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의 주관성 : 당신이 설득에 실패하는 이유
애자일 같은 새로운 개념을 주변에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명시적 대상은 주로 상사나 동료들이 되겠죠. 하지만 부하직원도 설득이 필요합니다 -- 팀장 자리에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 전파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입니다.

여하튼 이런 설득으로 고민을 하다가 저에게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측정 자료를 제시해야 하나요? 혹시 설득에 효과적일만한 사례가 있나요? 또 어떤 분들은 나름 객관적 수치들을 수집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저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계신가요? 얼마나 대화를 해보셨나요?"

십중팔구는 "그 분이랑은 별로 이야기 못해봤습니다"란 답이 돌아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도 설득할 확률은 낮다고 봐야 합니다.

오늘은 왜 그런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설득할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어떤 강사가 함수형 포인터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그게 뭔지 잘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함수형 포인터란 함수를 레퍼런스하는 포인터를 말합니다. 그럼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서요..."

이 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듭니다. "혹시 예를 좀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아! 예 말이죠! 제가 아차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러고는 강사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을 잇습니다. "그럼 예컨대, 여기 어떤 함수 f가 있다고 칩시다. 그리고 포인터 p가 있다고 할 때, 이 p가 f를 레퍼런스하면 p를 함수형 포인터라고 할 수 있겠죠"


일종의 코미디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죠. 강사 입장에서는 분명 구체적 예를 든 겁니다.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도움이 안되었을 겁니다. 너무 추상적이거든요. 아마도 강사는 MBTI 유형에서 N(직관) 유형일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예를 든다고 해도 꼭 추상적인 예만 듭니다. 헛바퀴가 도는 거죠. "아니 제 말은 예를 들어달라니까..."/"방금 예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에서 강사는 자신이 좋은 예를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예"의 정의가 주관적인 것이죠.

우리가 일상에서, 또 IT 업계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들이 이렇게 주관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자연 언어의 한계라고 할까요.

제 블로그에 종종 등장하는 와인버그 옹은 품질(quality)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Quality is value to some person(품질이란 누군가에게 가치가 되는 것이다). --Gerald Weinberg (번역은 김창준)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품질의 정의와 다르죠? 그런 정의들은 매우 플라톤적입니다. 뭔가 고상하고 완벽한 품질이라는 것이 하늘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와인버그의 정의는 상대주의적이며 동시에 무척 실용적입니다. 사실 품질을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똑같은 제품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품질이 좋다, 어떤 사람은 형편없다는 말을 할 수 있거든요. 품질뿐만이 아닙니다. 결함도 상대적으로 정의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능이 다른 사람에게는 결함이 되기도 하죠.

그러면 우리가 품질을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를 놓고 하는 말이냐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겁니다. 그런데 이 누구를 빼놓게 되면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품질이 형편없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왜냐? 당사자가 별로 중요하게, 가치있게 여기지도 않는 거에만 신경을 썼거든요.

이런 이유로 품질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Quality Assurance 등), 고품질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설득이라는 주제로 돌아오죠. 설득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들은 설득을 하기 위해 객관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객관의 개념 자체가 매우 주관적입니다.

모 공공 프로젝트에서 평가 부분이 너무 주관적으로 느껴지기에(소위 말하는 인지적 편향cognitive bias이 작용할 여지가 크기에) 좀 더 객관적인 통계적 기법을 제안했더니 단박에 거절 당했습니다. 통계적 기법의 적용이 주관적이라고 거절당했습니다. 평가자들이 순전히 주관적으로(인지적 편향에 영향을 크게 받으며) 판단하고 그걸 전통적 방식으로 취합하는 기존 평가 방식이 더 객관적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부인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니다.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자료를 들이밀어야 한다. 애자일을 조직에 퍼뜨리기 위해 "객관적" 수치 모으기에 바쁜 분들이 그런 믿음을 갖고 계십니다.

그럴 경우 제 뼈아픈 경험담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약간의 픽션을 곁들여) 들려드립니다.

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중간 평가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심판관 역할을 하시는 분들을 일종의 방해자로 생각을 하고 일부러 접촉을 자주 하거나 하질 않았죠. 결과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떤 어떤 요소가 부족하고, 어떤 부분은 지나치고. 무슨 근거가 있냐고 따지고.

그래서 그때부터 전략을 바꿨습니다. 객관적 자료를 모으자. 실제로 객관적, 정량적인 데이타를 많이 모았습니다. 결과는? 일단 우리가 모은 데이타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압도적 승리. 마지막 평가 때에 심판관들에게 보여드렸죠. 마지 못해 수긍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얼굴에는 의기 양양한 승리의 미소가 흐르고 있었죠. 그 때 심판관들의 얼굴에 언뜻 비치던 불편해 하는 표정은 패배자의 모습으로 치부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프로젝트는 취소되었습니다. 데이타 샘플링이 편향되었다거나 뭐 그런 저런 이유들이 붙었을 겁니다.


결국 결정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 마음에 드냐 안드냐, 이겁니다. 안들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반대하게 됩니다. 도대체 누구의 "객관"이냐 이거죠. 가만히 보면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객관만 신경을 쓰는 실수를 저지른 겁니다.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말씀드리죠.

모 회사에서 객관적 자료로 설득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논문 몇 편 갖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끝에 묻더군요. "그거 어느 나라 사례인가요?"/"미국요"/"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나라는 미국이랑 달라요, 이 사람아."

이번에는 다시 우리 나라 연구를 갖고 찾아갑니다. "그거 어느 업계 사례인가요?"/"X 업계요"/"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 업계는 거기랑 전혀 달라요, 이 사람아."

이번에는 다시 해당 업계 자료를 구해 갑니다. "그거 어느 회사 사례인가요?"/"A 회사요"/"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 회사는 그 회사랑 전혀 달라요, 이 사람아."

그래서 어떻게 그 회사에서 코칭을 합니다. 최종 발표를 합니다. "그거 어느 팀 사례인가요?"/"K 팀요"/"에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우리 팀은 그 팀이랑 상황이 전혀 달라요, 이 사람아."


뭔가 중복이 보이고 패턴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마음에 안들면 어떤 "객관적" 자료를 갖다 줘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그 자료에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라는 암시가 강하게 있다면(그리고 그렇게 해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면) 더더욱 설득이 어렵습니다.

이쯤되면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건 그런 판단하는 사람이 잘못되서 그런 거유. 감정적인 선호에 휘둘리지 말고 논리적 판단을 해야지 말야, 이 사람아. 근데, 논리적이라는 것도 상대적입니다. 그리고 논리랑 감정적 판단을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다마지오(Damasio, A.)와 그의 동료들은([1][2] 참조) 감정과 의사결정을 연결하는 특정 뇌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연구했습니다. 그 환자들은 손상을 입기 전에 정상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손상 후에도 말을 잘 했고, 논리 문제를 풀거나, 새로운 정보를 배우거나 IQ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 등은 가능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식당을 고르는 것 같은 사소한 결정에 대해서도 그들은 엄청나게 고민하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도박 게임에서는 올바른 전략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 전략을 "선택"하고 사용하지 못해서 돈을 잃었습니다. 이런 연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부분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런 감정적 부분이 배제된다면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이성을 깨끗하게 분리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정과 이성을 분리할 수 없는 것은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깨끗하게 분리할 수 없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감정과 이성의 혼합 상태를 스스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 이성의 위대함에 먹칠을 한다고 생각해서일까요.

그러면 여기에서 이런 결론을 이끌어 내는 분이 계십니다. 인간이 그런 약점이 있으니, 알고리즘이 결정하게, 혹은 정밀한 법과 규범이 결정하게 해야한다. 그런데 그런 걸 만드는 주체가 인간입니다. 알고리즘을 돌려서 어떤 결정이 나왔는데, "some person" 맘에 안들면 알고리즘이 잘못되었다고 고치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some person" 맘인 것이죠.

논리성과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버리셔야 합니다. 그래야 현실적으로 설득이 가능합니다. 내가 설득하고 싶은 상대를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고,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설명 방식을 선호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출발은 결국 내가 설득하려는 사람에게서 하는 것입니다. 자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상사가 애자일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상사와는 별로 대화도 없으면서 사례 찾거나 측정에 시간을 쏟는 분들에게 저는 앞서 이야기한 조언을 드립니다.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하고 계신가요? 얼마나 대화를 해보셨나요?"

좀 더 감이 오게, 애자일을 상대에 맞게 소개하는 방법의 몇가지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KAI 인지 성향에서:

  •  I(Innovation)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 애자일 이거 정말 새로운 겁니다. 당신은 이걸 하면 새로운 경험할 할 기회가 생깁니다. 모조리 싹 바뀔 겁니다.
  • A(Adaption)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 애자일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방법들을 더 낫게 개선한 겁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 방식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겁니다. 많이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MBTI 성격 유형의 4가지 기질에서도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4가지 기질(Four Temperament)을 모르시는 분을 위해 재미있는 일화를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모 모임에서 히터가 켜져있어서 너무 더웠다고 합니다. 히터를 어떻게 끌 줄 몰라했는데 누군가 일어서더니 에어컨을 켰습니다. 그 사람은 위 4가지 기질 중 무엇일까요? SP(Troubleshooter)입니다. NT(Visionary)는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우아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불평합니다. NF(Catalyst)는? 에어컨 킨 사람이 비난을 받을까봐 걱정합니다. SJ(Organizer)는? 비효율적이라고 불만입니다.

감이 좀 오시죠? 그럼 애자일을 이 4가지 기질에게 설명할 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예를 들어 드리죠:
  • NT(intuitive thinking) : 애자일을 하면 낮은 의존성과 높은 응집성의 이상적이고 우아한 설계를 실제로 실현하고, 또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파게티 코드는 안녕입니다.
  • NF(intuitive feeling) : 고객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팀원들 모두가 신뢰하고 협력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개인적인 성장도 가능합니다.
  • SJ(sensing judging) : 효율적입니다. 낭비되는 작업을 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문서화나 회의 안합니다. 한 눈에 현 프로젝트 상황이 들어오고, 지금 당장 뭐해야 할지가 명확하게 보이게 됩니다. 더 안전합니다. 데드라인에 와서 "죄송합니다" 같은 상황 절대 나오지 않고, 정확한 예측이 점점 가능해집니다.
  • SP(sensing perceiving) : 설계한다고 몇 달 씩 시간 끌지 않습니다. 당장 개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순식간에 원하는 대로 코드를 바꾸고 테스트를 통과하고 하는 짜릿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가 실패하면 그 원인 버그를 찾아서 고치는 것이 마치 게임 같습니다. 재미있는 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객관성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이며, 내가 생각하는 객관이 상대의 객관이 아닐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설득에 성공하려면 우선 그 사람을 이해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AC2 과정에서는 설득을 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모으는 부분(이 부분도 기술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0/08/02 21:17 | 트랙백(8) | 핑백(1) | 덧글(19)
7월 애자일(xper) 정기 모임
7월 정모 소식입니다. 금주 목요일(7월 29일) 저녁 7시반에 시작합니다. 위치는 선릉역 SW비즈니스센터 지하 1층입니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토론 주제가 많습니다. iphone에서의 단위 테스트, 성공적인 코드 리뷰, 강제로 스크럼 하기 등 여러가지 소주제로 동시 토론을 합니다.

현재 딱 4자리 남았네요. 혹시 내일이나 당일 취소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대기자로라도 올려두시길 권합니다.

신청은 xper 7월 정기모임에서 받습니다.

by 애자일컨설팅 | 2010/07/27 02:35 | 트랙백 | 덧글(0)
AC2 4기를 시작합니다
오늘부터 AC2 4기를 모집합니다. 8월 27일부터 11월 26일까지 총 3개월 과정입니다.

AC2가 뭔지 모르신다고요? 애자일 코치를 키우는 코칭 과정입니다. 넓게 보면, 자신을 바꿔서 조직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대상자는 다양합니다. 기업의 대표, 연구소장, 기술이사, 개발팀장, 개발팀원, 프로세스 개선 담당자 등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십니다. 참가자들을 보면 꼭 IT 분야에만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AC2에 참가하시면서 AC2 졸업생 커뮤니티에 속하게 되시는데, 이 네트워크의 다양성과 진정성에서 도움을 많이 받으실 겁니다.

간혹 AC2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궁금하다며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제까지 AC2 과정 중 워크샵이나 1대1 코칭에서 다뤘던 것들의 예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 동기가 부족해 보이는 부하 직원 코칭하기
  • 윗 사람에게 프로젝트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내고 영향을 미치기
  •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 프로그램 소스 효과적으로 읽고 이해하기
  • 테스트 주도 개발 실습
  • 팀의 개발 프로세스 개선
  • 공부하는 습관 바꾸기
  • 부하직원에 대한 (칭찬과 지적하는) 피드백 방법 개선하기

현재 3기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3기에서도 이미 긍정적인 겪고 있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우선 변화는 자신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점차적으로 가정, 팀, 회사로 번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4기에서 바뀌는 점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 Early Bird 할인(7월 21일까지 신청하시면 20% 할인)이 생겼습니다
  • 평일낮에 참가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슈퍼비전 과정이 생겼습니다
  • AC2 장학생 제도가 생겼습니다 (선발이 되면 3개월 과정 교육비가 전액 지원됩니다)
  • 교육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3기 때보다 더 효과적이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게 됩니다)
  • Reading 리스트가 많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 AC2 소감에 코치 소감과 참가자 소감이 더 길어졌습니다

마지막 줄에 있는 "AC2 소감"이라는 페이지에 제가 AC2를 이끌면서 느꼈던 점을 업데이트 했는데, 여기에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아래에 그 내용을 옮겨 봅니다. 제가 AC2 과정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들입니다.

처음 느낀 놀라움은 회사의 지원 없이 자비로 이 과정을 듣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토록 사람들에게 학습의 욕구가 강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는 (AC2 과정을 기획한 의도와는 달리) 한 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들이 회사 내에서 코치를 코칭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예컨대 사내 컨설턴트나 CTO)이 아니라 개발팀의 팀장이거나 그냥 팀원인 분들이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이 분들에게 무엇을 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 코칭은 어느 누구든지 필요한 지식이고 경험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는, 참가자분들에게 시급한 것, 혹은 병목이라고 할만한 것은 제 처음 예상과는 달리, 타인의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 장애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인 관계 코칭, 자기 감정 코칭과 같은 부분들이 "애자일 코칭" 이상으로 중요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변화시키는 일을 할 수 없다"라고 말한 제럴드 와인버그의 명언을 다시금 새길 수 있었습니다.

네번째는, 진정한 변화는 전방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직장에서의 삶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것이 더 프로다운 행동이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인간의 감정과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갈라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부모의 역할, 배우자의 역할, 팀장의 역할, 개발자의 역할 등등이 모두 엮여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한 부분에서 시작해도 전체로 번져나갑니다. 팀장으로서 역할 변화가 생기는데 가정에서 변화가 안생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흥미롭게도 AC2 과정 참가자분들 중에, 팀장과의 관계(혹은 팀원과의 관계)가 바뀌면서 동시에 배우자나 아이와의 관계가 바뀌었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섯번째는, 확실한 학습을 위해서는 본인의 경험과 멘토/코치의 경험을 병치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교육은 "이렇게 저렇게 하세요"라는 말을 듣고는 열심히 노트에 적고, "아하!"를 외치고 돌아갑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거의 적용하지 못합니다. 훈련도 안되었고 어떤 부분이 키포인트인지 모르기 때문이고,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1대1 코칭 시에 본인이 자신의 팀원과 나눴던 대화의 스크립트를 가져오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면 저와 역할 연기를 우선 해봅니다. 제가 팀원이 되고 그분이 팀장이 됩니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서 합니다. 제가 묻습니다. "어떤 기분이 드세요?" 일단 여기에서 인지적 변화가 옵니다. 그 다음에는 저라면 대화를 이렇게 다르게 했을 것 같다 싶은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서로 새로운 스크립트를 만들어 봅니다. 다시 역할 연기를 해봅니다(바꿔서도 다시 한번). 이렇게 하면 본인이 가장 크게 느낍니다. 아, 확연히 다르구나.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구나. 이렇게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실전 연습까지 되는 것이죠. 이 방식은 꼭 대화뿐만 아니라 오늘 내가 버그를 잡았던 과정, 코딩했던 일, 책을 읽었던 것 모두 적용 가능합니다. 이런 병치 비교 방식, 그리고 역할 연기, 시뮬레이션, 인지적 작업 분석(Cognitive Task Analysis) 등의 기법을 썼을 때 당사자가 실제 상황에 가서도 적용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더군요. 그리고 제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실수를 하는지, 이 분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등을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향후 코칭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참가자분들 덕분에 정말 행복하고 알차게 석 달을 보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대1 코칭을 하게 되면 직장에서 늦게 퇴근해서 밤 9시 넘어서야 뵙게 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고 저랑 1시간 반 동안 코칭을 하게 되죠. 첫 표정이 어둡습니다. 그런데 1시간 반 코칭을 받으시고는 얼굴이 그야말로 활~짝 펴집니다. 목소리에 힘이 생깁니다. 희망이 보인다,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럼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경험과 에너지 덕분에 계속 AC2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장학생을 뽑기 때문에 자리가 하나 줄었습니다. 또 조기 할인(Early Bird) 제도로 일찍부터 자리가 그리 넉넉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빨리 신청을 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AC2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by 애자일컨설팅 | 2010/07/16 10:09 | 트랙백(2)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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