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사랑한 사람
저는 한 때 사전 수집벽이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사전 개수가 도합 40여종이 넘었죠. 저는 특히 영영사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줍잖게 사전학(lexicography) 공부도 하고 그랬습니다.

노스모크의 영영사전이라는 페이지를 보면 제가 가진 사전 몇 개에 대해 평을 써둔 게 있습니다.

요즘은 사전을 그렇게 여유롭게 들여다 볼 짬이나 의욕이 없어서, 주로 사용하는 사전은 몇 개로 한정되어 버렸습니다(통상 웹이나 전자사전을 사용하죠 -- 참고로 제가 사용하는 전자사전은 카시오 EW-D2700인데 영어에 관한 한 국내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전자사전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장 애호하는 사전을 뽑는다면 다음 네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OED, AHD, NODE, MED



OED

일단, OED를 먼저 언급해야겠습니다. OED는 Oxford English Dictionary를 줄인 말인데, 영어사전, 아니 사전의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사전을 만든 과정에 대한 대중서도 몇 권 있을 정도지요. 제가 OED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 1학년 때 중앙 도서관에서 였습니다. 오오, 20권짜리 사전이라! 압도적이었습니다. 해당 단어가 몇 년도 어떤 글에서 어떤 문장에서 어떤 용법으로 쓰였는지 줄줄이 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OED는 그 가격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대한민국 국민인 것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OED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이거 정말 빅 뉴스입니다).

어떻게? KERIS 학술연구정보서비스를 사용하면 됩니다. 정말 엄청난 혜택입니다. 어떤 단어의 쓰임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은 꼭 한번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입을 하지 않고 보시려면 OED의 Word of the Day라는 서비스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감질나지만 하루에 한 단어씩 (아마 무작위로) OED의 내용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들어가셔서 상단의 Date chart(언제 쓰였는가를 차트로), Etymology(어원) 등 버튼을 누르시면 해당 정보가 추가되어 보입니다.




AHD


이번엔 AHD, 즉 American Heritage Dictionary입니다. 이 사전의 차별적 강점은 Indo-Europian Roots 부록에 있습니다. 인도 유러피안 어근은 통상 영어의 어원을 이야기할 때 언급하는 OE(Old English)나 라틴어 등을 훨썬 앞지릅니다 -- 기원전 5000년 부근입니다. 인도 유러피안 언어는 영어는 물론이고 많은 유럽, 아시아 언어의 조상입니다. 일반 사전에는 이 자료가 없습니다. 하지만 AHD에는 각 단어별로 어원 설명에 IER을 언급하고, 부록을 찾아보면 그 단어와 어근을 공유하는 다른 단어들 목록도 볼 수 있습니다. 장점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단어들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의외로 단어 이해나 외우기가 훨씬 쉽습니다. 또 다른 언어의 단어까지 꿰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AHD도 역시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보시다시피 부록도 그대로 다 들어가 있습니다.

가셔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는 단어의 어원을 한번 찾아보세요. 어떤 다른 단어랑 연관이 있나요? 놀라실 겁니다.

예를 들어서, node(몇 개의 선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전산학, 수학에서 통상 "노드"라고 부름)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매듭(knot)을 뜻하는 라틴어 nodus에서 왔다고 하고, 이것은 다시 ned-라는 인도 유러피안 어근으로 거슬러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링크를 눌러봅니다. ned-를 어근으로 하는 단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어근은 묶는다(bind, tie)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net(그물)나 connect(연결하다)가 모두 같은 어근에서 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참고로 이 사전의 어원 정보는 용어 번역시 매우 강력한 비밀 무기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J언어를 만들고 튜링상을 수상한 켄 이버슨이라는 전산학자는 AHD의 골수 팬이었다고 합니다:


As others have recounted, Ken was deeply interested in words, their use and their etymology. He indeed did read the dictionary, and kept a copy of the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39] (along with other dictionaries) by his easy chair for ready reference. He especially encouraged me to consult the section on Indo-European roots in the back of the AHD, which makes deep and uncommon connections between words.

Many of Ken’s relatives and friends received from him the AHD as a present.


(http://keiapl.info/rhui/remember.htm에서 인용)



당연히 J언어의 어휘들 이름을 정할 때 이 AHD를 많이 참고했겠지요? (고로 J언어 공부할 때 AHD를 사용하면 유리합니다)

NODE


The New Oxford Dictionary Of English입니다. 이 사전에 대해서는 노스모크 위키페이지에 제가 썼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OED를 갖출 수 없다면 이 책을 구입하라. 집에 영영사전(동의어 사전 빼고)이 딱 두 개라면 EFL/ESL 학습자를 위한 "쉬운 사전" 하나와 NODE를 갖출 일이다.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개인적으로 김창준이 가장 좋아하는 사전이다. 사전은 현재 언어대중이 사용하는 언어에 기반해야 한다는 철학 하에 이제까지의 옥스포트 사전 전통을 깨트린 "획기적"인 사전. 비교적 전문분야의 단어들도 수록을 해서, 전체 표제어수가 350,000을 넘는다. (MWCD는 200,000 대, OALD나 CCED같은 EFL/ESL 학습자용 사전은 많아야 7-80,000 대)


특히나 이 사전은 중심 의미(core sense), 부의미(subsense) 등으로 의미의 줄기를 나눠놨기 때문에 중심 의미를 보면 그 단어의 전체 "감"을 꿰뚫을 수 있다. 주변에 NODE를 많이 추천해 줬는데, 책상머리에 NODE만 두고 이것만 쓴다는 친구들이 많다. NODE를 보면 모든게 명쾌하게 이해된다고 한다.


저는 NODE 종이판도 있고 CD판도 있습니다. 역시 이 사전의 엄청난 팬인 제 후배가 미국 뉴욕에서 살다가 돌아올 때 귀국 선물로 NODE CD를 사다줬습니다.



MED

MSN Encarta Dictionary입니다. 사전학적으로 크게 대우 받는 사전은 아닌 걸로 압니다만, 사용한 말뭉치들이 꽤 최근 것인 듯 합니다. 최근의 신조어나 슬랭 같은 단어는 MED 외에서 찾기가 어렵더군요. 그렇게 정감이 가는 사전은 아니지만 자주 사용합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어사전만 뽑았네요. 국어 사전 중에서는 연세한국어사전(그 이유에 대해서는 노스모크의 "연세한국어사전" 페이지 참고)을 좋아합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6/03/31 00:53 | 트랙백(2)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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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XIT MUSIC at 2006/05/13 17:54

제목 : Useful dictionaries..
These stuffs can help improving my english skills.....more

Tracked from 잘 놀자 at 2006/06/10 15:08

제목 : 영영사전 소개 글::사전을 사랑한 사람
사전을 사랑한 사람 저는 한 때 사전 수집벽이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사전 개수가 도합 40여종이 넘었죠. 저는 특히 영영사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줍잖게 사전학(lexicography) 공부도 하고 그랬습니다. 노스모크의 영영사전이라는 페이지를 보면 제가 가진 사전 몇 개에 대해 평을 써둔 게 있습니다. 요즘은 사전을 그렇게 여유롭게 들여다 볼 짬이나 의욕이 없어서, 주로 사용하는 사전은 몇 개로 한정되어 버렸습니다(통상 웹이나 전자사전을 사용하.....more

Commented by withwood at 2006/03/31 10:36
RISS의 경우 소속기관이 없으면 안 되네요. 며칠 전에는 되었던 것 같은데...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6/03/31 10:55
[withwood님] "회원 가입/정보 수정 시 소속기관은 회원 가입/수정에 필수항목이 아니므로 소속기관이 없거나 검색되지 않으면 입력하시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도움말에 나오는데요?
Commented by 어이 at 2006/03/31 18:36
노스모크에서 창준님의 글을 많이 찾아 읽었더랬습니다. 위키에서 읽었던 글을 블로그에서 다시 보니 느낌이 색다르네요. 저도 개인위키를 사용하면서 블로그를 적습니다.
아직 위키위키만 사용하시던 무렵에 블로그에 대해 쓰신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위키위키 전도사에서 블로거가 되시면서 무엇을 배우셨습니까? 만약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적당한 도구가 있다'는 것이라면, 위키위키만 알던 시절의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Commented by 박영록 at 2006/04/01 00:32
RISS가 일반회원의 경우는 오후 5시 이후부터인가만 되는 서비스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ACM도 그렇고 OED도 아침에는 접속이 안되더군요. 오후 5시 이후에 한 번 접속해보세요.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6/04/03 23:39
[이이님]
긴 답변은 새 블로그 포스팅으로 대신하겠습니다. 간략히 답변드리자면,

> 위키위키 전도사에서 블로거가 되시면서 무엇을 배우셨습니까?

역할 변경이 아니라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배우는 점은 블로그 사용자들의 마인드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6/04/03 23:40
> 만약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적당한 도구가 있다'는 것이라면, 위키위키만 알던 시절의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위키위키만 알던 시절"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고요, 그 때나 지금이나 생각은 비슷합니다. 블로그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계속 제 생각은 조금씩 변화해왔는데, 블로그 사용 전의 가장 최종 버전은, 블로그라는 형태는 퍼블리싱 도구로 좋고 위키위키라는 형태는 작업 도구로 좋다는 생각입니다. 워드의 "The blogosphere is a community that might produce a work. Whereas a wikis a work that might produce a community"라는 말에도 상당히 공감이 가고요. 또, 블로그를 위키처럼 쓸 수도 있고, 위키를 블로그처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위키냐 블로그냐는 어떤 도구를 쓰냐보다 도구를 어떤 스타일로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김창준
Commented by 카르페 at 2007/05/06 16:48
안녕하세요, 사전 검색하다 여기까지 흘러 들어와서 잠시 가슴이 포근,해진 아이입니다. ^^
사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The New Oxford American English 라는 사전을 알고 계시는지요,
요번에 전자사전을 하나 사려고 EW-D2700 후속모델 EW-E2800 (http://shopping.naver.com/detail/detail.nhn?cat_id=00060101&nv_mid=4022350406&ani=0&tc=3) 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카시오에서 또 새로 출시한 EW-H6000GN (http://shopping.naver.com/detail/detail.nhn?cat_id=00060101&nv_mid=4041607071&ani=0&tc=3) 을 보니 The New Oxford Dictionary Of English 대신에 The New Oxford American English 가 들어있더군요. NODE 를 기반으로 해서 American English를 겨냥한 사전..이라고 얼핏 본것 같습니다. 혹시 아시는지, NODE와 비교해서 어떤지.. 궁금해서 말씀드려봅니다.
갑자기 새로운 녀석이 나타나서 뭘 사야할지 무척 헷갈리네요.
굳이 The New Oxford American English를 보지 않아도 NODE가 미국영어를 커버한다면 NODE를 선택할 것 같고,
The New Oxford American English 가 그래도 미국 영어에는 더 뛰어나고 그 자체로도 NODE 만큼 좋은 사전이라면 The New Oxford American English 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Commented by Jesse at 2007/05/10 22:36
김창준님. Random House 영영사전은 어떤가요?
평가에 추가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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