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AC2 과정
안녕하세요.

요즘은 AC2 레벨2 과정을 진행 중입니다. AC2는 총 3개의 레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레벨1을 거친 분들 중 레벨2를 하고 싶은 분들의 수요가 생기면 레벨2를 했었는데요. 내년에는 AC2 과정 처음으로 레벨3를 할 계획입니다.

이번 여름에 레벨2를 하느라 레벨1이 안열려 기다리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드디어 올해 마지막 레벨1 과정을 모집 시작합니다. 개인의 변화에 목마른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10월 7일 시작하는 21기 과정입니다.

모집을 시작하고 늘 빨리 마감이 되어 아쉬워 하는 분들이 계시니 참가 의사가 있는 분들은 신청을 서둘러주세요. ^^

by 애자일컨설팅 | 2015/08/28 15:20 | 트랙백 | 덧글(0)
컨퍼런스와 강연에서 본전 뽑기
올 2월 싱가폴에서 열린 모 학회에 다녀오면서 컨퍼런스를 잘 활용하는 법에 대해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2009년에는 일본의 C5 컨퍼런스에 다녀와서 컨퍼런스 잘 활용하기 패턴집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블로그에 컨퍼런스 비용 너무 따지지 말고 질러라(컨퍼런스 가서 골프를 친다고?)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 똑같은 컨퍼런스에, 똑같은 세션에 들어갔는데 저와 다른 분들의 경험과 만족도가 너무 차이가 컸던 걸 보고 느꼈습니다. 예컨대 저는 서너시간의 세션이 끝나고 강사의 전문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다른 분들은 형편없다고 생각을 하시고 배울 점이 전혀 없다고 보시더군요. 컨퍼런스 마지막날 불만 이야기를 너무 하셔서 차마 저는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얘기 하기가 미안하더군요. 저와 그분들이 전혀 다른 경험을 한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강연이나 컨퍼런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중에서도 오늘은 컨퍼런스에 가서 전문가로부터 잘 배우는 방법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컨퍼런스나 강연회 가면 사실 별로 배워오는 게 없습니다. 그게 흔한 일이고 정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강연이라는 형식과 전문가의(및 전문가에 대한) 착각에서 옵니다.

전문가가 강연을 할 때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들은 사실 매우 제한적인 정보이거나 혹은 잘못된 정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한적이라는 것은 중요한 내용들을 빠트리고 설명한다는 것이고(특히 직관, 의사결정, 상황파악 등 중요한 암묵지들), 잘못됐다는 것은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해야한다고 설명한다는 것(소위 pet theory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근데 이건 전문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빠지는 오류이기도 합니다. 마치 물고기가 물을 생각 안하듯이. 그리고 이런 오류는 "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일수록 더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다는 것은 문제 풀이를 하거나, 과학 연구를 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그러면 방법이 있을까요?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강연회나 컨퍼런스 등에 가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을 한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저는 관찰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설명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고 얼마나 다른가를 봐야 합니다. 거기에서 구체적인 질문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강사가 시연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몇 번에 걸쳐 시연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래도 안되면 차선책은 내가(학생이) 시연을 하고 전문가보고 그걸 관찰해서 피드백을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문가는 소위 "연설" 모드에서 하는 모드로 바뀝니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관찰적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관찰하기에 가까운 질문을 한다는 것인데, 예컨대 과거 특정 이벤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어서 속을 캐보는 질문(Probing Questions라고 함)들을 합니다. 강연 중 질문이 가능한 때에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고, 혹은 강연이 끝나거나 쉬는 시간에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관찰 정보를 수집했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확인입니다. 내가 관찰한 것에는 내 해석과 추론이 들어가기 때문에 당사자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관찰한 걸 정리한 다음 당사자에게 나중에 이메일을 보내든지 해서 의견을 묻습니다.

제가 이렇게 했던 사례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첫번째는 집단 상담/퍼실리테이션 전문가의 워크숍이었습니다. 이 분은 안타깝게도 교육 기술이 미숙한 분이었습니다(그러나 나중에 느끼게 되는데 집단 상담은 전문성이 있다고 느꼈음). 그래서 수업이 슬라이드 설명과 소집단 실습으로만 진행되었고 많은 분들이 어쩔 줄 몰라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워크숍 중 몇 번 강사에게 시연을 요청했으나 시간 관계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고 하니, 강사가 마음에 좀 걸렸던지, 후반부 수업에서 혹시 우리 소그룹에 와서 자기가 관찰해주는 걸 원하느냐 물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웠습니다. 저는 아예 우리 그룹을 리딩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시 소그룹 활동은 각 그룹에서 리더를 뽑아 그 사람이 일종의 퍼실리테이션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강사는 다른 그룹들에게도 확인을 했습니다. 혹시 자기가 와주기를 바라는 곳이 있는가 하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강사가 우리 그룹을 리딩할 때 저는 여러면에서 놀랐습니다. 강사가 우리 그룹에 왔을 당시가 4시간 워크숍에서 3시간이 넘게 지난 시점이었는데 그때 강사의 리딩을 관찰하고서야 우리가 이제까지 한 것의 의미가 뭔지를 그 때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강사가 의도하는 핵심이 와닿았습니다. 또 강사가 사용하는 방법들, 그러나 이제까지 소개하지 않은 실제 방법들을 그대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이 끝날 때에는 저희 그룹의 멤버들이 저에게 너무 고맙다고 하며 연락처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다른 그룹의 사람들은 전혀 갈피를 못잡았고 매우 불만족한 상태로 배운 게 없다고 느끼며 워크숍이 끝났다고 합니다.

두번째 사례는 부부상담 전문가의 예입니다. 대략 일주일 동안 지속되는 워크숍이었습니다. 강사는 설명을 하고 학생들에게 활동을 알려주고 연습하게 하는 식으로 모듈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시연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워크숍 중 지속적으로(그리고 같이 식사하기도 하면서) 시연을 요청했습니다. 점진적으로 강사는 시연을 보이게 되었고 나중에는 거의 자동적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할 활동을 설명하고는 바로, 그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직접 시연을 보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동일한 워크숍을 동일 강사로부터 1년 전에 받고 다시 받는 분들이 그 때와 이번이 천지차이이다, 너무 좋아졌다라고 말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부부상담의 시연을 직접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여준 것은 연습활동 시연이었습니다(물론 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죠).

워크숍이 끝나고 다들 뿔뿔이 흩어질 때 강사를 붙잡았습니다. 나를 위해 1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달라고 언제 식사할 때 미리 약속을 받아둔 터였습니다(그는 제가 제안할 당시 흥미로워하며 저와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관찰적 질문"(정확히는 Cognitive Task Analysis 기법)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상담을 할 때 자신이 1주일 동안 워크숍에서 설명한 "깔끔한" 상담 모형을 따르고 있지 않았습니다. 훨씬 더 동적이고 "난잡해 보이며" 실험적인 과정을 따랐습니다. 또한, 자신이 1주일 동안 거의 언급하지 않은 활동을 실제 상담시에는 60%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 그 때 1시간 동안 얻은 것이 앞서의 1주일 동안 얻은 것을 압도했다고 느꼈습니다.

세번째는 중독상담 전문가의 예입니다. 워크숍을 하는데 슬라이드를 보며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초반에 혹시 요청할 거 있냐고 질문을 하길래 저는 보면서 배우는 편인데 시연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고민을 좀 하더니 즉석에서 롤플레이로 시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주의 깊게 강사의 행동과 언사를 관찰했습니다. 너무나 인상적인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사 본인은 그 부분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본인이 그런 부분들을 설명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제 관찰을 잘 기록하고 몇 가지 핵심을 추출한 다음 워크숍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와서 장문의 이메일을 썼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것, 어떻게 시선을 두는가 등을 이 때, 이 때 관찰했다. 그 때 정확히 당신은 뭐라고 했다. 그게 몇 번 반복되었다. 나는 그것이 이런 의도가 있다고 짐작을 했다. 그리고 이런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 관찰과 해석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내용인데 중요 포인트를 대여섯개 뽑아서 번호를 붙여가며 썼습니다. 예를 들면 이 상황이랑 저 상황에서 당신은 내담자에게 선택지를 줄 때 상담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이 드는 선택지를 맨 마지막에 두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떠냐? 이런 것이죠. 그는 제가 메일 보낸 당일날 각 항목별로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확인한 "놀라운 전문성을 보인 부분들"은 그가 워크숍에서 한 번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나중에 다른 분들을 위해 한국에 돌아와서 공유회를 했습니다).

이 외에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예도 있습니다. 제가 워드 커닝햄과 짝 프로그래밍을 한 경험인데, 1시간도 안되는 짝 프로그래밍 경험은 아직까지도 제 인생 가장 학습적인(learningful) 사건 중 하나로 꼽습니다. 당시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발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밖에 서성거리고 있더군요. 제가 짝 프로그래밍을 제안해서 같이 진행하다가 서로의 동의하에 다음 세션(약 1시간)을 그냥 건너 뛰고 계속 짝 프로그래밍을 했습니다. 저희 둘이 짝 프로그래밍을 하는 동안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저희 둘을 둘러싸고 구경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몇가지 붙습니다.
  1. 관찰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2. 관찰적 질문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3. 강사와 빨리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4. 강사 자신이 실수해도 괜찮은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5. 강사를 적절하게 푸시하고 요청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6. 그리고 이렇게 해서 배운 것을 몸에 익히는 훈련을 추가적으로 해야한다
똑같은 책을 봐도 얻는 것이 다르듯이 동일한 컨퍼런스에 있고, 동일한 강연을 들어도 얻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5/08/26 12:23 | 트랙백 | 덧글(2)
문화는 공간보다 힘이 세다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무실과 가구 집기에 신경을 쓰는 회사를 많이 봅니다. 인터넷에 보면 아름다운 사무실, 혁신적인 사무실의 사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환경을 보며 입을 쩍 벌리고 부러워 하지요. 그런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상상도 하고요.

하지만 제 15년간의 컨설팅 경험에서는 오이가 피클화 되는 확률이 높지, 소금물이 오이화 되는 확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오이는 공간과 가구이고 소금물은 문화를 말합니다. 이 비유는 컨설턴트 제럴드 와인버그가 언급한 프레스콧의 피클 법칙(Prescott's Pickle Principle)을 빌어 쓴 것입니다(Cucumbers get more pickled than brine gets cucumbered.)

수 년 전에 방문했던 모 회사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협업 공간으로 유명한 사무실로 몇 개의 (국내외) 건축/디자인상도 받았다고 합니다. 공간 구획, 계단, 기둥, 탁자, 의자 등에 모두 협업적인 부분을 신경을 썼습니다.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인가 디자이너인가 하는 사람이 만들어주고 갔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공간을 보다가 저는 조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협업을 진작하기 위해, 파티션 없이 공유된 테이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데스크탑 컴퓨터를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달리 자신의 데스크 "위"에 칸막이용으로 올려두고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공간이 그들을 바꾼 것이 아니었고, 그들이 공간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그 공간은 파티션이 있는 전통적 공간과 쓰임새에서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십억을 들인 공간이 무색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모 팀에서는 사무 공간에 대한 개선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죠. 그 팀에서 했던 시도는 사람들의 사무공간 사용 동선을 분석해서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웹캠을 사무실과 회의실 등에 설치를 했었나 봅니다. 그 팀이 며칠 후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파괴된 웹캠이었습니다. 직원들 중 누군가가 기분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공간 개선팀의 바람대로 자신들의 평상시 패턴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웹캠 같은 장치가 감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불쾌하게 느껴졌던 것이죠. 상호 신뢰가 없었던 것이고, 누적된 불신이 폭발한 것이겠죠. 그래서 사무공간의 사용 패턴을 분석하려던 프로젝트는 싱겁게 빨리 끝나버렸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직원들의 사무실 사용 패턴보다 그 조직의 문화를 더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공간이 우리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소위 "어포던스"를 위한 노력이 무용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하지만 그 접근은 문화를 인정하고 그걸 변화시키려는 더 큰 그림과 함께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늘 그렇듯이, 오이는 피클이 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좋은 사무 공간을 가진 회사를 그리 부러워할 필요도 없지 싶습니다. 오이는 피클이 될테니까요.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5/08/26 11:4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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