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의 근본
얼마전에 프로그래머의 위기지학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오늘은 위인지학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대학 후배들을 위해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잘하려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봐야 된다고 하지만, 숙제 외에 도대체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것인지 몰라 헤매고 있는 후배가 있는 것 같아 쓴 글입니다.

그 글에서는 대략 네 개의 단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것,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가까운 것(위기지학)을 만들라고 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타인을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은 타인"들"을 위한 것입니다.

세번째와 네번째는 모두 (위기지학에 기반한) 위인지학으로 묶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16일에 우연히 TV에서 아주 독특한 발명가를 봤습니다. <한중일 소문난 저녁>이라는 프로그램인데 한중일 삼국의 독특한 문화, 사람을 소개하는 가벼운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입니다. 그날은 유머 바이러스(다시 보기 가능)가 주제였습니다. 눈으로 붓글씨를 하는 사람이 소개되고, 다음으로 닥터 나카마쓰(Dr. NakaMats)라는 발명가가 나왔습니다. 대단치 않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건성으로 보고 있었는데 아! 영원히 잊지 못할 말을 들었습니다.

우선 닥터 나카마쓰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는 PingMag)

 

네. 이분입니다(전 이 사진만 보면 유쾌해집니다). 닥터 나카마쓰가 처음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그마치, 플로피 디스크, 하드 디스크, CD, MD, 디지털 시계 등을 포함합니다. 전세계에서 IBM과 가장 많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있는 개인이라고 합니다. 에디슨은 평생 1093개의 발명을 했다는데 이분은 방송에서 말씀하시길 지난 주에 3333번째 발명을 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PingMag을 참고하세요.

카메라가 이분의 작업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신기한 발명품들을 비추면서 지나가는데, 나이 든 여성분의 커다란 흑백 사진이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닥터 나카마쓰의 어머니이신 듯 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발명 인생 시작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간장을 작은 그릇으로 옮기는데 너무 어려워 하시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위해 간장 펌프를 발명했다고 합니다. 일명 자바라 펌프.


(출처는 상동) 



여러분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이 펌프가 닥터 나카마쓰의 발명품인줄은 정말 모르셨을 겁니다. 그가 중 2 때 발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눈에는 약간의 물기가 젖어 있더군요.

"발명의 근본은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죠. 이 (펌프의) 경우,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자,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자는 마음이 작용했죠.

"유머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보는 프로그램 치고는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 가슴 한켠에서 뭔가가 울컥 북바쳐 오더군요. 방송에서는 뭔가 사기스러운 분위기로 보여지긴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이 말만큼은 정말 진실된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TV 방송을 보자 마자 이분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분이 저술한 책 두 권이 마침 번역된 것이 있어서 구해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시 무엇을 프로그래밍할 것인가와, 남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면,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프로그래밍의 근본은 사랑입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7/03/21 02:54 | 트랙백(3)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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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ZIGBEE at 2007/03/21 03:16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포스트군요. 사랑. 참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위인지학 또한 좋은 말이네요..
이것저것 전공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 파이썬을 접해보고 있는데요, 파이썬을 이용해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요즘 나가서 사먹으려면 시간도 뺏기고 복잡한 이유로 동아리방에서 배달시켜 먹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학교주위 식당들의 전화번호와, 각 메뉴들의 가격/사진/맛평가를 등록할 수 있고 별 점수를 매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려 하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께는 죄송하지만, 주문했다가는 굉장히 낭패보는 음식들이 있어서요..하하

비단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의 근본은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
Commented by 심우곤 at 2007/03/21 07:51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접한 첫 글에서.. 훈훈한 감동이 느껴지네요.

윗 분이 말씀하신대로.. "모든 공부의 근본은 사랑" 이 아닐까요~
업무도 마찬가지고요~ 개발, 검증, 기획.. :)
Commented by elixir at 2007/03/21 08:53
세상 모든 일의 근본은 사랑인 것 같네요.
Commented by 폐인의속도 at 2007/03/21 09:43
아이고... 정말 맞는거 같습니다.
그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철학, 과학, 수학,
발명이나 프로그래밍은 물론 모든 것들에서 사랑이 느껴집니다.
비약하자면 이게 다 '인류애'라고나 할까요...
Commented by 미친과학자 at 2007/03/21 09:55
사랑은 지구를 구한다!!.....입니까...;;;
Commented by windzetz at 2007/03/21 10:40
멋진 글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네요.
Commented by 김홍석 at 2007/03/21 10:52
Dr. 나카마쓰씨가 제가 아는 그분이 맞는 지 모르겠네요..
소개를 보면 맞는 것 같은데요..
플로피 디스크의 개발자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1994년도인가 95년도에
세계 발명왕상을 타셨을 겁니다.

발명작품은 영구기관(!)
열역학 법칙에 의해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영구기관을 만들어 상을 타셨습니다.

물론 열역학 법칙을 초월한 장치가 아니었구요..
빅뱅시 발생한 우주전파를 동력으로 바늘을 돌아가게 만들었더군요..
에너지를 창조하는 장치는 아니었지만
말 그대로 별도의 에너지 공급 없이 계속 돌아갈 장치였습니다.

실용성있는 장치는 아니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모험심과 상상력에
무척 감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이지홍 at 2007/03/21 10:56
음... 정말 좋은 내용 항상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세형 at 2007/03/21 12:13
그렇군요;; "자 이제 연습좀 해볼까?" 라고 생각하면 막상 "그런데 뭘만들지?"
예전에 구인광고에서 "특정인(애인, 부모님 등)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 중 " 이란 문구를 봤을 때, 타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곤 그저 논문을 써준것 뿐이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사랑이 부족했군요;
Commented by 레인블루 at 2007/03/21 12:36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함만 느낄뿐이지만.. 일신우일신 해야죠. ^^
Commented by 하루하루 at 2007/03/21 14:02
깊은 감명을 받고 갑니다.
Commented by snowflower at 2007/03/21 14:28
좋은 이야기를 들었네요. ^_^ 듣기만 하지말고 실천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Commented by mrkiss at 2007/03/21 16:56
정말 훌륭한이야깁니다.

발명은 누군가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군가가 남이 될때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되고
자신이 될 때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자 말씀하신 '위기지학'도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누군가가 필요로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도 않을 기술적인 완성도나 성능에 매달리는 기획이나 프로그래밍은 아니라는 것으로 통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Hani at 2007/03/21 23:31
사랑, 느낌이 좋습니다.
Commented by 트래핑 at 2007/03/22 11:51
멋진 사람이네요...
Commented by likejazz at 2007/03/23 01:04
훌륭한 분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분이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몇가지는 그의 주장일뿐이고 실제 증거가 없습니다. 그 중 하나는 플로피 디스크인데 http://en.wikipedia.org/wiki/Floppy_disk#_note-2 이외에도 그가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하드디스크, CD, MD 등에서도 이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Commented by 갑자기 at 2007/03/25 22:13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도스시절의 MDir이란 프로그램도 제작자 최정한씨의 여자친구가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해서 만들어준거라죠?
그나저나 최정한씨는 더이상 프로그래머로 활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WinM(Mdir의 윈도우버전)이 지속적으로 버전업되었다면 Windows commander에 버금가는 유틸리티가 될 수 있었을까요?
Commented by francisca at 2007/03/29 02:46
닥터 나카마쓰의 발명이야기 참 아름답습니다. 김창준님, 아름다운 글, 감사드립니다. 사고의 틀을 형성할 수 있는 주춧돌, 사랑에의 관심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글 속에서 제가 그만 오타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눈에 들어와서 말씀드립니다. Dr. Nakamatsu 아닌가 해서요. 철자 'u'가...?)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7/03/29 14:45
[francisca님] Dr. NakaMats라는 영문 표기는 (대소문자 구분까지 포함해서) 나카마쓰 자신이 만든 공식적 표기입니다. 외국인이 쉽게 읽고 발음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정했다고 합니다. 나카마쓰씨 집 대문에 보면 커다랗게 Dr. NakaMats라고 글자가 걸려있기도 하더군요.
Commented by francisca at 2007/03/30 00:21
아, 그랬군요. 몰랐던 사실을 배운다는 것 = 행복. :-) 친절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r.NakaMats.Com 사이트가 있더군요. 플라잉 슈즈에 관한 정보도 읽어 보았지요. 외근길에 활용해보고파서 강한 구매 욕구를 느꼈으나... 참았습니다. 닥터 나카마쓰 연구소의 분위기가 자못 궁금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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