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논리
지난 글에서 우리나라의 년간 노동 시간이 OECD 국가 중 최고인 것을 봤습니다. 이 상황을 문제로 보는 것에 대해 이런 반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충분히 부유하지 못하다. 그래서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질 수 없다. 따라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강자의 논리가 갖는 위험성을 다분히 포함합니다.

데이타에 대한 유튜브(youtube)로 불리는 Swivel을 이용해서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세로축은 년간 노동 시간(출처)이고 가로축은 구매력 기준 일인당 GDP(출처) 입니다.

workhour by gdp

눈에 띄는 것이 있나요? 점 하나가 무리 밖에 튀어나와 있지요(y값이 2400에 가까운 점)? 대한민국입니다. 비슷한 수준의 GDP를 갖는 국가들에 비해 노동 시간은 훨씬 많습니다. 통계에서는 특이점(outlier)이라고 합니다. 무리 밖에(out) 있는(lie) 놈(-er)이라는 뜻이지요.

영웅이 잔인하게 죽인 놈이 알고보니 다행히도 나쁜 놈이어서 별 고민 안해도 되는 경우인데 만약 우리나라가 저 무리 속에 줄 맞춰 적당히 위치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고민의 시작입니다. 그래 우리는 GDP가 이 수준이니까 많이 일하는 것이 당연해라고 말해야 할까요? GDP가 낮으면 오래 일하는 것이 정당화 되는 것일까요? GDP가 낮은 국가는 오래 일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좋은 방법일까요?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7/03/14 04:31 | 트랙백(2)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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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rian's Blog at 2007/03/15 01:44

제목 : 이렇게 많이 일해서 대체 뭐하지?
강자의 논리 일은 열나게 많이 하는데, 구매력은 별로 높지도 않구만 대체 뭐때문에 저리 많이 일하는걸까? 은하계라도 정복할려구 그러나......more

Tracked from 休園錄 : 쉴만한 숲에.. at 2007/03/17 00:24

제목 : 실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일을 하자면...
이런 통계를 볼때마다 늘 한마디씩 하지요...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먼저 큰 틀을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잡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아니 저부터도 , 일이 얼마쯤 되야 끝이 날지를 생각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요. 좀 고전적이긴 하지만 Six Sigma에서도 제일 먼저 그리고 오래 하는 일은 '문제의 원인이 되는 X가 무엇이냐'를 정의하는 일입니다. 원인을 모르고선 해법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Software역시 이 '원인'이 바로 할 일이고 개......more

Commented by 세라비 at 2007/03/14 05:27
저 자료에 따르면, 노동 시간당 생산율(1인당 GDP/Workhour) 다시 말해 노동 효율은 낮은 축에 들지만, 가장 낮은 것은 아니군요. 더 낮거나 비슷한 국가들이 대략 6개국이나 되는데도 대한민국보다 노동 시간이 긴 국가는 없군요.
Commented by object at 2007/03/14 05:52
닭과 계란과 같은 문제로 보이네요. "선진국이 되었으니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인지 아니면 "노동시간을 줄이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라는지... 쉬운 문제는 아니군요. 북유럽의 국가들은 적은 인구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많은 분들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죠. 앞으로도 그럴 것이구요. 어쨌든 너무 과도한 노동시간은 오히려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트래핑 at 2007/03/14 10:05
전 노동시간의 길이가 후진국이라거나, 노동의 착취라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긴시간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제가 일하는 게임쪽은 그런 면에서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밀리네스 at 2007/03/14 10:23
긴 노동시간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의 희생을요구하기 때문에 노동의 착취가 맞다고 봅니다.
프로그래머도 저녁에 식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자기발전을 위한 시간을 가질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Commented by 아사라뵤 at 2007/03/14 10:31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한 문제이겠지요.

아마도 선진국에서는 노동의 질을 높이고 시간을 줄인 것이 아닌 가 싶은데,
그걸 못 따라가고 있는게 아닐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지런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닌 거 같고,
(지금도 자발적으로 밤새는 저 많은 지식 노동자들을 보라 )
질적으로 높은 노동이 큰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듯.
Commented by 레인블루 at 2007/03/14 10:38
아무래도 저역시 노동시간의 질보단 양으로 승부하는 마인드가 문제라고 봅니다. 시간과 관계없이 성과대로 평가한다면 더 합리적으로 변할텐데요..
Commented by 유동민 at 2007/03/14 11:19
이번주 월요일 우현이 '일'에관한 책 3가지를 가지고 대담을 하는 프로를 보았습니다.
http://www.kbs.co.kr/1tv/sisa/book/vod/1443246_16507.html

평소에도 느끼고 있었지만, '일'의 재발견, 재정의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일' 자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보니,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는 있고,
좋은 방법을 잘 모르겠으니 열심히 많은시간을 들이는게 일을 잘하는 것과 동일시 하는것도 같습니다.
Commented by 스너프킨 at 2007/03/14 11:34
노동의 질이 문제라는데 한표입니다. 출근카드에 찍힌 시간이 지식노동자와 대량생산 공장노동자에게 같은 의미일 순 없지 싶습니다. 책상에 죽치고 있는 기획자에게 나가서 영화라도 보거나 산책이라도 하라고 다그쳤다는 일본 게임회사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
Commented by Andrew at 2007/03/14 12:54
우리나라의 빠른 성장에서 나온 문제가 아닐지. 농경문화에서 공업문화로 전환하는 시기에, 열심히 해야만 잘먹고 잘산다는 인식이(박정희시절) 지금까지...
그래서, 서비스산업이든 제조업이든 근로자가 회사에 체류한 시간으로 생산성을 평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Commented by wizmusa at 2007/03/14 13:10
미흡하고 무능할수록 양으로 승부하잖아요. 정확히 말해서 양으로 승부할 것을 강요한다고 해야 할까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7/03/14 13:18
[트래핑님]
> ... 긴시간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시 어떤 보상을 희망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한국은 부가급여와 임금인상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던 반면, 독일은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강수돌 교수의 책에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하는 시간은 줄지 않고(오히려 늘기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높게 받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조만간 자신의 삶에서 상당한 상실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 이상하네, 돈은 더 버는데 왜 난 만족하지 못할까. 그리고 소비(그리고 소유)를 통해 그것을 해소하려고 하겠죠. 그러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되는 순환에 빠질 것입니다.

유동민님이 말씀하신 "일"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니어링 부부는 하루 중 4시간은 먹고 살기 위한 생계노동을 하고, 4시간은 글쓰기를 하고, 4시간은 사람들과 친교 활동에 보낸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적어도 삶의 질은 니어링 부부가 도시 근로자보다 월등히 높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니어링 부부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받고, 또 선택의 결과를 인식할 수 있는 것, 또 사회적, 환경적인 면에서 생태주의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wafe at 2007/03/14 14:28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GDP의 국가들의 빈부 격차와 우리 나라의 빈부 격차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개인이 부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일을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지...
Commented by marlowe at 2007/03/14 16:38
한국인의 자살 급증과 연관지어 생각해 봅니다.
죽기살기로 일해서 성공을 거두었는 데,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 지도 모르고 가속도가 붙어서 더욱 채찍질을 가하는 시대가 아닐까요?
Commented by 카페모카 at 2007/03/14 22:49
정해진 시간안에 생산성을 위해서 투자되는 추가적인 비용이 시간이 되고 .. 되고.. 이런 것들이
굴레가 되어.. 나타난게.. 아닌지...
--------------------------------
제안서의 판단 기준을 완료 일자와 투자되는 자금으로 판단하는 한..
이런 현상이 계속되지는...
Commented by 트래핑 at 2007/03/15 01:06
물론 무작정 노동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겠지요. 노동은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고, 회사에서 쓸대없는 시간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많은 회사의 현실은 그렇지 않죠. 저는 그 원인중 하나가 일한만큼 회사가 대우를 안해주기 때문이라 봅니다. 추가시간을 철저히 회사에서 대우해준다면, 아마도 회사에서 야근을 자재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업무를 방지하기위해 근무시간을 최대한 준수하려 하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이 추가업무에 대한 보장이 철저하지 않기에, 회사에서도 야근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팽배해 실제 근무시간에 태만하게 됩니다.
얼마전 외국회사와 잠깐 같이 일해본적이 있는대, 그들은 철저히 칼퇴근을 시키는 동시에 업무시간에는 메신저조차 금지시킬 정도로 업무를 중시하더군요. 게다가 추가업무시 수당이 엄청나서 놀랐습니다. 더 놀라운건 추가업무를 위해서는 철저히 어떤업무를 할것인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고서로 작성시켜서 제출해야하며, 그 보고서는 보관되었다가 추후 추가시간이 실제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가라는 평가에 사용되어 집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노동이 양보다 질이라는 의견에 적극 동감합니다. 그리고 제 의견은 노동이 양보다 질이 되기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회사측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이었습니다.
Commented by Heart at 2007/03/17 02:48
트래핑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제가 지켜본 바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8시간이라는 업무 시간에 업무에 집중하는 사람이 별로(거의) 없더군요.
메신저, 웹서핑, 담배, 기타 등등 전혀 일과 관련이 없는 것들로 적게는 2~30%, 많게는 정말 8~90%의 시간을 때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해결방안에 대해 직원과 회사간의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외국회사의 시스템, 현재 우리나라 정서에 얼마나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duru at 2007/03/17 10:05
이 문제 또한 우리사회의 분단성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한데요. 이 분단성이란 이데올로기적 분단과 영토적 분단이 있겠죠. 유난히 치열한 내전을 겪었고 이데올로기적, 영토적으로 분단되어있고, 더더욱 안 좋은 건 주체의 내재성 보다 주변적 강제성이 더욱 많은 주체적 조건을 규정하는 현 상황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현재 주변상황은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시점이죠... 단순히 외국의 이노베이트한 시스템을 들여온다거나 개별 회사의 변화만으로는 부분적인 개선은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변화는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자는 건 물론 아니구요... 단지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는 좋지만 큰 틀에서 조망되지 못하면 엉뚱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이현우 at 2007/03/18 19:27
외국의 경우는 철저한 계약이라고 합니다. 저희보다 오히려 삭막한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업무 시간이나 컴퓨터 네트웍은 회사의 자원이므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경우는 쌍방간에 계약의 개념이 너무 희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벤처같은 곳은 인간적인 정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은 별로 적절하지 않은 보수로 때우고 말입니다. 그래도 이들 경우는 어느 정도 쌍바의 합의가 된다고 생각됩니다만 SI는 말할 것도 없는 개념 상실입니다. SI 프로젝트의 경우만이라도 엄격한 계약의 개념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Commented by 오세도 at 2007/03/19 13:07
물론 우리는 아직 충분히 부유하지 못 합니다. 당연히 더 열심히 일해야 겠지요.
지금은 파이를 나누기 보다는 키우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파이를 나누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햐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세대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그 파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일부의 주머니로만 들어갔지요. 그래놓고는 부모세대가 이제 우리에게도 파이를 나눠달라고 했더니
지금 파이가 작아졌으니 다시 키우는게 먼저 아니냐? 라고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파이를 베이킹 파우더 넣고 부당하게 키우기 보다 견실하게 키우는 걸 고민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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