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개발자들과 학생들 200여명이 큰 방에 모여서 자발적으로 토론할 의제를 제시해서 여러개의 소그룹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 소그룹을 돌아다니며 함께 토론을 합니다. 또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한 컴퓨터 앞에 같이 앉아서 자기가 아는 언어를 남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고, 두 사람 모두 모르는 문제를 같이 연구하며 풀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매우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벌어집니다." 대안언어축제 이전에 이 말을 들은 90%의 사람들은 아마 "에이 말도 안돼요"라고 할 겁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외국이랑 달라서, 자리 깔아줘도 그런 거 안해요. 문화가 아직 안돼요." "다들 쭈뼛쭈뼛 어색해 하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에요" 등등.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이뤘습니다. 이런 예는 외국에서도 전례를 찾기가 힘듭니다. 저는 예전에 외국의 컨퍼런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여러 컨퍼런스를 가보고, 우리 대안언어축제와 비교해보니 이 축제는 정말 전세계에서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컨퍼런스라고 자부하게 되었습니다. 언컨퍼런스(unconference)와 같이 새롭게 부상하는 참여형 컨퍼런스(정확히 따지면 "참여형 컨퍼런스"는 잉여적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관련해서 다음 두 가지 주장을 간혹 접합니다.
저는 이 두가지 주장 모두 나름대로 가치가 있지만 반대로 맹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주장은 엘리트주의로 흐르기 쉽습니다. 팀 오라일리라는 유명인이 푸 캠프(FooCamp)라는 걸 만들었는데, 매년 참가자들을 선정해 초대한다고 합니다. 푸 캠프에 초대받던 사람인데 한번은 초대 명단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바 캠프(BarCamp)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됩니다. 푸 캠프는 폐쇄적이니 개방적인 걸 만들자 이거죠. 바 캠프는 와서 뭔가 자기가 가진 것(아이디어, 프로그램 등등)을 발표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참가가능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것들과는 다르게, 스스로 뭔가 남에게 줄만한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부끄러움 잘타는 사람들, 엘리트가 아니라 평범한 이들, 나아가서 밑바닥의 이들도 모두 포용하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이 축제에 와서 자기 속에 있는 새로움을 발견하고, 남에게 줄만한 것들을 새로 찾아낼 수 있다면 더욱 기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두번째 주장은 첫번째와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자유방임보다, 간접적으로 격려해주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200여명의 사람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그냥 "자 서로 언어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저는 이것이 무책임하다고 봅니다. 저는 우리 축제에서는, 사람들이 이전의 관성과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그러나 간접적으로 격려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얘기는 앞서의 두 주장이 그르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모임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그 두 주장을 취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있고 또 참여적인 컨퍼런스가 가능하며, 또 그런 것도 있어야 하겠다는 말입니다. 2006년의 대안언어축제는 끝났습니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남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이뤄냈습니다. 저는 이제 또 새로운 불가능을 꿈꿉니다. 그것은 다양성의 입체적 확장입니다. 이번 축제에서는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서로 다른 언어 커뮤니티의 대표 13명(고로 언어도 13개)이 나와 패널토론을 하며 자기 언어를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국내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 않습니까? 다음번에는 다른 축에서 다양성을 늘려보고 싶습니다. 현재는 다음 두가지 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에 대해서는 먼저 제 경험담을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외국 컨퍼런스에 가면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 최소 한 두 명과는 꼭 짝 프로그래밍을 해봅니다. 작년에 미국에서 루비 컨퍼런스에 갔을 때 다카하시 메소드(프레젠테이션시 엄청나게 큰 글자로만 화면을 꾸미는 스타일을 일컬음)의 주인공 다카하시씨를 만났습니다. ![]() (왼쪽은 아라이 준이치, 가운데가 다카하시, 오른쪽이 접니다) 영어를 잘 못하시더군요. 저는 일본어를 잘 못하구요. 서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짝 프로그래밍을 제안했습니다. 루비로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자고 했습니다. 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짝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자 곧 그 사람이랑 저 사이에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도 않으면서 뭔가 가르쳐주고 배우고 함께 학습하는 것이 가능했던 겁니다. 저는 다른 분들도 언어와 국가의 벽을 넘어 함께 배우고 감정을 공유하는 이 환상적인 경험을 해볼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가능하다면 일본의 LLDN(대안언어축제와 유사한 취지의 다언어 컨퍼런스)과 조인트로 축제를 해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가능할런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몇년전부터 꿈꿔오던 것들이 눈 앞에서 이뤄지는 걸로 보아 이것도 가능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어떻게 보면 쉽습니다. 아, 저는 자바스크립트 전문가에요. 그러세요? 저는 데이타베이스 전문가입니다. 이런 장면이 연출되면 두번째를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훨씬 더 넘어선 수준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저주 받았습니다. 자기 일하는 것을 주변의 다른 사람들(개발을 모르는)과 공유하지 못합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도대체 내 딸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 벽을 넘어서 보고 싶습니다. 내가 평소 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은,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함께 섞여서 서로 학습하고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모여서 정치 이야기나 탤런트 스캔들 이야기, 혹은 유치한 게임 외에 도대체 뭘 같이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죠? 저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능하며, 엄청나게 재미있고 유익하며 모두에게 큰 계발을 줄 것이라는 것을.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 전문가들, 하드웨어 전문가들, 예술가들, 일반인들이 섞여서 2박 3일간 같이 미디어 아트를 배우고 실험하고 협력해서 뭔가 만드는 걸 할 수도 있겠죠. 여기에 대해서는 뭔가 작당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차후에 성과가 있으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꿈을 갖고 있습니다. I have a dream. --김창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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