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ärker.) --니체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컨설팅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프로젝트 실패의 요인들을 접해 왔죠. 초기에는 제 배경인 컴퓨터 공학이라는 범주 내에서만 안전하게 남아있으려고 했습니다. 개발자들하고만 얼굴을 마주하려고 했고,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선을 그어 버린 것이죠. 그랬더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정책, 전략, 때로는 인간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아 프로젝트가 실패를 하더군요. 프로젝트가 실패할 때에는 담당 영역을 가리지 않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뼈저린 반성을 해야 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열심히 해서 논문에 실리면 뭐하나, 결국 프로젝트의 실패고, 팀은 공중 분해되는 걸. 나는 너무 안전한 영역에만 숨어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실패 하나 하나가 매번 저를 더 넓게 확장시키고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또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를 하나씩 공부하고 실험하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채용이란 분야도 이렇게 접하게 된 것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제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의 전문성 연구(expertise research)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오고 있어서 두 가지를 연결하여 저 나름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출발은 이런 고민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 사람들 모아 놓고 같이 일해야 하지? 아예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들 모아서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에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채용 관련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래서 수 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채용 컨설팅도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관련 글을 몇 번 썼지요. 오늘은 채용 면접 관련하여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위 글 중 "인터뷰에서 진실을 들으려면"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으니 먼저 그 글을 읽고 나서 다음을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성공적이란?우선 성공적인 채용 면접이 뭔지 정의부터 내려봅시다. 어떤 면접이 성공적인 면접이냐. 여러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는데, 다음 몇 가지가 주요할 겁니다:
면접 오래하면 면접 잘할까?그럼 면접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면접을 잘하기 위해선 다른 여타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험이 실력으로 변하려면 피드백이 주어져야 합니다. (오래 하지만 별로 실력이 늘지 않는 비근한 예로 양치질이 있죠 -- 수십년 동안 엉터리 양치질을 해서 수천만원 치료비를 날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골프 퍼팅을 연습하는데 공이 홀에 들어가는지 확인하지 않고 1000개의 공을 쳐봐야 홀에 공 넣는 실력은 크게 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피드백이 있다 없다 뿐만 아니라 피드백이 얼마만에 주어지는가도 중요합니다. 골프공 치고 1년 후에 그 공이 들어갔다, 안 들어갔다 이야기를 해줘봐야 큰 도움이 안될 겁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면접 평가는 단순히 경험을 통해 실력이 쌓이기 힘든 기술 중 하나입니다(개발자들도 비슷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당신은 몇 년 차"라는 글을 참고하세요). 왜냐하면 내가 면접을 보고나서 그 사람과 같이 일하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설사 같이 일하게 되더라도 면접한 시점에서 한참 후에나 그 사람의 실력을 알게 되어서 면접 때에 내가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평가를 했는지 등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며, 또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런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면접 기술을 높이기 위한 분석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면접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동을 기록하고 나중에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들을 학계에서, 또 몇몇 회사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 진행해 왔습니다. 단기간에 면접 실력을 높이려면 이런 연구결과를 참고하고 연습을 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AC2 코칭에서도 면접을 채용이나 코칭의 핵심적 도구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면접 관련해서 교육을 듣거나 컨설팅을 받거나, 혹은 회사의 과거 기록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들을 쓸 수 있겠습니다. 전통적 면접다음 질문들을 한 번 보시죠.
채용면접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비구조적 면접이 실제 이 사람을 뽑았을 때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타당성"(validity)의 면에서 거의 상관성 0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심지어 음의 상관성, 즉, 이런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오히려 성과가 낮은 경우를 보이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이런 비구조적 질문을 애용하는 면접자들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편향이 있어서, "나는 사람 알아보는 눈은 있다니까"하는 착각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잘못 뽑아서 형편없는 성과를 보이거나 한 사람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 버리거나, 순전히 그 사람의 실수로 돌려버리기도 합니다. 한번 상상해 보시죠.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지원자가 답을 했습니다. 이로부터 이 사람의 어떤 역량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까? 물론, 위에 나열한 질문들의 응답으로부터 지원자에 대한 진실되고 유용한 정보를 못 얻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신 면접자가 더 노련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런 전통적 면접의 타당성이 낮은 이유 몇 가지를 뽑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적 면접이런 편향을 피하기 위해 개발된 면접이 구조적 면접(structured interview)입니다. 구조적 면접에서 구조적이란 다음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를 미리 표준화하는 것입니다. 이 구조적 면접의 타당성(성과를 예측하는 정도)은 높습니다. 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투자 대비 수익면에서 효과적인 평가 방법이라고 할 만합니다. 특히 작업 샘플(실제 일을 일부 시켜보는 것)과 함께 하면 타당성은 매우 높아집니다. 하지만 이 구조적 면접이 많이 활용되고 있지는 못한데 그 이유는 면접자들이 자신의 자유권이 줄어든다고 느껴서 거부하고, 미리 면접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 합격자에게서 요구되는 역량이 불분명한 경우 미리 질문을 뽑는 것이 쉽지 않고 좀 더 "탐색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탐침 질문이런 저항과 약점을 피하기 위해 준구조적(semi-structured) 면접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준구조적 면접을 추천합니다). 준구조적 면접에서는 구조적 질문 이외에 탐침 질문(probing question -- 감춰진 사실, 추가적 정보 등을 얻기 위해 좀 더 파고 들어가는 추가적 질문)을 허용합니다.조금 더 뒤에 설명할 미리 정해둔, 그리고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하게 물어볼 표준적 질문을 하고 얻은 답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때 추가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탐침 질문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적 질문그럼 이제 구조적 질문 이야기를 해보죠.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습니다:
전통적 질문의 비효과적인 질문의 예로 들었던, "훌륭한 팀원의 구성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같은 경우, 행동 설명 질문으로 바꾼다면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팀웍을 통해 일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본인은 그 때 그런 팀웍이 되도록 어떤 기여를 했습니까?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혹은, "훌륭한 팀원의 구성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답이 나오면 바로 다음에 이어서, "그런 요소를 본인이 실천했던 경험담을 말씀해 주세요"라고 추가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행동 설명 질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앞에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진실을 들으려면"을 참고하세요) 상황 질문은 앞서 말한 약점들(지원자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지원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답이 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상황이 되도록 구체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답도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내일 오전까지 팀장에게 보고해야할 일이 있는데 오늘 밤에 친구와 약속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같은 질문보다, "현재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정리해서 내일 오전까지 팀장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했는데, 그 일을 깜빡하고 퇴근시간인 6시가 되었습니다. 7시반에 친한 친구랑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같은 질문이 좋습니다. 지원자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나마) 더 자신의 현실 행동에 가까운 답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더 확실한 것은 "그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그 때 어떤 선택을 했습니까?"가 되겠지만요. 하지만 이 사람이 해당 경험이 별로 없을 경우, 그나마 비슷한 경험을 물어보고 그것도 없으면 상황 질문을 써야 합니다. 잘만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이고 놀랄 정도로 밀도 높고 사실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오디션도 이런 상황 질문의 변주로 볼 수 있는데, 구조적 면접의 질문보다도 더 강력한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질문만 뽑는다고 다가 아닙니다. 답을 어떻게 평가할까도 미리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원자의 가능한 응답들을 미리 예상하여 뽑은 다음, 각각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사전에 의논하고 정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시그널, 혹은 증거(evidence)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지원자의 리더십을 평가하기로 했다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어떤 시그널들이 발견되면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를 미리 정리해 둡니다. 예를 들면:
참고서적서점에 가면 채용 면접 관련 책들이 참 많습니다만, 모 정치인 말처럼, 그거 내가 좀 해봐서 아는데 뭐가 좋더라는 식의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책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건 아니고 한계를 알고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두 권의 책은 비교적 객관적이고 증거 기반 하에 쓰여졌습니다:
공공연한 비결?마지막으로 제목으로 돌아가 봅시다. "성공적인 채용 면접의 공공연한 비결"입니다. 어떤 면접 방식이 효과적인지, 비효과적인지 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연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사실을 알거나, 혹은 실천하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결"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음번 면접 때 이 방법을 사용해 보셔서 공공연한 비결이 더 이상 비결이 되지 않도록 동참해 보시면 어떨까요? (단순하게 경력 몇 년차냐로 개발자가 판가름 나는 것이나, 얼마나 말을 잘하냐로 정치인이 뽑히는 것 등이 너무 답답하거든요)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면접 때 묻는 질문을 하나씩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지원자의 답을 들어보면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질문을 바꾸는 것만으로 지원자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질테고, 어떤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출발하냐에 따라 성공확률이 엄청나게 좌우될테니까요. --김창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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