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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님이 재미있는 글을 쓰셨습니다. 폐인들의 말버릇?이란 글입니다.
사실 폐인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끔 스스로도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용어를 저도 모르게 일상적인 대화에 끼워넣는다든가 해서 말이에요. 그런데 정말 가끔은 이것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예컨대, 언어는 맥락(context)을 갖고 있습니다. 그 맥락을 무시하면 말이 무척 길어져야 할 것입니다. 일단 맥락이 중국집에 뭘 시키냐로 결정되고 나면, "나는 짬뽕!" 같은 말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게 됩니다. 우리의 말은 물 속에 잠긴 빙산의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많은 사회적, 문화적, 상황적 맥락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명시적인 맥락의 전환이 없는 상황에서 두 의미 공간을 겹쳐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메타포입니다. 사회적으로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이나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 그 상황에 맞게 의도적으로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이죠. 저는 이 현상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대학 시절에 여러 친구들, 선후배들과 함께 스터디를 종종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특징 중 하나는 뭔가 스터디를 하는 중이거나 혹은 하고 나서 그 스터디에서 다루었던 단어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일상적 맥락에 덧씌워 쓰는 것이었습니다. '논어'를 스터디 하면, "학이시습"을 일상용어화 하고, '철학적 탐구'를 완독하고는 "Lebensform"을 곳곳에 쓰며, '침묵의 언어'를 논하다가는 쉬는 시간에 우리 자신의 시간 개념을 갖고 농담을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저는 요즘도 XP나 애자일 방법론의 개념들을 교육, 생활, 경영 등에 포개어 보면서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하면서 재미있게도 스터디한 내용을 "어떻게 다른 위상 공간"에 적용할지를 생각해보게 되고, 그에 따라 그 개념들이 일상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대충 공부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고, 정말 엉덩이에 종기 나도록 빡세게 공부하고 그런 놀이를 합니다. 아니 그냥 은연 중에 그렇게 됩니다. 체화되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그 단어로 생각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언젠가 외국인과 말할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랑 국어를 섞어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랑 대화하다가 무의식적으로 "You can come here하거나 I can come to you"같은 말을 내뱉는 것이죠. 그런데 이 과정은 두 언어를 완전히 분리해서 쓸 수 있는 단계 다음에 옵니다. 자기 머리속의 의식적 여과기를 잠깐 꺼버린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 영어로 생각하기가 어느 정도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를 하면 개념들은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채 브라운 운동을 합니다. 이 위상 공간을 다른 위상 공간에 살짝 포개어 보면서 개념들의 위치를 조정해 봅니다. 그러는 중에 원래 개념들에 대한 이해가 더 명료해지고 생각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드 커닝햄은 여러 위키의 동명 페이지를 서로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글에서 행복한 사고Happy Accident라는 말을 썼습니다. 하나의 위키는 하나의 대화 맥락을 나타내며 그 맥락 간을 뛰어넘는 우연적 충돌이 새로운 개념적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은 통상 판이한 전공자들로 구성되었는데 그 점이 더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스터디하는 주제의 의미 공간을 자신의 전공의 의미 공간에 포개어서 설명을 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대상을 살피는 효과가 나겠죠. "것"에 대한 지식은 그 "것"이 주변과 관계 맺는 방식이라고 생각드는 때가 많습니다.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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