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의 오역 몇가지
지난번 글(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에서도 언급을 했던 아웃라이어라는 말콤 글래드웰이 쓴 책의 오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예전에도 오역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죠).

저는 책 나온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 아마존에 주문을 걸어놓고 있다가 출간되지 마자 원서를 받아서 갖고 있었는데 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번역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책을 막상 읽어보니 이건 좀 아닌데 하는 부분이 있어 원문과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제가 발견한 오역 중에 두어 부분만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역 (p.56)원문 (p.40)

... 그것은 바로 1만 시간이다.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

...: ten thousand hours.

"The emerging picture from such studies is that the thousand hours of practice is required to achieve the level of mastery associated with being a world-class expert -- in anything," writes the neurologist Daniel Levitin. "In study after study, of composers, basketball players, ..., master criminals, and what have you, this number comes up again and again. ...

"다니엘 레비틴은 ... 연구결과를 내놓았다"라고 의역을 하면서 마치 레비틴이 직접 연구를 했고 그 결과를 발표한 듯이 번역이 되어 있는데 원문은 그냥 writes the neurologist Daniel Levitin이라고 합니다. 즉,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은 ... 라고 (자신의 책에) 썼다"로 번역해야 합니다. 레비틴이 그런 연구를 모두 할 깜냥이 되지는 못하거든요. 335쪽 주석에서도 나오지만 여기서 썼다는 것은 그 사람의 책 "This Is Your Brain on Music"에 썼다는 겁니다. 레비틴은 그 책에서 에릭손 등의 연구와 그 연구에서 인용하는 다른 연구들을 재인용한 겁니다.



번역 (pp.109~110)원문 (p.90)

사회학자 피티림 소로킨(Ptirim Sorokin)의 비판은 한 줄기 영감을 던져준다. 그는 터먼이 IQ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위로 선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더라도 그가 심혈을 기울여 선별한 천재집단과 별다른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로킨은 "아무리 애써서 어떠한 기준을 적용해도 '어린 천재 집단'은 결국 다른 집단과 차이가 없고, 뛰어나지도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터먼은 <천재 유전학> 제4권을 낼 때, 실망을 넘어서는 어조로 착잡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천재들은 천재로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처럼 지능과 성취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었다."

In a devastating critique, the sociologist Pitirim Sorokin once showed that if Terman had simply put together a randomly selected group of children from the same kinds of family backgrounds as the Termites -- and dispensed with IQs altogether -- he would have ended up with a group doing almost as many impressive things as his painstakingly selected group of geniuses. "By no stretch of the imagination or of standards of genius," Sorokin concluded, "is the 'gifted group' as a whole 'gifted.'" By the time Terman came out with his fourth volume of Genetic Studies of Genius, the word "genius" had all but vanished. "We have seen," Terman concluded, with more than a touch of disappointedment, "that intellect and achievement are far from perfectly correlated."


여기에는 지적할만한 부분이 몇 가지 됩니다(Pitirim을 Ptirim으로 오기한 것 외에).
  1. "...비판은 한 줄기 영감을 던져준다"는 "In a devastating critique"에 대한 번역인 것 같습니다. devasting의 정의를 영영사전(3번 정의)에서 한 번 보시죠. sharply critical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줄기 영감을 던져준다"보다는 "날카로운 비판을 했다" 정도로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정도는 번역자의 취향으로 봐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2. "IQ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위로 선정한 아이들을 대상으로"라는 번역에서 "from the same kinds of family backgrounds as the Termites"의 의미가 완전히 빠져있습니다. 즉, "터마이트들과 똑같은 종류의 가족 배경을 가진 아이들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아이들"이라고 번역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소로킨은 그냥 무작위로 뽑지 않고 터마이트와 같은 가족 배경(즉,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을 가진 아이들에서 무작위로 뽑아야 한다고 한 것이기 때문이죠.
  3. "'어린 천재 집단'은 결국 다른 집단과 차이가 없고, 뛰어나지도 않다"는 "... is the 'gifted group' as a whole 'gifted"의 번역인데, as a whole이 빠졌고 gifted의 댓구가 죽었습니다. 즉, "'어린 천재 집단'은 전부 다 '천재'라고 할 수 없다"로 번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4. "실제로 천재들은 천재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the word "genius" had all but vanished."의 번역 같은데, 번역자가 마치 그 말을 터먼이 한 것처럼 인용문 속에 옮겨버렸습니다. 터먼은 그런 말을 안했습니다. 그 원문은, 터먼이 천재 유전학 4권에서 다음 부분을 이야기할 때 "천재"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았다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글래드웰의 뜻은, 터만 스스로도 그 아이들을 모두 천재라고 하기가 좀 애매했다 이 말이죠.
  5. "우리가 본 것처럼 지능과 성취도 사이에는 그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었다"는 "intellect and achievement are far from perfectly correlated"의 번역입니다(터먼의 책 352쪽에 나오죠)만 과장된 번역입니다. 정확한 의미는, 지성과 성취도 간에 완벽한 상관성이 있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터먼은 30년 간의 연구를 통해 지성(지능)이 성취도에서 일부분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성격, 작업에 대한 헌신 등)는 결론을 내린 것이지, 지성(지능)과 성취도에 아무 상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은 아닙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9/03/26 14:49 | 트랙백(1)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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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kimty8073's .. at 2009/03/27 16:09

제목 : 솔리드원의 생각
아웃라이어 오역이 있는 부분. 첫번째야 그렇다 치더라도 두번째는 맥락이 바뀌는 구나.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유지할 뻔 했네…...more

Linked at 애자일 이야기 : 아웃라이어 .. at 2009/03/31 16:43

... 이 블로그에서 말콤 글래드웰의 &lt;아웃라이어&gt;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했습니다(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 &lt;아웃라이어&gt;의 오역 몇가지). 또 관련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쓰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거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의 조선일보 인터뷰를 봤는데 거기서 동의하기 힘든 이야기를 ...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오늘의 오역계.. at 2009/10/23 00:10

... y님) ★그래도 우리 딸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청룡하안사녀님) ★다른 게임의 오역이야기도 해 볼까요.. (청룡하안사녀님) ★꼼꼼한 번역 (애자일컨설팅님) ★의 오역 몇가지 (애자일컨설팅님) ★오역 논란의 한 가지 사례 (로쟈님) ★마르크스주의 이후의 마르크스주의 - 자크 데리다 (정윤수님) ★오역. 계몽의 변증법, 눈사태, 우둔함 ... more

Commented by 여형사 at 2009/03/26 15:42
번역본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런 오역이 있었네요. 좋은 포스트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노정태 at 2009/03/26 16:21
안녕하세요. <아웃라이어> 번역자 노정태입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출판사와 연락하여 해당 부분에 대한 반영 여부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왕 번역에 대해 대화가 나온 김에, 김창준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 어휘 선택이 있습니다.
Time sharing machine에 대한 공식적인 역어가 어떻게 되나요?
검색을 하고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지만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해 직역하였습니다.
혹시 그 단어에 대한 공식적인 번역어를 알고 계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역시 반영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9/03/26 19:24
안녕하세요. 번역자분께서 직접 찾아오시게 될 줄은 몰랐네요. 번역해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time-sharing은 통상 전산학에서 시분할, 시분할 방식 등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C%8B%9C%EB%B6%84%ED%95%A0_%EC%8B%9C%EC%8A%A4%ED%85%9C 참고)

그리고 외국인 이름 표기에 대해 의견이 있습니다. Anders Ericsson을 "안데르스 에릭손"으로 표기하셨는데, 스웨덴 사람인 점을 고려하면 "안데쉬 에릭손"으로 표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류형석 at 2009/04/08 01:51
번역자님의 겸손함과 오픈마인드(?)에 크게 놀라,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블로거님의 지적도 정말인지 놀랍지만, 번역자님의 겸손함 또한 아릅답습니다.
저도 부족한 실력으로 한두번의 번역에 도전해 봤지만, 보고 또 봐도 계속 수정할 거리들이 나오더군요.
두분 너무 멋집니다.
Commented by exedra at 2009/03/27 15:12
위 재능과 성취도 사이의 상관 관계 부분은 정말 조심하셨어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상관 관계가 있다를 없다로 바꿔버렸으니...
이런 작은 잘못이 확대 재생산 되면서 근거 없는 이론을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
Commented by sunnyboy at 2009/03/28 08:13
김창준님 대단하십니다. 독서량도 많으시지만..
이렇게 직접 오역까지 확인하시다니..
영어가 짧은 저로서는 짧은 시간에 번역하시는 분들도 항상 감사하고요.
Commented by 번욕 at 2009/04/12 17:20
훌륭한 지적....

다른데도 이상한 번역이 여러군데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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