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은 일찍 잔다
요즘 함께 일할 분을 찾고 있습니다. 조금전에 지원서 접수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인 지원서들이 있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잠정적으로 채용 인원 대비 정해 두었던 지원자 숫자보다 현 지원자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접수 마감을 연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감일이 발렌타인 데이였다는 점도 고려를 해야겠습니다)

접수 마감 시각을 2007년 2월 15일 20일 자정으로 연장합니다.

추가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메리트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울러 제목을 왜 그렇게 달았는지도 이해가 되실겁니다.

애자일 컨설팅은 주당 20시간 근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계약을 하더라도 되도록 주당 20시간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계약을 합니다. 고객에게 최대한의 퀄리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 계약 수주를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목표에 근접하는 것은 현 사회구조에서는 정말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당 20시간을 넘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될 수 있으면 주당 20시간을 지키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인을 하는 프로젝트는 참여자가 참여시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팀 수준에서의 조정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4일과 5일 중 한가지, 하루 4시간과 8시간 중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당 16시간, 20시간, 40시간 중 선택 가능한 셈이지요. 이 외에도 다른 방식의 근무 형태도 가능합니다(가령 주말에 좀 더 집중적으로 일한다든지).

여기서 잠깐 공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알고 있는 우등생들 중 열의 여덟은 비교적 일찍 잠을 자더군요. 우등생이었던 남승희씨에게도 물어보니 자신은 고 3 때에도 11시에 잤다고 하더군요. "우등생이라서 일찍 잔거야, 일찍 자서 우등생인거야?"/ "당연히 일찍 자서 우등생인거지." 제가 고 1 때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10시, 11시쯤 돌아오면 당시 고 3이었던 누나는 이미 집에 와서 잠을 자고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누나는 우등생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수면과 학습 능력에 대한 관계는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며칠전 뉴스에 보도된 기사(수면부족 기억력 저하 초래)도 있습니다. 그런데 꼭 수면이라는 요소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모르스 부호 훈련 시간과 그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7시간 훈련을 시킨 경우와 하루 4시간 훈련 시킨 경우의 효과가 거의 동일했습니다. 대수학의 법칙 학습에 대한 연구에서는 여러 시간을 연달아 학습하는 것보다 학습 간의 시간 간격이 있는 경우에 더 좋은 효과를 냈습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문제해결 과정의 기본 모델에 숙성(incubation)이라는 단계를 꼭 넣습니다. 19세기의 수학자 푸앵카레(Henri Poincare)도 자신의 문제해결 과정에 대해 서술할 때 숙성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집중을 한 후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숙성에 해당합니다. 이 숙성을 인지심리학에서는 적극적인 문제해결의 단계로 인정을 합니다. 집안 청소를 하다가 문득 골머리를 썩히던 문제의 해결책이 생각났던 경우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걸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계십니까?

저는 지식산업에 있어서 어떤 조직의 실패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학습 능력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만 하고 실행을 못하는 조직은 실패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경우도 결국 학습 능력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학습 능력이란, 예를 들자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가, 최근 실패에서 교훈을 배워 다음 시도에 이득이 되게 하는가 등을 말합니다. 사실 뇌의 입장에서 학습과 실행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From the perspective of our brain, learning and doing are just two different verbs that refer to the same mental process. --Jonah Lehrer, How We Know: What do an algebra teacher, Toyota and a classical musician have in common?, SEED Magazine, 2006/09
지식산업에서 학습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시장 상황은 더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터에서도 학습 능력을 높히기 위한 지원을 해야할 것입니다. 더이상 공장 메타포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2시간 일할 때 10개 찍어내면 20시간 일하면 100개 찍어낼 수 있다는 식의 멘탈 모델은 적당하지 못합니다.

적은 시간의 학습이 오히려 긴 시간의 학습보다 효과가 있을 수 있듯, 지식 노동에도 4시간 근무가 8시간 근무보다 최소한 비슷한 효과를 내거나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마세요 참고)

우리나라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사람들을 저녁 6시에 칼퇴근하게 해주면 된다남명희씨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동시에 국민 전체의 삶의 질도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근무 시간에 대한 메리트를 이야기 했는데, 이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가량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고, 충분한 재능과 열정을 보여주신 분은 오픈마루나 혹은 애자일컨설팅의 정직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번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학습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자(程子)가 논어란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今人不會讀書. 如讀論語, 未讀時是此等人, 讀了後又只是此等人, 便是不曾讀 [論語序說]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똑같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프로젝트 후에 분명 다른 사람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7/02/15 01:47 | 트랙백(9) | 핑백(3)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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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느껴지는 채용공고.혹은, 내공이 느껴지는 채용공고? ^-^1)구인 - 애자일 이야기우등생은 일찍 잔다 - 애자일 이야기 (2월 15일 마감)참고: 주당 20시간 근무하는 회사조목조목 공감하는 글들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으니 더더욱 공감합니다. 예전에 김창준 님께서, "저는 하루에 4시간 이상 계약을 안 하는 사람이라서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스쳐지나갔던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네요. 아이디어, 창의력, 에너지, 그리고 풍부한......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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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컬쳐로그(Culture.. at 2007/02/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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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혼자 돌아다니기 at 2007/02/26 18:17

제목 : 책을 읽고 난 후..
애자일이야기 블로그에서 "우등생은 일찍잔다"란 포스트를 보니 아래의 글이 있다. 정자(程子)가 논어란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今人不會讀書. 如讀論語, 未讀時是此等人, 讀了後又只是此等人, 便是不曾讀 [論語序說]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똑같은 사람이라면 제대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 어찌 논어란 책에만 해당 될까.. 변화하자.. 변화하자.. 변화하자.. ...more

Tracked from WINDAHEAD at 2007/03/0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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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며 김창준님의 애자일 이야기에서 읽었던한 포스트를 떠올렸다. "우등생은 일찍 잔다" '개학하고 난 뒤엔 꼭! 일찍자고 일찍 일어날테다..!'라고 또 새로이 다짐하다가, 재밌게 읽었던 만화가 생각났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 은은하게 재밌었던 만화... 그런데...오후 9시만 되면 무조건 잠자리에 드는 교수님."우......more

Tracked from 날마다 새롭게~ at 2007/03/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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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은 일찍 잔다 진짜 맞다. 나도 고3때 12시 이전에 잤다....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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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등생은 일찍 잔다
우등생은 일찍 잔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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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고객사의 IT개발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A happy worker is a productive worker.김창준님의 블로그(http://agile.egloos.com/3106401)를 보다가 이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호주친구(?)는 한국의 IT회사들의 사정에 대해서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이 말이다.난 바로 메신저창에 이 문장을 보냈다. I envy you.우리는 습관적으로, 강압에 못이겨 야근을 한다. 그러나, 공장에서 돌아......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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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人不會讀書. 如讀論語, 未讀時是此等人, 讀了後又只是此等人, 便是不曾讀 [論語序說], 애자일이야기...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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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metoo 역시 잠은 잘만큼 자야한다. 난 요즘 6시간을 자는데 이제부터 7시간을 자도록 노력해야겠다. 오후 2시 37분 ... more

Linked at HJazz.com &raqu.. at 2007/08/11 04:35

... 잘만큼 자야한다 ... more

Linked at codian.net > at 2008/0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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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ybreaker at 2007/02/15 02:45
프로그램을 짤 때도 항상 쉬어가며 하라는 충고를 선배들이 해주시더군요.
특히 버그 안 잡혀서 고생할 때, 아예 한숨 푹 자고 나면 해결되는 경우도 있죠.
한 번은 8시간 동안 밤새 졸린 눈 비벼가며 코딩했다가,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 살펴보니 30분 만에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결국 자신이 짠 코드의 구조를 끊임없이 추적하며 학습해나가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기에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괜히 기일에 쫓겨, 혹은 스스로 마음이 바빠서 자신을 (지나치게) 채찍질하는 건 지식 활동에서는 피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일초리 at 2007/02/15 08:43
결국 열심히 일하기 (Work Hard) 보다 현명한 일하기(Work Smart) 죠 ㅋㅋ
기회가 되면 같이 일해 보구 싶네요..
Commented by Heart at 2007/02/15 09:08
블로그 애독자입니다.
김창준님이 작성하셨던 칼럼 형식의 글 들에서 '틀에 박히지 않고 실용적인 것을 중시하시는구나...' 라는 느낌이 풍겨나왔고, 이번 칼럼도 그렇네요.
IT에 이런 마인드로 일하시는 분들이 많아야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현재처럼 코더, 노가다 등 소위 3D 직업으로 분류되지 않고 고급 인력, 지식 사업 등의 원래의 취지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걸 배워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Andrew at 2007/02/15 09:36
전에 본 "공부의 비결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이란 책이 생각나네요. :-) 심리학적으로 풀어본 학습에 대한 이해에 관한 책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내렸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학습방법에 대한 보다 원론적 접근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립니다.
Commented by SeeReal at 2007/02/16 12:12
저도 고등학교때 꼬박꼬박 7~8시간씩 잤던 것이 떠오르는군요. 학교에서는 맨날 딴짓... 그러니까 수능에는 하등 쓰잘대기 없다고 여겨지던 사회과학 서적이나 만화를 읽어대다가 공부는 저녁 때 2,3시간 정도만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그만큼만 공부하고도' 대학에 간 게 아니라 '그만큼만 공부해서' 간 거였을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missu at 2007/02/16 16:45
하루종일 코드만 보다가, 창준님이 쓰신 이런글을 읽으면, 마치 제가 그런 사회속에서 살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정말 행복하지요. 신입이라서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이고, 또 방대한 양의 코드를 보는 눈도 익힐 겸, 또 한편으로는 눈치도 보이고 해서, 무작정 막차를 타고 퇴근하는 습관을 들였는데, 몸은 몸대로 지치고, 정작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머리에 들어오는 것이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다시 코드를 봐야겠네요. -:) 잘쉬다 갑니다.
Commented by manta at 2007/02/19 21:48
적절한 수면과 휴식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깊이 공감하고 있지만, 고교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일찍 잠드는 우등생"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고3 때는 6시 40분까지 등교해서 11시에 자율학습을 마쳤으니 수면 시간은 대부분 5~6시간 수준이었다고 봐야겠지요. 당시에 우등생이었던 친구들은 강제된 일과 안에서 나름대로 공부와 휴식의 리듬을 만들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0-Hour week라는 숫자 대신 Energized Work를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7/02/20 10:45
[manta님] 맞습니다. "우등생은 일찍 잔다"라는, 혹은 더 나아가 일찍 자면 공부 잘한다는 식의 일반화는 성립될 수 없다고 봅니다. 약간 과장된 제목을 방편으로 사용했습니다. --김창준
Commented at 2007/09/05 02:57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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