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20시간 근무하는 회사
20%의 여유시간. 80%의 업무시간. (MediaFlock)

이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척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근무시간이 기본적으로 주당 20시간(하루 평균 4시간 꼴)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 계발, 스터디, 체력단련, 사교모임, 취미생활 등을 함께 혹은 따로 합니다.

이 주당 20시간의 아이디어는 제 개인적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예전에 써뒀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나는 이런 경험이 있다. 하루 8시간 일할 때보다 하루 4시간 일할 때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했었다. 하루 4시간 일하면 나머지 시간에 무의식이 작동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구 만들어낸다(혹은 여가시간에 관련 논문을 찾아 읽거나 한다). 또 나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고 자기 행동 수정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다음날 일터에 도착하면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8시간 일하게 되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그냥 멍하게 되고 일 관련된 창의적 발상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이걸 프랙탈적으로 적용해서, 한 두달이나 한 분기를 일하고 또 그만큼 쉬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역시 이 경우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오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하루 4시간 일할 때만큼의 엄청난 에너지를 맛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방점은 "쉰다"는 것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핵심은 전환점에도 있었다. 일하다->쉬다, 쉬다->일하다. 이 전환점이 얼마나 자주 있었느냐가 중요했다. 8시간 일하게 되면 일하다->쉬다, 쉬다->일하다는 전환점이 명확하지가 않다. 집에 곧장 퇴근을 한다고 해도 마음놓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하지만 4시간 모드에서는 나날이 이 전환점을 맛보게 된다. 나는 이런 전환점이 뭔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는데 4시간 모드에서는 일일신우일신이 가능했다.

(http://xper.org/wiki/seminar/_b4_ba_c6_d0_b7_af_b4_d9_c0_d3에서)


참 반어적입니다. 하루 8시간 일할 때보다 하루 4시간 일할 때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했다니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개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모순입니다. 시간이 없고 바빠서 개선을 못하는데 사실 개선이 가장 필요한 사람과조직은 여유가 없는 사람과 조직들입니다. 퍼즐 중에 숫자맞추기라고 있습니다. 1부터 15까지 숫자를 맞추는데 전체 칸은 16칸이고 한 칸이 비어있지요. 판의 배열을 바꾸려면 여유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톰 디마르코가 쓴 "슬랙(Slack)"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그리고 설득력있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http://xper.org/wiki/seminar/Slack)

이 여유 시간 동안 개선과 발전을 하게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 조직과 점점 차이가 커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지식과 능력은 복리로 이자가 붙기 때문입니다. (http://xper.org/wiki/seminar/_ba_b9_b8_ae 참고) 혹자는 어떻게 하루 네 시간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데,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하루 네 시간 일하기 때문에(바로 그 이유로) 하루 네 시간 일하고도 살 수 있습니다" 나머지 네 시간의 여유 덕분에 일하는 네 시간을 밀도 높고 압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조직이나 개인의 효율/효과성면은 그렇고, 삶의 질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습니다.

제가 일반 회사를 다닐 때 회사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잠시 쉬러 공원 벤치에 나와 앉아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좋았는데, "아 좋다"하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러다가는 갑자기 내가 자유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자유인이라고 하죠.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자유가 있는가. 경복궁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가 있는가? 대부분의 직장인은 가지 못할 겁니다. 가고 싶어도 퇴근할 때 즈음이면 문을 닫겠지요. 주말은 주말대로 이유와 사정이 있을테고요. 이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10-to-7에서, 9-to-6, 8-to-5까지 해보았는데 저녁 활용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오후 4시 이전에 퇴근이 되면 여유시간이 팍 늘어나게 되더군요. 더하기가 곱하기가 된다고 할까요.

하루 평균 4시간 근무를 대략 1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데 삶의 질과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아지는 걸 느낍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06/02/07 14:14 | 트랙백(2) | 핑백(2)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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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Kenny's Prog.. at 2007/02/21 14:50

제목 : Welcome! 주 20시간 근무
주 20시간? 파격적인 구인 글에 깜짝 놀랬고 주변 사람들까지 불러서 이런 곳이 정말 있을까 하고 구경했다(불행히도 이들 중 일부는 어제 새벽까지 작업한 사람들이다). 현재 내가 있는 곳뿐 아니라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도 받아본 적이 없는 제안이다. 시간만 좋다면 XP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도전은 정말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 관해서는 류한석 님의 글(http://bobbyryu.blog......more

Tracked from Free sex pho.. at 2008/07/04 08:39

제목 : Big tit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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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여러번 소개되었던 주당 16시간 일하는 프로젝트(주당 20시간 근무하는 회사, 애자일컨설팅에서 일해보니 등)에 대한 기사가 IBM 디벨로퍼 웍스에 실렸습니다. 제목은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개발을 꿈꾸며 '일주일에 16시간만 일하기' ... more

Linked at 백수일기 : 주당 16시간 일하기 at 2007/07/10 15:17

... 주당 20시간 근무하는 회사, 애자일컨설팅에서 일해보니 등)에 대한 기사가 IBM 디벨로퍼 웍스에 실렸습니다. ... more

Commented by 박영록 at 2006/02/08 02:15
'시간관리 인생관리'에 나오는 이야기랑 비슷한 느낌이 드는군요. 사용하는 시간의 단위를 작게 해서 효율을 높이는 것. 그리고 만약 핵심이 전환점에 있다면 8시간 근무제를 채택한 많은 기업들도 전환점을 확대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겠군요.

자유에 대한 이야기는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라는 명언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Commented by 플루 at 2006/02/08 11:31
저도 가급적이면 딴 짓을 하는데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보다 생산적인 아이디어는 한참 업무에 집중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 업무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떠오르더군요. ^^
Commented by 애자일컨설팅 at 2006/02/09 15:20
[박영록] 그러네요. 뭐랄까, 전환점을 기준으로 확연한 구분, 그리고 물리적 환경의 변화 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환점 전후로 해서 하는 일도 비슷하고 장소도 비슷하고 하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장소가 달라지고 육체적 활동을 한다거나 하면 뇌의 다른 부위들이 자극을 받아서 아이디어들이 막 연결되나 봅니다.

민주주의는 공장 앞에서 멈춘다, 이거 멋있네요.

[플루] 맞아요, 그래서 여유가 늘 중요한 것 같고, 여유는 여유를 만드니까 부익부빈익빈이 되어서 "Slack Divide"를 만드는 듯.

--김창준
Commented by 호야 at 2007/02/16 14:43
최근에 하루 이틀 정도는 약간 한가해졌는데 설날 전이라서 그런가? 보통 업무시간 전화에 코딩에 서버오류에 내부직원의 요청에 정신이 없어서 6시 넘어서 퇴근후 오늘 모했나 생각을 해보면은 정말 바보같이 오늘 모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가끔 집에서 한가로이 업무나 개발쪽 생각을 할때 크지는 않지만 개선적인 생각이 나올때가 있는데 이게 위에 쓰신글과 연관이 있는지..

한편으로는 넘 시간이 한가하면 더 나태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물론 본인이 잡아야할 문제죠.. ) ㅋㅋㅋ
Commented by 배고픈 바보 at 2007/02/20 09:15
아 디마르코...피플웨어 쓰신분이죠? Slack도 한번 봐야겠네요... - 고객 눈치보느라 빨간날만 쉬라는 상부의 지침때문에 출근한 직장인 -
Commented by 고공강하 at 2007/03/27 08:35
멋집니다. 저도 그러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일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지치게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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