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속 인류학자
<updated> 진행 중 (아마 귀국해서 좀 더...)

요즘 IT 기업에서 인류학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왜? 기획자, 프로그래머들은 이들에게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인류학자 없이 비슷한 효과를 보려면?

You can observe a lot just by watching. -- Yogi Bera

제가 만났던 기획자분 중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주요 무기는 논리와 연역이었습니다. 현재 마켓이 이러저러 하고, 요즘 이런 트렌드가 있으니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고 이 서비스에서 이런 점이 부각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사용할 것이므로 등등. 소위 "리서치"라는 게 있기도 합니다. 대규모 로그 분석이나, 혹은 대규모 서베이 결과, 그리고 경쟁사들에 대한 분석과 벤치마킹.

우선 첫번째 논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곳 Agile 2006에서 사용성(usability),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 프로세스, 그리고 애자일에 전문가인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에게 논리 중심의 기획 이야기를 했더니 매우 놀라면서 하시는 말씀. "아주 뛰어난 스타 기획자라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나머지는 형편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하시더군요. 공감했습니다. 또한 스타 기획자 한 사람을 축으로 두고 보아도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조만간 쓰려고 하는 "젊어서 성공하기와 늙어서 성공하기"에 인용하려는 연구가 있는데, 논리와 연역으로 머리속에 틀을 완벽히 그려야 작업을 시작하는(연구에서는 conceptualist라고 규정합니다 -- 반대 스타일은 experimentalist) 화가, 건축가, 경제학자들은 젊어서(20대에서 30대) 성공하는 반면 거기에서 바로 내리막길이기 쉽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번째 대규모 통계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이런 통계 결과는 설명적일수는 있으나 발견적, 발명적이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만들려는 서비스를 정당화해주는(혹은 확인하는) 자료로 이용해 먹을 수는 있지만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통계의 대표값(평균 같은 것)을 목표로 하면 서비스의 날카로움(edge)이 팍 죽어버립니다. 쿨한 서비스가 그렇고 그런 서비스가 되어 버리기 쉽습니다.

잠깐 장면 전환을 해보겠습니다. 명절 때 저희집에 내려갔다가 우연히 어머니께서 컴퓨터를 쓰시는 걸 옆에서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한 폴더에서 다른 폴더로 파일들을 옮기는 일을 하시고 계셨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예전에는 그래도 컴퓨터쟁이라고 단축키를 써서 ctrl-x를 해서 잘라낸 다음 폴더를 이동하고 거기에 ctrl-v를 했습니다. 탐색기는 하나만 사용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쓰다보니 뇌에 부담이 크더군요.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 말하는 "상태"와 "모드"(state/mode) 개념이 생기는 겁니다(자세한 내용은 제프 라스킨의 Humane Interface를 참조. 초강추). 내가 ctrl-x를 했다는 사실을 머리속에 담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파일들을 골랐는지도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탐색기를 두 개 띄워놓고 한쪽은 출발폴더, 다른쪽은 목적폴더로 맞춘 다음 드래그앤드랍을 이용해서 파일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내가 드래그앤드랍을 하는 동안 손가락은 마우스버튼을 잡고 있어야 하기에 내가 지금 뭘하는지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시각적으로 옮겨지는 걸 확인할 수도 있고, 원래 폴더가 어디인지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드래그앤드랍은 컴퓨터 초보나 하는 거다 하고 생각하고 무시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보지 못했죠. 언제부터 이 기능을 썼냐면, 누군가(누구인지는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분명한 것은 저보다 훨씬 컴퓨터를 못쓰는 분이었음)가 이렇게 하는 걸 보고, 머리에 번개를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어머니가 파일 옮기시는 것을 보니 전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시더군요. 탐색기는 하나만 사용하시는데, 출발폴더로 탐색기를 옮긴 다음, 원하는 파일들을 선택하시고 그걸 드래그앤드랍으로 "바탕화면"에 옮기시는 겁니다. 그리고는 탐색기를 목적폴더로 이동하고 다시 바탕화면에 있는 (그대로 선택되어 있는) 파일들을 드래그앤드랍으로 목적폴더에 옮기셨습니다. 오 마이 갓! 다시 머리에 번개를 맞았습니다. 이건 완전한 "책상 위" 메타포를 사용하는 겁니다.



<계속 됨>

anthropology and ethnography
customer ethnography
한계효용체감
사례 소개
값싸게, 빨리 하려면 어떻게 적용할까?
서적 소개
by 애자일컨설팅 | 2006/07/26 17:59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agile.egloos.com/tb/212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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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anew at 2006/06/18 17:12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이지 at 2006/06/21 13:06
커밍순~^-^
기대기대~!!!
Commented by 미친과학자 at 2006/06/22 17:28
오오 이거 재밌겠다!!
Commented by before30 at 2006/06/26 12:34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moons at 2006/07/27 17:31
제생각에는 드래그앤드롭역시 뇌에 부담이 가기는 마찬가지일거 같습니다만
먼저 창을 두개 띄워야 하므로 어떤게 출발창이고 어떤게 목적창인지 기억을 해야하며 윈도우창을 두개띄워야하므로 창크기를 절반씩 조절하는 부담도 쌓이게 되네요.
또한 하나의 창에서 했을때 굳이 어떤파일을 골랐는지 기억해야할 필요는 없겠죠.. ctrl+v할때는 어차피 잘라낸게 다 붙게되는데 굳이 기억할 필요는 없죠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6/07/27 20:07
[moons님] 제프 래스킨의 Humane Interface(번역본 있음)을 한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http://kangcom.com/common/bookinfo/bookinfo.asp?sku=200302060003

예를 들어 ctrl-x를 한 다음에는 내가 ctrl-x를 한 상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ctrl-v를 하려고 하는데 가물가물하기 시작합니다. 어... 내가 뭘 하려던 중이었지? 무슨 파일을 옮겨야 하는거지?
Commented by 이룸 at 2006/08/02 10:43
제가 알기론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미래가온다]에 보면 미술사 전공한 사람의 수요가 높다는 말도 있어요!
Commented by mindfree at 2007/03/29 16:57
음.. 생뚱맞은 댓글이지만.
파일을 관리할 때 '토털 커맨더'를 추천합니다. 예전 노턴 커맨더처럼 양쪽에 화면을 둬서 그냥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거나, 복사하면 되죠.
Commented by ZIGBEE at 2007/03/29 17:36
[이룸님] 다니엘 핑크가 대구에 왔을 때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 "앞으론 오직 디자인이다"더군요.
팔아먹기 위해서는 기본 기능에다 디자인까지 이제 필수라는 거.. 기본기능은 구현하기 쉽지만, 수요를 끌어낼 디자인이 있어야 히트칠 수 있다는 것.. 예비 엔지니어로서 좀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창준님께서 위에 소개하신 방법들은 모두 굳이 의식하지 않고도 그 상황에 맞게 적절히 쓰고 있는 방법인데..
이것이 세대차이라 할 수 있을까요?^^;

갓 컴퓨터를 접한(아직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의 사고 패턴을 보면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신기하기도 하구요.

아 제가 컴퓨터 처음 접했을 때 한글 한자를 완성하고 난 뒤에 다음 글자를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몰라 친구에게 물었었던 게 기억나네요.. 한글자 치고난 뒤에는 그 글자가 끝났음을 알리고 다음 글자를 쳐야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 거 없이 그냥 쳐도 한글이 한자씩 완성되는 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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