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에 창의성에 대한 인터뷰를 촬영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중파 방송이 아닙니다. 삼성방송센터(SBC)라는 삼성 그룹의 사내 방송이지요. 삼성 그룹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창의성에 대한 3부작 프로그램을 제작 중인데, 타이틀은 "창의력은 어디에서 오는가"입니다. 1부는 창의력은 무엇인가, 2부는 창의력이 오는 곳, 3부는 우리는 왜 모두 창조적인가입니다. 3월 6일 1부가 방송되었고 13일과 20일에 각각 2부, 3부가 방송될 예정입니다. 제 인터뷰는 1부에 방송이 되었고 2부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난 방송분은 SBC 사이트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저에게 인터뷰 제의가 왔을 때, 저는 이런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최승준씨라는 미디어 아티스트가 있는데 그 분이랑 같이 인터뷰를 하면 재미있겠다. 담당 PD님은 그 제안에 무척 기뻐하셨고, 최승준씨도 다행히 시간이 되어서 같이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루 전에 PD님이 전해주신 질문지를 미리 보고 한번 연습해 보긴 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80-90% 다른 대답을 했습니다. 질문지에 없던 질문도 있었고요. 게다가 저희의 제안으로 예정에도 없던, 저와 최승준씨가 즉흥적으로 서로 대화하는 모습(대본이나 연습 한 번 없이!)을 촬영하기도 했구요. 최승준님의 예상 못한 답변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같이 즉흥 대화를 촬영한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미리 연습해 둔 답변으로 대답을 하면 쉽습니다. 하지만 재미가 덜 합니다(내가 재미를 덜 느끼면 듣는 사람도 그렇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내가 배우는 것도 적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이런 실험을 합니다. 인터뷰나 강연에서 질문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정말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수백명이 저를 쳐다보고 저는 아무말도 않고 천장을 응시하며 생각에 빠지고, 침묵의 몇 초가 지나갑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제가 준비했던, 혹은 전에 했단 대답과는 다른 답변을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 놀라워라! 그럴 때 저는 저로부터 배웁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군! 인터뷰 촬영이나 강연이라는 상황은 매우 긴박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긴장 상태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생각을 덜하고 앵무새처럼 "자동 발화"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긴장 상태에서도 스스로 생각을 하고 머리를 굴려보고 하면 생각의 훈련도 되고 평소보다 나은 생각이 나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체력장에서는 평소보다 서너개 턱걸이를 더하는 효과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저는 이런 즉흥성을 퍽이나 즐기는 편입니다. 재미도 있고 더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제 7회 자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XP 2.0 도입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발표도 일주일 이상 준비를 했던 내용이 있었는데 저와 강규영씨가 행사장으로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그것도 서있는 자세로 한 손에 노트북을 들고) 즉석에서 발표 자료(PPT)를 전면적으로 수정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올랐거든요. 아마 발표 15분 전이었나 그랬습니다. 하지만 매우 성공적인 발표였습니다. 오히려 15분 전 수정이 더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발표를 준비하느라 일주일 이상 시간과 공을 들인 것은 다 쓸모없는 일이었을까?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 과정이 일종의 숙성을 가능케 했고 그런 즉흥성을 개화시켰다고 봅니다. 단순한 번뜩임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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