효용이 작용할 수 있지만,

맞습니다. X축이 로그 스케일이기 때문에 선형으로 바꾸면 수렴하는 것으로 보이게 되죠.

>
> 더 중요한 차이점은 한계효용의 적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 우선 왼쪽 그래프는 각 나라의 현재 소득 수준을 비교한 정적인 상황의 행복지수입니다.
> 이에 반해 오른쪽 그래프는 각 나라 안에서 소득이 늘었을 때 행복이 증가한다는
> 점입니다.
>

일단 독자를 호도한 기자 잘못이 큽니다. ^^; 왼쪽은 국가간 비교 연구이고 오른쪽은 국가내 비교 연구입니다(모두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만 후자는 스티븐슨, 울퍼스 연구에서 인용된 것입니다).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둘을 병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특히 오른쪽 그래프는 갤럽 세계 여론조사(Gallup World Poll) 자료를 사용한 것이고, 시계열, 종단 연구가 아닙니다. 단면 연구(Cross-sectional)입니다. 한 시점의 스냅샷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왼쪽의 "정적인" 그래프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따라서 말씀하시는 종단 연구에 비해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힘이 약한 방법입니다.

그다음 고려할 부분은 소득 증가에 따라 행복 증가가 얼마나 되냐 하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경우를 봅시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요. 연간 가계소득이 3.2만불에서 6.4만불로 두 배가 되는 경우를 보면 삶의 사다리에서 0.5칸도 올라가지 못합니다(세계평균은 약 0.2, 더 자세한 내용은 스티븐슨과 울퍼스의 논문 참고). 소득을 두 배 올리는 것이 얼마나 고생스럽고 어렵냐 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래에서 말하는 "삶의 사다리"에서 0.5칸이 내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이 국가내 연구부분은 종단 연구가 아닌지라 그만큼 확실성을 갖고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죠)

그리고 여기에서 행복은 "삶 만족도 사다리"라는 질문을 통해 측정합니다. 0점이 최악의 삶, 10점이 최고의 삶일 때 자신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합니다. 제가 글에서 이야기하는 인지적인 행복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는 인지적 행복은 소득이 오름에 따라 같이 오를 수 있지만, 감정적 행복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소득의 로그 값과 비교한다고 해도)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 이게 무슨 차이냐...
>
> 말씀하신 것처럼 소득이 일정부분 늘어나면 다른 것에서 만족을 찾는 게
> 행복이 도움이 되지만,
>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소득이 늘어나면 다른 만족을 찾을 가능성 또한
> 늘어난다는 것이죠.
>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해주셨네요. 보통 심리/경제/정책학자들은 "다른 만족을 찾을 가능성이 증가"하는 걸 "선택권이 늘어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학자들이 선택권, 자율성(autonomy)이 늘어나면 행복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또, 소득이 늘어나면 선택권이 늘어난다고 합니다(일부 학자들은 소득이 늘어나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과 자율이 증가해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면에서 수입이 평균소득에도 못미치는 사람들에게 있어 소득 수준을 높여 삶의 선택권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부분이 세 가지 있습니다.

1) 소득이 선택권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즉, 소득 외에도 선택권과 자율성이 높아지는 요소가 있을 수 있다
2) 소득이 늘어났을 때 선택권은 늘어나나 그 결과 자신의 행복을 높이는 선택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즉 "가능성"은 생기나 그 가능성을 잘 활용 못한다)
3) 소득이 늘어났을 때 선택권은 늘어나나 행복을 떨어뜨리는 요소도 같이 커져서 상쇄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서 2), 3)번은 제 글에서도 여러 논문[8][9][10]을 인용하고 있고요. 저는 특히 평균소득을 넘어서는 집단에게 있어 위 세 가지가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게 김창준님과 제 생각과의 큰 차이인데요.
> 몸값을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다른 쪽에서
>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과,
>

제 의도는 "몸 값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강한 주장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몸 값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행복을 희생하거나, 행복을 담보로 하는 걸 주의해야 한다"는 정도의 주의성 메시지 입니다.

> 반대로 몸값이 늘면(물론 몸값이 높아지기 위해서
> 들어가는 한계비용이 한계효용을 초과해야 하지 않겠죠),
> 그 소득을 통해서 또다른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지며,

앞에서 말했듯이 공감합니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을 활용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

> 이것을 사용해 단순히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보다
> 낫다는 것입니다.
>

제가 "단순히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라"는 식의 금욕주의적 이야기를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돈이 나쁜 건 아니죠.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

> 극단적인 예이지만 geek 이 스타트업으로 엄청난 돈으로
> exit 하고 나서 그 돈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돈이 없을 때
> 못하는 것을 하고 그것에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몸값을 올려서
>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

위 사례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그런데 반대 사례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엄청난 돈으로 exit하고 그 돈으로 또 더 많은 돈을 버느라 스트레스 받고 가족이나 친구와 멀어지는 경우. ^^;

> 김창준님이 말씀하신 취지에 공감하지만,
> 제가 반대로 제시한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 대한민국의 소득이 늘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 이상한 나라라 합니다.

아, 맞습니다. 스티븐슨과 울퍼스의 연구가 공격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나 헝가리 같은 소위 아웃라이어를 넣고 회귀분석을 돌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사실 한국 경우 첫번째 설문조사(1st Wave)를 했던 시기가 박정희 사망 몇 달 후부터였던지라 시기적으로 편향되었을 거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또 이스털린(Easterlin)의 최근 연구를 보면 장기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가 소득이 늘어도 행복이 크게 늘지 않습니다. 한국이 특이한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소득이 갑자기 늘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
> 이 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 있으며, 반대로 몸 값을 올리지 말고 행복을 찾자는
> 것보다 오히려 몸 값을 올리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 대해 사회적 맥락에서 이야기하셨다면 어땠을까란
> 아쉬움이 남습니다.

몸 값도 올리고 행복도 찾으면 좋죠. ^^

사회적 맥락은, 이번 강연 자체가 개인으로서의 개발자들의 "삶의 기술"에 대한 주제였기 때문에 그 부분보다 개인이 지금 당장 뭘할 수 있는가 그런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회가 되면 궁금님과 사회적 맥락에 대해 이야기해볼 자리가 있으면 좋겠네요.
Commented by 목이아파 at 2013/12/30 09:48
자리부족으로 강연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글이라도 볼 수 있게 올려주셨어 감사 드립니다.

전 이글의 핵심은 아래의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돈 벌어서 행복해져야지 전략보다 행복해져서 돈 벌어야지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연봉이 얼마니, 행복이 몇배니 하는 수치보다 - 다들 아시잖아요. 숫자는 숫자일 뿐)

다시 한번 좋은 글을 공유 해주셨어 감사합니다.

p.s 1 - 제 개인적으로는 한계효용은 한 7~8000정도 될 것 같습니다만
p.s 2 -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 디즈레일리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31 06:17
핵심을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픈 목은 좀 나으셨나요? ^^;
Commented by 아르디안 at 2013/12/30 10:24
이 글에서 가장 아쉬운점은 통계라는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면서도 그안에서 글쓴이분의 논리적 통찰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죠.
또하나의 문제점을 제시하자면 대부분의 통계들은 외국의 통계들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가치관이라던지 사회적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에요. 심리검사도구인 MBTI검사에 의하면 미국에는 NT(직관/사고) 유형의 사람이 많고,
우리나라에는 ST(감각/사고)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고 하죠. NT형이 이상적이고 자기 일에 워커홀릭적으로 몰두하는 경향이 있고 연봉, 사회적위치
같은 지표에 무심한 경향이 있는 반면 ST형의 사람들은 현실적이며 외모,학벌,연봉등의 지표에 관심이 많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죠.
이렇게 다른 성향간에 행복의 지표 또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ST유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몸값'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사회적 현실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이 글에 대한 대부분의 비판하는 분들의 생각또한 이부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과연 우리나라가
연봉 3000만원만으로 행복한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어있는가? 집값, 양육비용, 여성의 육아가능한 환경, 대학 등록금, 생활비등의 복지수준이
토대가 잘 되어잇는 선진국들에 비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가? 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만약 이런 현실적 부분이 잘 갖춰져 있다면
연봉 3000만원으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리라 생각되지만 너무나 머나먼 이야기 같군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4/07/12 02:29
외국의 통계라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는 달라"에서 빠질 수 있는 오류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일례로 드신 MBTI는 논의가 좀 벗어나긴 했는데 자의적인 해석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미국에는 NT가 많고 우리나라엔 ST가 많다는 이야기는 출처를 인용하실 수 있나요? MBTI의 판권을 가진 CPP에서 출판된 Schaubhut와 Thompson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중 ST형은 36.5%로 SF,ST,NT,NF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맞지만, 미국인 중에서는(Myers, McCaulley, Quenk, and Hammer, 1998) SF가 43.4%로 가장 많습니다. NT가 많다고 하셨는데 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미국 모두 N과 S 비율이 30:70 수준입니다(역시 미국이나 한국이나 T보다 F가 더 많습니다). 미국이 N형이 더 많을 수가 없죠. 그런데 이런 논의를 떠나서 MBTI 자체가 현대 심리학계에서 성격이론으로 비판이 많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Myers-Briggs_Type_Indicator#Criticism

그리고 연봉 3천만원은 제가 언급한 적이 없는데 어떤 맥락에서 말씀하신 건가요? 미국과 한국의 생활 여건이 다르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런데 집값, 양육비용, 여성의 육아가능한 환경, 대학 등록금, 생활비 (혹은 요즘 말 많이 나오는 의료비용)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이 돈이 덜 들고 한국이 더 많이 든다고 간단하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썩 괜찮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또 "연봉 3천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 너무나 머나먼 이야기"라는 부분은 좀 더 조심스럽게 말씀하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연봉 3천으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는 말로 들릴 수 있으니까요.

제 글의 메세지가 "적은 소득으로 행복하게 살아라"가 아님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하광성 at 2013/12/30 10:55
몇몇 분들에게는 자극적인 표현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직장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연봉보다는 행복해지는,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에 목말라하는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개발자로서 행복해질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잡크래프팅" 에 대해 좀 더 상세한 강의나 글 계획이 있으신지요? :)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31 05:19
감사합니다.

네. 강연에서 잡 크래프팅의 세가지 종류를 각기 실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했었는데요, 시간이 되면 그 내용을 여기에 추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제 글을 보시고 하광성님 같은 분들이 여러번 문의를 주셔서 별도로 블로그 글을 써볼까, 혹은 공개강의를 해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냥냥이 at 2013/12/30 10:59
"일을 쫓으면 돈이 따라온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Commented by at 2013/12/30 11:24
기사가 어떻게 나갔건 발언 당사자가 오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하는거 옳을거 같은데 그런 자세가 보이지 않는게 아쉽네요.

그리고 예전부터 궁금했던건데 김창준님은 소위 회사생활(월급받으며 매달 살아가는)이란걸 해보셨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바루먼 at 2013/12/30 12:09
생활기초대상자 가정 아이에게 넌 사실 행복한거야 통계에따르면 방글라데시인들이 한국인보다 행복하거든.. 이런말을 하면 어떤 기분이들까요? 너무나도, 현 상황을 고려하지않은 유토피아적인 글인듯.. 현IT계의 업무환경은 생활기초대상자에 필적하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31 05:17
맞습니다. 생활기초대상자에게 사실 넌 행복한거야라고 말하면 안돼죠. 사실 어느 누구에게라도 넌 사실 행복한거야, 혹은 불행한거야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 그리고 저 역시 IT 인력에게 당신들은 행복합니다, 혹은 불행합니다라고 말한 적 없고, 말할 생각도 없습니다. 근데, IT계 업무환경이 "생활기초대상자"(기초생활수급자를 말씀하시는 거죠?)에 필적한다는 말씀은 전혀 다른 이슈인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제 이야기는 유토피아적이라기보다는 디스토피아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현실적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Commented by 궁금 at 2013/12/30 23:15
답변 감사 드립니다.

논쟁이 되는 스티븐슨과 울퍼스의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In an interesting recent contribution, Kahneman and Deaton (2010) have shown that in the United States, people
earning above $75,000 do not appear to enjoy either more positive affect nor less negative affect
than those earning just below that. We are intrigued by these findings, although we conclude by
noting that they are based on very different measures of well-being, and so they are not
necessarily in tension with our results. Indeed, those authors also find no satiation point for
evaluative measures of well-being.

논문의 저자들도 7.5만불에서 소득이 늘었을 때 만족도의 변화가 없다는
카네만의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웰빙의 측정치가 자신들의 것과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고로 카네만의 연구를 부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포화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로
결과를 맺습니다.

아울러 논쟁이 되는 두 번째 그래프가 시계열 데이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것은 첫 번째 그래프와 달리 한 국가내에서 소득이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측정했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로그적으로나마 행복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그래프를 만들 때 단순한게 현재 시점에서
행복도를 물어 본 게 아니라 처음 질문에 인생을 살면서 행복한 순간과 비교해
보라는 질문도 있기 때문에, 단순 현 시점의 데이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정부분 시계열성이 약간이라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결론은

스티븐슨 연구 결과에 무게가 실리는 사람은 아마도 소득 증가가 유의미한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결론을 얻을 것이며,
반대로 카네만의 7.5만불의 결과에 무게를 실리는 사람은 김창준 님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13/12/31 05:08
> 답변 감사 드립니다.
> 논쟁이 되는 스티븐슨과 울퍼스의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In an interesting recent contribution, Kahneman and Deaton (2010) have shown that in the United States, people
> earning above $75,000 do not appear to enjoy either more positive affect nor less negative affect
> than those earning just below that. We are intrigued by these findings, although we conclude by
> noting that they are based on very different measures of well-being, and so they are not
> necessarily in tension with our results. Indeed, those authors also find no satiation point for
> evaluative measures of well-being.
> 논문의 저자들도 7.5만불에서 소득이 늘었을 때 만족도의 변화가 없다는
> 카네만의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 웰빙의 측정치가 자신들의 것과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고로 카네만의 연구를 부정하지
> 않지만, 결과적으로 카네만의 연구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포화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로
> 결과를 맺습니다.

네. 카네만의 연구에서 행복의 인지적 요소에 대한 언급입니다. 제 글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아울러 논쟁이 되는 두 번째 그래프가 시계열 데이터는 아니지만,
> 그래도 의미 있는 것은 첫 번째 그래프와 달리 한 국가내에서 소득이 다른
> 사람들을 대상으로 측정했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로그적으로나마 행복이
> 증가한다는 점이다.

네. 상관연구이고 인과연구는 아니지만 그렇게 해석 가능 합니다. (물론 반대로 행복이 증가하면 "지수적으로" 소득이 증가한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 두 번째 그래프를 만들 때 단순한게 현재 시점에서
> 행복도를 물어 본 게 아니라 처음 질문에 인생을 살면서 행복한 순간과 비교해
> 보라는 질문도 있기 때문에, 단순 현 시점의 데이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좀 더 엄격하게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을 물어본 질문은 제가 이전 댓글에서 언급한 삶의 사다리 질문이고, 이건 자신에게 가능한 최악의 삶(worst possible life)과 최상의 삶(best possible life)을 각기 0점, 10점으로 두고 그 사이에 지금 몇 점으로 보겠냐는 질문인데요, 직접적으로 과거의 행복한 순간과 비교하라(혹은 소득이 적었을 때 행복과 비교하라)는 지시가 있지 않습니다. 삶의 사다리 질문은 이 분야 연구에서 "현시점의 (인지적) 행복"을 측정할 때 대표적으로 쓰이는 척도로, 수백편의 행복 연구가 이걸 토대로 진행되었고 한 번의 측정으로 행복의 "변화"를 측정하게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 일정부분 시계열성이 약간이라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 측정이 관련된 연구에서는 다른 시점에 묻는 것(예컨대 1년 전에 한번, 그리고 1년 후에 한번)과 같은 시점에 질문을 바꿔 묻는 것(한번에 지금과 1년전을 회상해서 모두 답하게 하는 것)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보기 때문에, 설사 삶의 사다리 질문이 과거와 비교를 해서 델타치를 묻는 질문이었다고 치더라도, 시계열성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연구방법론을 뒤집어 버리는 비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제 결론은
> 스티븐슨 연구 결과에 무게가 실리는 사람은 아마도 소득 증가가 유의미한 행복으로
> 연결된다는 결론을 얻을 것이며,
> 반대로 카네만의 7.5만불의 결과에 무게를 실리는 사람은 김창준 님의 의견에
> 동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간단하게 말하면, 인생에서 "인지적 행복"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소득을 올리면 되고(그렇다고 해서 인지적 행복을 높이는 데에 소득 증가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는 아님), "감정적 행복"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그걸로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카네만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긍정적 감정(행복감, 즐거움, 웃음 등)을 경험하느냐에 영향을 미치는 면에 있어,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의 사회적 접촉 유무가 소득이 (4배) 오르는 것의 7배의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행복에 대해, 또 소득에 대해 생각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삶의 철학을 바꿀 생각은 없었습니다(가능하기나 하겠습니까?). 다만, 하루 하루 더 행복해지기 위해 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으로 현재를 담보로 사시는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다 고려해 봐라 하는 제안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7.5만불 같은 숫자나 돈에서 얻는 행복에 상한이 있냐 없냐에 민감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 부분은 제가 글에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입니다.

제 글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내가 원하는 행복과 경력성공에 여러 종류가 있으며(전반적으로 삶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는가, 매일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가, 임금과 직위가 오르는가, 업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가 등) 그런 "행복을 높이는 방법에 소득을 높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며, 더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며, 때로 소득을 올리려는 행동이 행복을 낮출 수도 있다"라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고, 이 부분은 궁금님도 동의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
Commented by ㅇㅅㅇ at 2014/01/02 13:53
그래서 본인은 4500에 맞게 받고 계십니까?
그 이상을 버시면 넘는 부분은 행복에 방해가 되니 4500미만 받는 분들께 기부하세요. 행복해지게
Commented by 이윤석 at 2014/01/02 14:58
좋은 글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정희권 at 2014/01/02 21:44
좋은 글에 거친 의견들이 맞네요. 세상을 얼마나 찌들어서 살면 저리도 삐딱할까 생각이 먼저 드네요.

소득과 행복의 기준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든 것이지만, 창준님의 글이 충분히 일리있는 말씀이라 생각 합니다.

세상살기 힘든 사람들이 남긴 팍팍한 글 때문에 좋은 글 쓰시고 의기소침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허준혁 at 2014/01/10 16:39
먼저 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지금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것은
꼭 연구사례나 인용이 있어야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반대의견이신 분들은 아마 일(직업)적 성공과 개인의 행복이라는 관점보다
물질만능주의, 황금만능주의의 현세태에 대한 반영이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을 해봅니다.
돈을 많이 가진자와 못가진자에 대한 차별 대우는 현 사회에 곳곳에 있지요.
좋은 차를 타야 대접 받고,
백화점 들어갈려고 길게 늘어선 자동차 열과 상관없이 언제나 열외의 발렛 파킹 받는 VVIP들,
심지어 은행에서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차별대우들...
이러한 차별 대우에 한번 열받은 경험들은 다들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경험을 가진 상태에서 이글을 읽으면 창준님이 말하고자 하는 논점을 놓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Commented by 임준규 at 2014/01/27 15:55
좋은 글 정말 잘봤습니다.

날카로운 댓글에도 쉽게 중심을 잃지 않으시는 모습을 유지하시는 것 같아 대단하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게 모두 달라,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이란 거의 없지만. 정말 깊게 생각해볼만 한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

저는 취미로 커플댄스를 하고 있는데, 커플댄스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잘 추고 싶어하지만 못추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포기합니다. 하지만 잘 추는 사람 대부분이 처음부터 잘 추는 사람이 아닌 오래춘 사람들입니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잘 보이는것이 중요해 즐기기 힘들고. 취미로 시작한일이 우울함이 되어 포기하게 됩니다.

어떤 것이든 그 일에 능력을 키우려면 단시간엔 힘들고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필요한데, 내 늘어나는 욕심보다 실력향상이 적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중단하게 되거나 정체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이 그 일을 정말 잘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응원 at 2014/03/23 23:20
"몸 값 안 올리기" 다른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는 글이네요.
몸값을 올리려는 이유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네요.
그리고 저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깨우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치콜라또 at 2014/04/16 12:14
우연히 자주가는 카페에서 알게되어 글들을 읽었습니다.
저도 이글을 보고 공감을 많이 받고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저도 최근 괜찮은 몸값으로 이직을 했습니다만 높아진 연봉만큼 더 행복하지는 않네요.
아마도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겠죠. 업무량, 이직한 회사의 주변환경, 파트너들 등등.
높아진 연봉만큼 본인이 감내해야 할 부분들이 커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월 수입은 증가했으나 실질적인 삶의 질(자기개발, 여가시간, 대인관계등)은 더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질만능주의 적인 시각에서는 높아진 수입에서 오는 가치(더 좋은 옷, 더 좋은 차, 더 좋은집등)가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게 과연 진정한 행복인지에 대해서는 저도 의문은 듭니다.
다시한번 이 글을 보고 앞으로의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네요.
좋은 글 정말 잘보았습니다.
Commented by 김성호 at 2015/06/21 12:49
좋은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그럴까 at 2021/02/23 23:18
https://www.pnas.org/content/118/4/e2016976118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옴.

일단 7만 5천달러이야기는 최근 다른 연구에 의하면 뻥이라고.

연봉상승에 임계점 따위는 없음. 7만 5천을 넘기고 벌면 벌수록 행복하다고 함!!

연봉상승과 웰빙(= 행복?)지수의 임계점 따위는 없으니, 지금 연봉올랐는데 불만족 스러운분은 더높은 연봉을 받지 못해서 그런거임

현금은 언제나 옳습니다 여러분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21/02/25 17:52
새로운 논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 분야의 논문들을 찾아보면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연구 하나만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새로운 논문을 읽고 기존의 수십건의 연구와 비교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주의해서 봐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수익과 행복의 관계를 볼 때 로그 스케일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즉, 연봉이 예컨대 3천만원에서 6천만원으로 오를 때만큼의 행복 증가분을 얻으려면 6천만원에서는 1억2천으로 2배가 뛰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z-score 변화량을 보면 그렇게 인상적인 차이를 만들고 있지 못합니다. 실제로 수입의 로그값과 상관관계가 아무리 높게 봐도 0.2(r=0.17 for evaluative well-being, r=0.09 for experienced well-being)가 되지 않습니다. 그 얘기는 수입의 로그값이 개인별 행복 차이(정확히는 행복의 분산)의 4%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특히 논문에서 돈과 성공을 동일시하는 사람일수록 실제 삶에서 행복을 덜 경험한다(the more people equated money and success, the lower their experienced well-being was on average)는 부분은 주목할만 합니다.
Commented by 321 at 2022/05/31 10:56
이 아티클이 커뮤니티에 큰 주기로 도는것 같은 느낌인데요. 추가 연구를 통해 업데이트 해주시면 전체 커뮤니티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Commented by at 2022/05/31 17:32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만 '몸값' 사이의 불필요한 스페이스 너무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엇...!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22/06/17 15:18
비교적 최근 논의를 담고 있는 책이면서 일반인이 읽을만한 책으로 <지적 행복론> 추천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882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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