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도입에 대한 팀장과 사장의 대화
얼마전에 문의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팀장과 사장이 애자일 도입에 대한 대화를 할 경우 이런 대화가 될 것 같다 하고 보내주셨는데, 제가 보기에 나름 개연성도 있고 또 중요한 이슈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서 제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구체적 대화 내용은 제 나름대로 꾸며보았습니다.

사장 : 김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팀장 : 네. 저희 팀에 애자일을 도입하고 싶습니다. 허락을 받으러 왔습니다.
사장 : 애자일이 뭔가요?
팀장 :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입니다. 어쩌구 저쩌구...(대략  5분이 흐름)
사장 :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는 잘 못알아 먹겠는데...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팀장 : 네.
사장 : 애자일을 쓰면 제품 출시일을 앞당길 수 있나요?
팀장 :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장 : 그럼 애자일을 도입하면 이미 잡혀있는 출시일에 맞출 수 있나요?
팀장 : 그것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사장 : 그럼 언제로 약속할 수 있나요?
팀장 : 매월 출시일을 예측하고 다달이 정확해집니다. 지금은 어떤 약속을 할 수는 없습니다.
사장 : 네? 그럼 애자일에 대한 경험은 있나요?
팀장 : 개인적인 경험은 있지만 팀 전체에 적용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사장 : 경험도 없고, 출시일을 앞당기지도 못하고, 약속할 수도 없으면 뭐하러 하나요? 자꾸 뭐 새로운 거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이나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 그다지 생산적인 대화가 아닙니다. 사장이나 팀장이나 모두 대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사장은 그대로라고 치고, 팀장이 대화법을 바꾼다고 가정해 보죠. 중요한 포인트들은 강조를 해보았습니다.

사장 : 김팀장님, 무슨 일이세요?
팀장 : 네. 저희 팀에 애자일을 도입해서 거시기를 개선하고 싶은데 사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장 : 애자일이 뭔가요?
팀장 :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이런 이런 점이 주요 차이점인데, 우리 팀에 도입하면 이런 저런 효과(사장님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한 말)가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장 : 오, 그런가요? 그럼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팀장 : 네.
사장 : 애자일을 쓰면 제품 출시일을 정확히 맞추거나, 아니면 더 앞당길 수 있나요?
팀장 : 보장은 없습니다만, 저는 장기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사장 : 우리가 비즈니스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확실성입니다.
팀장 : 사실 현재 저희 팀이 일하는 걸 보면 굉장히 불확실합니다(몇가지 데이터를 제공할 수도 있음). 애자일은 예측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애자일 도입 후에는 실제 돌아가는 시스템과 기능에 대한 테스트에 의거 좀 더 정확한 진척 상황을 매달 보고드릴 수 있습니다.
사장 : 그건 좋겠구만. 근데 애자일에 대한 경험은 있나요?
팀장 : 아닙니다. 개인적 시도는 있었지만 팀 수준에서 도입은 처음입니다. 저희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다른 여러 기법과 도구들처럼 성공사례도 있고 실패사례도 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확신은 못합니다. 그래서 실험이 필요합니다. 물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장 : 실험할 여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성공입니다.
팀장 :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없으면 지난 몇 년과 똑같은 수준을 맴돌거나 더 수준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현재 팀원들도 모두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사장 : 네. 그럼 애자일을 도입하면 뭘 약속할 수 있나요?
팀장 : 성공하냐는 것은 제가 보장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이 시도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점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간략히 실행 계획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 보시겠습니까? (준비해온 프린트물을 건넨다)
사장 : 흠...
팀장 : 우선은 6개월간만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 6개월의 목표는 "어쩌구 저쩌구"로 잡았습니다. 현재 이 목표에 대한 우리 팀의 수준은 "얼씨구나"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에 "어쩌구 저쩌구"를 "어쭈구리" 수준으로 달성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에 대한 세부 실행 목표는 뭐, 뭐, 뭐입니다. 각각의 현재 진척 상황을 매달 사장님께 직접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애자일의 공식적 도입 여부는 6개월 후 평가에서 결정했으면 합니다. 아예 도입하지 말자란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사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에는 팀장이 그대로고 사장이 대화법을 바꾸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본적으로는 위 대화에서 팀장이 한 말들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해서 일종의 코칭을 하는 겁니다.

사장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하면 좋을 겁니다:
  • 익숙하지도 못해, 목표 출시일을 땡기지도 못해, 그렇다고 목표 출시일을 약속하지도 못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에 반해 김팀장은 어떤 이득을 기대하나요?
  • 현재 김팀장 팀의 수준은 어떠한가요?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요?
  • 그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한 다른 옵션들은 무엇인가요? 또 뭐가 있을까요? 왜 그것은 버리고 이걸 택했나요?
  • 사람들의 의지는 어떠한가요? 하려는 사람이 많은가요,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하려는 사람의 주요 동기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반대하는 사람의 주요 이유는?
  • 이 시도가 성공하려면 저로부터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요?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 가시적 결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요? 언제까지요? 구체적 행동계획은 있는가요? 저는 얼마에 한 번 씩 무슨 보고를 받을 수 있는가요?

--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9/01/21 18:20 | 트랙백(3)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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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otwm at 2009/02/18 14:21

제목 : 애자일 도입에 대한 팀장과 사장의 대화
애자일 도입에 대한 팀장과 사장의 대화 대화하는 사람이 충분이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게 이야기 해야 한다....more

Commented by 신현석 at 2009/01/21 19:33
애자일을 웹표준으로 바꿔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 같네요. 웹표준을 홍보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들이 사람들이 이상적인 측면으로 너무 접근하다보니 결과나 부작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번째 팀장과 같은 결과를 얻고 실망하게 되죠. 애자일이나 웹표준이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최종욱 at 2009/01/21 19:39
'방법론'을 파는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오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더랍니다. 컨설턴트(혹은 에반젤리스트)들이 와서 멋진 제품과 홍보로 관리층을 구워삶죠. 이러저러하게 적용할 수 있고 그러저러한 효과가 있답니다. 그런데 정작 와서 가르치는 사람들은 레거시 시스템은 고사하고 업무도 제대로 이해 못해요. 왜냐하면 필드에서 별로 안 뛰어봤거든요. 그래서 별 성과가 없어요. 밑에 직원들은 그냥 또 이상한 삽질하나보다- 하고 넘어가면서 오히려 방법론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비용 낭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요한 건 조직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필요한 만큼의 처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Commented by 델피니 at 2009/01/21 23:22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ㅎ 역시 윗분들에게는..-_-ㅋ
Commented by 가로 at 2009/01/22 00:19
깔끔한 코칭대화 모델이군요 미래지향적이고 상대방의 순수의도를 잘 파악하려는 대화!
저역시 코치로서 이런대화를 하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아직 한참 신입이기에 힘을 내고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피드백!! 피드백!!을 외치는 저를 바라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at 2009/01/22 09:53
대화의 테크닉...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항상 노력하지만 왜 잘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나, 대처법에 대한 감이 아직 없는 거 같아요.
Commented by 이상훈 at 2009/01/22 13:25
대화 방법 보다는 대화하기 전에 사장과 논의할 '준비'가 우선이군요.
Commented by 헝그리맨 at 2009/01/23 08:0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상대방이 원하는게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화하는게 중요하군요~
Commented by proxima at 2009/01/24 00:06
팀장의 문제는 대화법이라기 보다는 도입의 목적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게 더 문제이지 않을까요?
방법론 도입의 목적과 목표를 경영진의 입장에서 명확히 한다면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9/01/24 00:40
핵심이 나의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고 상대가 관심있어 하는 것 혹은 걱정하는 것을 커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대화법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바뀐) 팀장의 대화는 몇 가지 변화요소가 겹쳐 있어서 "대화법"의 변화라고만 하기에는 애매하긴 합니다.
Commented by 하나 at 2009/01/24 23:45
대화법--->방법론!!!?--->개괄해서 얘기하면 그본질과 핵심을 파악하는것이 중점에 둬야하는데 방금전 제가 대답하는것과 같이 많은 분들은 대화는 아주긴시간2시간?정도라할까요? 이렇게 진척하다가는 우선위에 정한 <방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가끔>---><연속>되지요...^*^!!!~~~
Commented by 황상철 at 2009/02/03 02:33
직접 화법을 사용하니 더 와 닿는군요. 좋은 참고가 될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라면 팀원들이 많이 배운다는 것보다는 비용대비 효과나 작은 성공등으로 약을 팔겠습니다. ^^
Commented by 지나가던 작곡가 at 2009/03/10 06:47
사장의 개선된 질문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저 정도면 모범 사장이구만요. 대개 행동이나 결정의 동기가
무의식적이거나 심리적인 원인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 했을 때, 그걸 인식이라도 해서 '이런가요? 저런가요?'
분명히 물어볼 수 있다면 고맙죠.

그런게 아니라 연애하듯 하나하나 짚어주고 설득하고 한다면 사실 사원>사장. 즉 자리 바꿔도 되는 건데 그런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서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hhh8947 at 2009/07/24 13:32
좋은글들이 많아서 몇개 퍼갑니다..

물런 출처는 표기하구여..''
특히 '애자일 도입에 대한 팀장과 사장의 대화'글이 너무 좋군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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