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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두종류의 컨퍼런스
해마다 "애자일" 관련 해서 열리는 큰 국제 컨퍼런스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XP이고 다른 하나는 Agile입니다. 보통 뒤에 년도가 붙어서 XP2006, Agile2006 이렇게 부르지요. XP는 주로 유럽쪽에서 열리는 것 같고, Agile은 미국에서 열립니다. 아마 규모면에서는 Agile이 더 큰 것 같습니다. XP2006은 이미 지난 6월에 행사를 했습니다. 핀란드에서 열렸고요. Agile2006은 이번 일요일부터 시작합니다. 일주일 간이고, 장소는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입니다. 저는 지금 미니애폴리스에 와 있습니다. 호텔에 막 도착을 했습니다. 얼마나 가능할런지는 모르겠으나 하루하루 느끼는 점들을 블로그에 올려볼까 합니다. (독자 주도 블로그 포스팅에서 다음 쓸 글로 선정된 내용은, "프로그래머와 수학"입니다. 그리고 저번에 묘목을 옮겨 심었던 "IT기업 속 인류학자"에 대한 포스팅도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컨퍼런스에 대해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좀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컨퍼런스 같은 종류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비용 대비 이득면(ROI)에서 가장 뛰어난 자기 투자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작년에 참가했던 OOPSLA 2005 와 RubyConf 2005 경우(한 번에 두 개의 컨퍼런스를 연달아 참석했음), 총 비용을 다 하면 40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은데(참고로 같이 갔던 김승범군은 학생 할인 등을 통해 100만원 정도 적게 들었음) 제가 거기에서 얻은 것을 이래저래 따져보면 최소 600만원 어치는 되는 것 같습니다. 즉, 경비가 600 정도 되면 갈지 말지를 고민하겠다는 것이고, 그 이하면 당연히 가겠다는 것이죠. 저는 어떤 강연이나 글의 가치를 평가할 때 그게 저에게 주는 충격 지속 시간(IDT -- Impact Duration Time)을 갖고 따지곤 합니다. 어떤 글은 읽으면 일주일 동안 그 글만 생각나게 됩니다. 지하철 타면서도 그 글 생각하고, 밥 먹으면서도 그 글을 떠올립니다.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오고 가죠. 뭐랄까 제가 이미 갖고 있던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됩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틀을 하나 새로 얻는 것입니다. 기존에 제가 가진 아이디어가 100가지였다면 새로운 축이 생기기 때문에 아이디어 개수가 100*n (n>=2)개로 늘어납니다. 아이디어의 폭발이 일어납니다 -- 캄브리아기 폭발과 같습니다. 그런 글은 읽고 나면 스스로 실험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게 돼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IDT가 일주일 정도만 되어도 매우 뛰어난 글과 강연인데(일주일 동안 그것만 생각하면서도 살 수 있다는 것은 그 울림에 깊이와 폭이 있다는 거지요), 한달이나 반년 정도라면 정말 정말 끝내주는 겁니다. 인생의 변곡점이 될만한 것들이지요. 예를 들면 워드 커닝햄의 소스 코드나 연설 같은 것이 대표적 예가 되겠죠. 그런데 지난 웁슬라와 루비 컨퍼런스에서는 그런 IDT가 몇 개월짜리인 것들을 두어 개 만났습니다. 대단한 것이지요. 그런데 의외로 외국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 사람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일본인들은 많이 봅니다만. 단기간에, 다양한 자극을 받기로는 컨퍼런스가 최고인데 사람들이 여기에 자발적으로 투자를 안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언어 문제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오 그래, 컨퍼런스에 다녀오면 적은 노력에 새로운 걸 많이 배우겠군'하고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좀 하겠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뭔가 새로운 걸 학습하는 것은 무진장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학습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컨퍼런스와 그렇지 않은 컨퍼런스. 90%는 컨퍼런스 현장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기 좋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우리나라에서는 99% 이상 -- 대안언어축제는 제외하는 데 학습 디자인 면으로 보면 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세계적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이번 컨퍼런스에서 RCP 기술을 배워와야지' 식의 다짐은 헛것이 되어 버리기 쉽다는 겁니다(이런 사람들은 주로 튜터리얼만 골라서 듣습니다). 주변을 관찰해 보면, 이번에 뭐뭐 듣고 뭐뭐에 대해 학습하고 와야지 하고 작정하고 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얻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현장에서, 이거 한번 들어볼까? 요건 뭐지? 이런 느슨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얻는 게(혹은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경우가 흔합니다. 그렇다면 뭘 목적으로 컨퍼런스에 가느냐. 통찰을 얻기 위해서, 앞으로 공부해볼 것들의 단초를 얻기 위해서, 씨앗을 얻기 위해 가는 겁니다. 제가 IDT라고 했던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컨퍼런스를 통해 조그마한 씨앗을 하나 얻습니다. 계속 관심을 두고 정성스럽게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하다 보면 나중에는 아마존 정글이 내 안에 생긴 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컨퍼런스의 가치는 그 컨퍼런스를 다녀와서 내가 무엇을 했느냐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 후에 뭘 했느냐에 따라 이미 다녀온 컨퍼런스의 가치에 곱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를 통해 학습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고 컨퍼런스에서 학습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시각을 갖고 컨퍼런스를 참석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IDT가 한 달이라면 원래 아이디어 자체에 잠재적 가치(도토리 씨앗 단계)가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가 한 달 간 노력을 투자해서 거목으로 키워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김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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