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어적입니다. 변화를 유지하다니. 영어로는 How to Sustain Changes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내가 새롭게 변화시킨 것이 안정화되도록 할 수 있을까.
생명체는 계속 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항상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 항상성이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핵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죽음을 가져오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 계속 원상 복귀해버리는 겁니다. 우리 생각과 달리 변화는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변화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틀에 한 번 씩 담배를 끊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것은 담배를 끊은 채로 일년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컨트 벡이 Agile 2006에서 변화 유지의 비결을 세 가지로 압축해서 말해줬습니다.
공동체는 같이 변화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서로 모인 것을 말합니다. 외화를 보면 종종 나오죠. 우울증 걸린 사람들의 월요 모임 같은 거요.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에 보면 에드워드 노튼이 이런 모임들만 찾아다니죠. 상상해 보세요: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둥그렇게 앉아 있다. (초짜인 듯한 청년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한다) "저는 TDD를 시작한지 일주일 되었어요, 그런데 어제 오늘 연속 TDD를 안했어요 으흐흑~" (노련해 보이는 아줌마가 얼싸안고 토닥여 주며) "괜찮아요 괜찮아, 처음에는 다 그런 거에요" 변화를 유지하려는 공동체가 있으면 서로 격려해주고 때론 비판하고 또 같이 해답을 찾기도 합니다. 다음은 공약입니다. 영어로 Commitment인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 우리말 단어가 없습니다. 공약이라고 하면 엇비슷합니다. "저는 오늘부로 담배 끊을 거에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전하는 것이 한 가지 예가 되겠죠. 꼭 그렇게 선전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반드시 뭘 하겠다 하고 발을 푸욱 담그는 겁니다. 발가락만 살짝 담그는 것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가 시간이 되면 한번 끊어 볼게요" 이건 Commitment가 아닙니다. 마지막은 설명가능성입니다. 역시 좋은 역어를 못찾겠습니다. XPE2E를 번역할 때에는 맥락에 따라 "책임"으로 번역하긴 했으나 좀 못마땅합니다(사실 켄트는 XPE2E 출간 후에 이 단어를 더 중요하게, 또 특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의 Responsibility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ccountability는 Account라는 동사에서 왔습니다. Account는 설명하다, 설명을 제공하다 이런 뜻입니다. "개똥아, 너 왜 이번 여름 방학 숙제 안했니?" 이 질문에 아무말도 못하면 Accountable 하지 못한 겁니다. "아 제 일기장에 보시다시피 가족이 세계여행을 하느라 못했어요"라고 말하면 Accountable 한 겁니다. 꼭 무슨 일이 끝나고 나서만이 아니고, "개똥아 너 방학 숙제 어떻게 되고 있니?"라고 물었을 때 개똥이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Accountable 한 겁니다. 그래서 설명가능성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자들이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했다면 기획자에게 무슨 일 때문에 느려졌는지 완전히 까고 설명해 주는 겁니다. 또 언제라도 설명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설명가능한 겁니다. TDD는 그런면에서 설명가능성을 높혀줍니다. 나는 이런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디자인 했고, 어떤 면을 테스트 했다는 것이 바로 드러나고 또 자동으로 남으니까요. 이런면으로 볼 때 설명가능성은 투명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동일하지는 않겠지요. 제 주변에서 이 세가지를 잘 지키는 예를 몇가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사랑하는 후배인 유상민군입니다. 그는 자기가 하루 하루 영어, 한자공부, 수영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걸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설명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이번에는 L모 전자에서 근무하는 신제용군입니다. 이 친구는 자신의 하루하루의 기상시각을 2003년부터 매일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약과 설명가능성 모두 잘 지키고 있습니다. 공동체 부분은 주변 지인들이 저 사람들의 위키를 자주 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습니다. 김승범군은 르네상스 클럽(일명 생각을 곱하는 모임)에 나와서 자기 꿈은 앨런 케이(Alan Kay, OOP의 아버지이자 PC 역사의 산 증인)를 만나는 것이라고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해인가 앨런 케이를 직접 만났습니다. 또 작년에 OOPSLA 컨퍼런스에 다녀와서는 르네상스 클럽에서 그 술회를 하면서 다음 번에는 논문 제출자로 참석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올 10월에 열리는 OOPSLA 2006에 논문 제출자로 참석합니다. 그는 최근 르네상스 클럽에서 자신에게 이 모임이 많은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경우를 볼까요? Agitar라고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자기가 만드는 제품의 품질을 완전히 공개해 버립니다. "우리는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하고 그걸 설명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래 너희 얼마나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냐?"고 물어 봤을 때 보여줄 것이 있다 이거죠. 일종의 "운동"으로까지 볼 수 있는데, URL이 openquality입니다. 공개된 품질. 현재 코드에서 에러가 몇 개인지, 코드의 복잡도 분포는 어떻게 되는지 다 볼 수 있습니다. 제가 xper.org에 썼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여기엔 대단한 사회적 함의가 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가 만드는 것에 대해 이런식으로 공개를 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가 훨씬 더 만족스러워질 것이다. 변화를 유지하고 싶다면, 우선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도반)를 찾으세요. 그리고 공약을 하시고, 설명가능성을 높히도록 하세요. --김창준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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