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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이자람의 사천가 공연을 봤습니다.
![]() 사진 출처는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 난 이자람에게 뒷통수를 얻어 맞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톡톡히 당했습니다. 나는 이자람의 존재를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아주 예전에 들었던 예솔이가 이자람인지 연결도 흐릿했고, 그 예솔이가 국악을 했는지, 또 국악 뮤지컬 극단 활동을 했는지, 나아가 내가 몇 번 들렸던 카페 빵에서 밴드 공연을 하는지는 전혀 몰랐고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이자람 공연이 좋다는 이야기를 몇 몇 독립적 경로를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공연인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고, 더 자세히 알아볼 생각도 없었죠.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번 사천가 공연 예매를 덥석 해버렸습니다(고마워 퍼키군). 그냥 뭐랄까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판소리 공연이려니 했습니다. 젊은 친구가 하는 판소리 공연. 제가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판소리는 안숙선 명창이 부른 것이었습니다. 그때 온 몸의 털이 곧추서는 경험을 했습니다(이런 경험은 이생강 명인의 피리 소리를 코 앞에서 직접 들었을 때 다시 하게 됩니다). "소리"의 에너지가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절절히 느끼게 되었죠. 벌써 10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왜일까요. 그 때 이후로 판소리를 찾아서 들은 적은 드물었습니다. 저는 뮤지컬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 뮤지컬을 보고나면 주변사람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곤 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서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야? 왜 우리나라 배우들이 노랑색 가발을 뒤집어 쓰고 얼굴에 숯검댕이를 뭍이고 나와서 왜 뉴욕과 LA를 노래하는 거지? 왜 남의 이야기를 빌어다가 해야만 해? 판소리랑 교감하기가 어려워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판소리가 무서워서였을까요. 이자람의 공연에서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냥 젊은 사람의 판소리일 것이다라는 기대를 완전히 져버렸습니다. 조명, 의상, 악기, 조연 배우들과 그들의 몸짓, 무대의 입체적 사용, 이야기 소재 등등 여러면에서 새로웠습니다. 그러면서도 판소리의 문법들을 나름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욱 오묘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자람의 사천가는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였습니다. 아,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 이런 것이로구나.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런 원초적인 재미가 있는 거로구나 하는 걸 제대로 느끼게 해줬습니다.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하고 있다니 말이죠. 가락과 음률이, 노랫말이 흥겹고 맛깔스럽고 또 애잔했습니다. 내 감정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강한 인상을 받았기에 공연 후 이자람의 뒷조사를 좀 했습니다. 인터뷰랑 기사들을 몇 개 읽어봤죠. 아, 가슴에 뜨거운 뭔가가 확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속 시원했습니다. 또 뜨거웠습니다. 전통과 새로움이 이렇게 화해되는 장면에 맞장구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고전의 형태를 답습하지 그 정신을 살려내지 못합니다. 이자람은 그 반대를 해내고 있습니다. 나는 이자람이 박물관에서 화석화된 동물을 우리 옆에서 깡총 깡총 뛰어다니게 해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하고 소통하는 재주가 있는 예술가 같은데, 앞으로가 무척 기대됩니다. 이번 공연이 더 오래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말이죠. 나는 이자람이 오래 갔으면 또 그 정신이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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