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이야기 : 프로그래밍의 달인이 되려는 사람을 위한 책과 영화

프로그래밍의 달인이 되려는 사람을 위한 책과 영화

전설적인 개발자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굉장히 허탈한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들은 개발자이기 이전에 지식노동자이고, 전문가이며, 아버지이고 딸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망한 답변을 들은 인터뷰어는 수식어를 하나 붙여서 다시 묻습는다.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컴퓨터 책은 무엇인가요?"

메일링 리스트나 공동체 웹사이트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개발자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는 비컴퓨터 서적들이 꽤 있습니다. 주로 괴델, 에셔, 바흐(번역서있음, 비컴퓨터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뭐함) 같은 대중 교양 과학 서적이 많기는 하지만, The Elements of Style(작문, 이 책과 프로그래밍의 연관성에 대한 글 참고)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동화), The Timeless Way of Building(건축),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철학 소설, 원문, 번역서도 있는데 절판되지 않았을런지) 같이 엉뚱해 보이는 분야의 책도 많습니다. 대부분 프로그래머들에게 베스트셀러이기 이전에 일반인들에게 베스트셀러였던 책들이죠.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IBM에서 프로그래밍 코스의 교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어)

제랄드 와인버그(Gerald Weinberg)의 인터뷰를 보면, 앞에 들었던 예와는 다르지만 역시 실망하는 인터뷰어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책은 무엇인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랑 거울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 코스에서 이 책들을 교과서로 쓴 적이 많습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비프로그래밍 책은 무엇인가요?

상동.

튜링상의 첫번째 수상자였던 앨런 펄리스는 재미있는 명언을 많이 남겼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비전문가를 위한 최고의 프로그래밍 서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하지만 그건 그 책이 비전문가에게 어떤 것에 대해서도 최고의 서적이기 때문이다.

비프로그래머에게 도움이 되는 책 중에 분명히 프로그래머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 있고, 반대로 프로그래머에게 도움이 되는 책 중에 비프로그래머에게 도움이 되는 책도 있습니다. 그 책의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죠.

오늘 소개할 책과 영화는 프로그래밍의 달인이 되려는 사람을 위한 것인데, 사실 어떤 것에 대해서건 달인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모두 도움이 됩니다.

달인 (Mastery)

먼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뉴스에 신간 소식으로 소개되었는데, "달인"이라는 책입니다. 아직 이 책이 없는 서점이 많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알라딘)

번역은 강유원씨가 하셨습니다. 강유원씨는 자기계발 서적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번역하다니?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역자가 후기에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원서(Mastery)로 읽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이 얇팍한 책(역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원서는 작고 얇습니다) 한권을 늘 들고다니면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제 책은 누렇게 빛이 바래있죠.

저자는 아이키도의 고수인데, 아이키도를 통해 얻은 깨달음, 수련의 길에서 얻은 교훈 등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다섯가지 열쇠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우리말 번역은 강유원씨의 것을 빌린 것인데, 원서로 읽을 때랑 상당히 이질적이라 낯선 느낌입니다).

스승을 만나라 (Instruction)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Practice)
기꺼이 복종하라 (Surrender)
마음에 달렸다 (Intentionality)
한계를 넘어서라 (The Edge)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수련"(Practice)의 즐거움입니다. 규칙적으로 수련을 하고, 내 몸을 갈고 닦는 것에서 오는 안정감, 성취감 등이 큰 만족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을 읽던 당시에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여러분들이 모르던 것을 배우게 될 확률은 10%도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수나 달인이 되는 비책을 기대하셨다가는 실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마음에 힘이 붙고, 몸이 훈훈해 집니다. 그래서 이 책을 여러번 거듭해 읽나 봅니다.

평화로운 전사 (Peaceful Warrior)

이번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작년에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봤습니다. 비행기에서 보여주는 영화들이 다 시시하거나 이미 본 것들이라서 뭐 색다른 거 없을까 하고 메뉴 탐색을 한동안 하다가 뭐랄까 인디 영화스러운 영화를 찾았습니다. 아, 그런데 이 놈이 핵폭탄급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비행기가 시끄럽고 자막도 없고 해서 몇 몇 대사를 놓치긴 했지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래머라면 꼭 봐야할 영화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옆자리의 사람들에게 바로 이 영화를 권했습니다(그리곤 아무도 안 본 것으로 기억함).

(이미지 출처: 아마존)

다음은 예고편입니다.

국내에 개봉이 될 것 같지는 않고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방법은 DVD를 구매하거나 유료 다운로드를 받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존에서 판매 중입니다. 작년에 비행기에서 보고 꽤 오랫 동안 고대했는데 올 6월달에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Way of the Peaceful Warrior"라는 책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책은 댄 밀먼이라는 전직 체조선수의 성장 이야기인데, 주인공과 작가의 이름이 같습니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서 약간을 각색한 소설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책도 사봤지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국내 번역판도 있습니다. 93년도에 "평화의 전사"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는데, 재고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말에 재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평화로운 전사"입니다.

(이미지 출처: 알라딘)

영화에서 주인공은 전도유망한 체조선수였는데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서 다리가 산산조각이 납니다. 그러다가 소크라테스라는 사람을 통해 재기에 성공하고 여러가지 깨우침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작가 댄 밀먼은 트램폴린 세계 챔피언이었고, 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서 넓적다리뼈가 조각나고, 또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여정 자체를 즐기는 것의 중요함, 일상생활에서의 수련 등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영화 대사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하나만 인용하겠습니다. 대사에서 소크라테스(Socrates)는 댄을 가르치는 자동차 수리공이고, 댄(Dan)은 체조선수입니다.

Socrates: Slow down. You might taste something.
소크라테스: 천천히 먹어라. 뭔가 맛을 느낄 거다.

Dan: You sure got a lot of rules about stuff, don't you?
댄: 정말 갖가지 규칙이 있으시군요?

Socrates: Not rules. Things I've learned from my own life experience. That's why I'd say your eating is sloppy.
소크라테스: 규칙이 아니지. 내 삶의 경험에서 내가 배운 것들이다. 그래서 네가 먹는 것이 서투르다고 하는 거야.

Dan: Who cares?
댄: 무슨 상관이에요.

Socrates: You do. That's the difference between us, Dan. You practice gymnastics. I practice everything.
소크라테스: 니가 상관이 있지. 바로 그게 너와 나의 차이점이다. 너는 기계체조를 수련한다. 나는 모든 것을 수련한다.

(번역과 강조는 김창준)

Mastery(달인, 번역서는 아직 못봤으므로 함부로 추천할 수는 없고)라는 책과 Peaceful Warrior라는 영화를 강추합니다. 프로그래밍의 달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건, 이 책과 영화가 어떤 것에건 달인이 되는 데에 추천할만하기 때문입니다.

--김창준

# by 애자일컨설팅 | 2007/09/17 11:36 | 트랙백(10) | 핑백(8)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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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하늘의 제단 : 달인 at 2009/01/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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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놀았다고 판단할 것인가? 감시받는 느낌이 든다귀찮은 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모든 것을 수련하자 (틱낫한스님의 마인드풀니스, 평화로운 전사)수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일정의 압박, 여러 프로젝트의 동시 진행급할때는 테스트는 나중에 하라고 해 놓고는 나중에 문제 생기니까 문책 받았다.일정 준수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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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 Log 평화로운 전사 January 12 0 Comments Category: Life Log http://www.yes24.com/24/goods/2655406 김창준님 블로그에서 알게 된 책. 며칠전에 독후감을 올린 시크릿을 읽고나서 생각이나서 다시 꺼내봤다. 가볍게 줄 친 부분만 읽어보려고 했는데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다시 정독을 ... more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9/17 12:47

[달인]도 [앨리스]도 꼭 읽어봐야겠군요.

Commented by hardrage at 2007/09/17 13:18

이와 유사한 글을 몇년적에도 봤는데
그래서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봤는데 이상하게 저는 도통 느낌이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엔 주석이 달린 "거울 나라 앨리스"도 좀 보고 있는데
이 또한 감흥이 별로 않오네요.
원서를 봐야하는가 보군요.
저두 스승 호은 조언자을 만나고 싶어요.
삶에 대해서에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Commented by 정의의소 at 2007/09/17 13:36

현재 진행하는 업무에 올인?하다 보니 수련의 즐거움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회사 생활도 그리 재미난 일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업무와 개인 수련을 병행해서 진행하니 업무도 즐겁고 수련도 즐겁네요.
가정에 좀 더 충실해야겠지만요...^^;

Commented by 조동환 at 2007/09/17 18:11

다음은 그냥 제 추측입니다. 89년인가 이산수학(Discrete Mathematics)를 들을 때 명제(Proposition)와 논리(Logic)를 배우면서 text로 alice in wonderland의 인용 글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쓴 기억이 있습니다. 즉, 의미적이나 문학적으로는 nonsense에 가까운 문장인데 그것을 기호로 치환해서 보면 always true가 되는 문장들이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업에 치이던 학생들사이에 음모론이 퍼졌던 기억이... (그 소설의 모든 문장은 결국 true이다라는 비현실적인...)

그것말고도 수학적 퍼즐이나 극한등의 개념도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hardrage at 2007/09/17 19:40

아 하나 기억났습니다.

Alice's advanture in wonderland
Was it cat I saw?
거꾸로 단어를 배열해도 was It cat i saW?

이것 말고 숨어있는 거 끄집어 내 주실분...
극한이라

Commented by 고이고이 at 2007/09/17 19:58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정말 읽어야 할 책인것 같습니다. 바로 자르겠습니다. 이럴땐 지름신이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neolith at 2007/09/17 22:11

Was it cat I saw? 를 거꾸로 배열하면
was it act i saw 입니다.

Commented by 어노니 at 2007/09/17 22:35

앨리스가 서양권에서는 여러 곳에 인용되는 불후의 명작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어로 즐겼을 때의 경우인 듯 하구요. 여러가지 다양한 언어적 유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번역본으로는 그 의미가 사라져 버리죠. 프로그래머가 읽어야 할 책이라곤 하지만, 비서양권인 우리나라 사람들(저 포함)에게는 문화도 다르고 하기 때문에 별로 와닿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Han Sanghu at 2007/09/17 23:01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고나면 한 번 읽어봐야겠군요.
앨리스는 원서로 봐볼까나? ㅎㅎ

Commented by toro at 2007/09/17 23:53

was it a cat i saw? 일 거 같네요.

Commented by 시중 at 2007/09/18 00:10

정보보안 수업을 들으면서 교재에 등장인물로 alice가 등장해서 저자가 왜 얘를 등장시켰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의문에 답을 본 것 같네요^^;

Commented by 백승우 at 2007/09/18 00:19

그러고보니.. 저도 어느 책에선가 앨리스를 본적이..
뜬금없이 왜 앨리스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Commented by 천재태지서주영 at 2007/09/18 07:25

alice and bob ^^

Commented by hardrage at 2007/09/18 08:30

Was it a cat I saw? 맞습니다. a를 빠트렸네요.

Commented by kabbala at 2007/09/18 18:08

달인이 아닌 사람이 달인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기성 at 2007/09/18 18:28

늘 구경만 하다가 간만에 댓글을 달아봅니다.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Mastery"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책을 추천합니다.

제목 - "Zen in the Martial Arts"
저자 - Joe Hyams
우리나라에는 "나를 이기는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1989)

Commented by 기성 at 2007/09/18 18:44

추가로 댓글을 달아봅니다.
영화 공유 사이트 등에서 "Peaceful Warrior"로 검색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

Commented by 수연아빠 at 2007/09/19 06:49

창준님 글을 보고 서점으로 바로 달려갔더니, '달인' 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9월 10일에 초판 발행한 따끈한 책입니다.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있더군요. 보고 싶은 책은 바로 사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서... ^^;
앉은 자리에서 3시간 만에 다 읽었는데, 다시 한번 음미해 가면서 다시 읽어 보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달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한 가정의 가장, 조직을 이끄는 리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참 좋은 책입니다.
Peaceful Warrior 영화를 먼저 보고 '달인' 이라는 책을 봤는데, 신기한 것은 Peaceful Warrior 와 어쩌면 저렇게 통하는 부분이 많을까 라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서 딱 한줄만 밑줄을 친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내용이 마음에 와닿지만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서 특별히 머리를 관통하는 뭔가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괴테는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건, 무엇을 꿈꾸건, 일단 그것을 시작해야 한다. 무모함은 천재, 능력 마술을 가지고 있다"
책과 비디오를 소개시켜 주신 창준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Commented by ladyhawke at 2007/09/19 23:52

한국의 위키위키 열린 세미나에서 언급하셨던 '아이키도'와 '수파리'가 이 '달인'과 관계가 있었던거군요. 5년전 일이 아직 어제 같습니다.

Commented by picxenk at 2007/09/21 10:45

Peaceful Warrior 재밌게 봤습니다. :)

Commented by Mini at 2007/09/27 02:28

The Elements of Style 은 작고 가벼워 계속 휴대하고 다니는데, 잘 안꺼내 보게 되네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한구절 씩 읽고 음미하면 참 좋은 책일 것 같은데, 지하철을 안타니. 차 시동을 걸기전에 한문장씩 읽는 Practice 를 시도해 보아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루시앨 at 2007/10/14 00:24

좋은 책과 영화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enamu at 2007/11/22 23:38

오늘에야 샀어요. 소개해주신 책들 중 3권: 달인, 평화로운 전사, 그리고 앨리스.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아주 많은 걸 배우고 있어 항상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DevSketch at 2009/08/24 12:39

평화로운전사 잘 봤습니다. 정말 좋은 영화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소개해주신 책들도 꼭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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