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병저는 2000년경부터 본의 아니게 컨설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애자일의 협력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라는 가치가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인 회고를 통해 참가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개선 목표를 세우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워크샵을 하거나 컨설팅을 하면 제가 어떤 목표를 주입하기보다 팀원들 스스로가 목표를 세우는 쪽으로 유도를 했죠.그래서 제 컨설팅에서 참가자들이 목표를 어떻게 세우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사람들이 세운 목표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한 배를 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협력과 공생의 노력을 한다"는 식입니다(실제로 유사한 목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런 목표의 약점은 행동으로 옮기기(actionable) 힘들다는 점이죠. 소위 말하는 "말로만 병"에 빠지기 쉽습니다. "여러부운~, 어쩌구 저쩌구 합시다!"/"말로만?" 많은 조직들이 이런 말로만 목표를 직원들의 머리에 집어넣으려고 하죠. 테스트 가능성그래서 저는 테스트 가능한가(testability)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에서 사용자 스토리를 정할 때 "테스트"를 정의할 수 있느냐로 스토리가 제대로 뽑혔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목표 설정에 확장한 것이죠. 테스트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통과하려면 객관적으로 특정 시점에 테스트가 통과하냐 아니냐의 예스/노를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한 배를 타고 어쩌고" 목표는 특정 시점에 객관적으로 완료 되었다 아니다를 가르기가 쉽지 않죠. 그럼 이 목표는 잘 표현된 목표가 아닌 겁니다.이런 가이드를 해드리니 사람들이, 예컨대 "아무개 아무개는 다음 일주일간 하루에 한 시간씩 짝 프로그래밍을 한다"식의 좀 더 행동 가능한 목표를 뽑기 시작하더군요. 영리한 목표!그러다가 SMART라는 기준을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등의 목표를 세울 때 사용하는 기준이죠. 이 SMART는 굉장히 널리 퍼져있어서 접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여러가지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이런 SMART 기준을 만족시키는 목표를 "똑똑한 목표"(SMART goals)라고 합니다. 뭔가 착 맞아 떨어지죠. "테스트 가능하다"는 외우기 쉽고 적용할 때도 한 가지 기준만 확인하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SMART는 뭔가 있어 보이고(풀어서 할 말이 많습니다) 널리 퍼져있어서 좀 더 권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SMART를 설명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테스트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더이상 "한 배를 타고 어쩌고"하는 이야기는 나오질 않았죠. 이건 아니야하지만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SMART를 통해 목표를 도출하면 제가 어떤 경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건 아닌데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던 겁니다. 분명 SMART는 제대로 만족하는 듯 보였지만 "아니다"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예를 들면 팀원들이 회고에서 "다음주까지 가습기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라는 개선 목표를 냅니다. 그거 하나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거 하나만 나왔다는 겁니다. 다른 목표는 없고, 좀 더 내봐라 해도 "옷걸이가 X개 더 있으면 좋겠어요" 같은 목표만 나옵니다. SMART로 보면 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충분히 구체적입니다. 가습기가 몇 개 있으면 좋겠다는 측정 가능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팀장이 어떻게 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입니다.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니 적절하고 현실적이죠. 또 다음주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으므로 기한도 있습니다. 근데, 이건 아니야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 팀에서는 자발적인 의견을 내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하는 것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 겁니다. 특히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에 관련해서는 말이죠. 다 변죽만 울리고 있다 이겁니다. 제 나름의 "좋은 목표"에 대한 직관적인 기준에는 SMART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거나, 혹은 SMART가 아닌 뭔가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목표 세우기를 하거나, 교육을 할 때 요런 목표를 세워봐라 하고 직접적으로 가이드를 추가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스스로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나중에(최근 몇 년 전) 인지 작업 분석(Cognitive Task Analysis)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절절하게 와닿았습니다. 제가 빙산의 90%는 가르치고 있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어쨌건, SMART로 목표 기준을 세우라고 가르쳐주다가 어느날 새로운 놈을 만나게 됩니다. EXACT한 목표?캐롤 윌슨(Carol Wilson)이 쓴 Best Practice in Performance Coaching이라는 책입니다. 캐롤은 이 책에서 SMART보다 EXACT라는 목표 기준을 추천합니다. 추천사를 써준, 비즈니스 코칭의 선구자 존 휘트모어(John Whitmore) 역시 SMART가 남용되고 있고 불완전하다고 하며 EXACT를 추천했습니다. EXACT를 보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맞어!
EXciting긍정적이고 영감을 주는 목표여야 합니다. 뭔가 촛점이 있어야 하고(너무 여러가지 섞여 있으면 집중이 어렵죠) 간명해야지 EXciting하기 쉽습니다. 목표를 생각할 때 기분이 좋아지고 정말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더 이상 X랑 안싸웠으면 좋겠다"는 부정적인 목표입니다(뭐를 안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므로). 대신 X랑 어떤 관계를 갖고 싶은지를 생각해서 긍정적인 목표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루어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때 가슴이 뛰고 몸에 에너지가 흘러야 합니다.AssessableSMART의 "측정 가능"(Measurable)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 약간 다릅니다. 일단 Assessable은 Measurable과 비슷하게 뭔가 측정할 수 있는 걸 말합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정량적이고 정확한 측정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됐는지 안됐는지 여부만 확인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이 때 몇 가지 주의점을 알려드리죠. 보통은 목적지보다는 경로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출 증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찾아낸다" 같은 목표는 경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매출을 두 배 올린다"가 이 기준에는 더 적합하죠. 목적지가 드러나니까요. 또, "회의에서 멋진 발표를 한다"라는 목표를 생각한다면, 그런 발표를 통해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합니다. (예를 들면 자신의 제안이 채택되는 것이라든지) 이런 목표를 생각하기 어려울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더 할 수 있습니다:
몇몇 목표는 감정적, 정신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이런 Assessable 요소를 포함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면 다음 질문들을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허리를 2인치 줄인다"라는 목표가 표면적으로는 Assessable해보이니까 좋은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당사자에게 흥분과 열정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특히요. 밥도 적게 먹어야 되고, 힘든 운동도 해야될 것 같고, 목표만 생각하면 걱정이 드는 겁니다. 그런 경우, 목표를 "이번 크리스마스 모임에서 예전 원피스를 입고 좌중을 압도하겠다"로 바꾸면(마침 그 원피스 사이즈가 현재 허리보다 2인치 작다면) 훨씬 좋아지겠죠. 최고상태를 상상하니까 기분도 좋아지고, Assessable하기도 하니까요(원피스를 입을 수 있거나 없거나). 어쨌건 핵심은 앞서의 EXciting과 함께, 본인을 긍정적으로 자극해줄 수 있는 목표여야 하고 달성된 상태의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는 겁니다(그림이 나오면 동기도 강해지겠죠). Challenging자신이 하기 쉬운 것보다 도전적인 목표를 삼으라는 말입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보세요.
Time-framed이 요소는 SMART의 T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10년 후에 어쩌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좀 더 인간적인 목표 기준EXACT를 보면서 느낀 점은, 제가 갖고 있는 "좋은 목표" 기준은 SMART보다는 EXACT에 가까운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EX와 C라는 요소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SMART는 어떤 면에서 상당히 구시대적입니다. 인간적인 요소, 즉 감정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또 목표가 굉장히 구체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폭포수 모형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반면 EXACT는 인간의 감정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의사결정과 동기에는 인간의 논리적 이성보다 감성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최근 인지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 결과 밝혀지게 되었죠. SMART는 목표가 충분히 예리하고 뽀쪽하기만 하다면 사람들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테일러주의의 냄새가 납니다. EXACT는 뭔가 어설프고 두리뭉실해 보일 수 있지만 훨씬 인간적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고려했다고 할까요.EXACT가 SMART보다 효과적이라는 증거를 몇 가지 소개드리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몇 가지 증거1980년대에 5년에 걸쳐 수 백명의 인터뷰를 통한, 조직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좀 더 유용한 제품을 만들거나 하는 등의 좀 더 "감정적인 목표"들이 "X 개월 내에 ROE를 15% 개선한다" 같은 재무적 목표보다 더 성공적이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리더십 IQ라는 연구/교육 기관은 최근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표 수립 과정과 성과의 관계를 연구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단계적 다중 회귀(stepwise multiple regression)를 통해 사람들이 탁월한 성취를 보일 수 있는 목표의 특징을 찾았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큰 것부터 8가지 요소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서 EXACT의 특정 요소와 비슷하다고 생각드는 항목에는 해당 요소를 표시했습니다. 좀 애매한 것은 그대로 놔두었구요. SMART만으로는 중요한 부분들이 커버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상관성 분석을 해본 결과, 목표 설정 과정에 SMART를 사용하는지 여부는 직원이 뛰어난 성취를 하는지 여부와 상관성이 없었습니다. 또 "내 목표는 현재 나의 기술과 지식으로 달성 가능하다"는 항목 역시 성취도와는 상관성이 없었고요. 어떻게 보면 현재 획득 가능한 목표를 이야기하는 SMART와는 정반대지요. 목표 달성을 위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히고 자신의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도전이 있어야 사람들이 뛰어난 성취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그 목표를 생각했을 때 가슴이 뛰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상식적이기도 한데, 통계적 결과도 이에 일치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위 요소들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들은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도 높았습니다. 참고로 직원 몰입은 이 조직을 일하기에 정말 좋은 일터(great place for people to work)로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으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EXACT한 목표를 세우면 성취도도 높고 직원 몰입도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EXACT한 목표를 세웠는지 쉽게 확인하는 팁을 하나 알려드립니다. 목표를 세운 후에 얼굴에 화색이 돌고 목소리가 밝아지고 몸짓에 힘이 들어가고 행동의지가 강해진 듯(아, 빨리 뭐 해보고 싶다는 느낌) 보이면 잘 된 겁니다.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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