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학습하기 힘든 직업이 살아남는다
올해 3월 구글 알파고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알파고의 등장에 충격을 받은 것은 이제껏 우리는 사람들간의 경쟁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기계와의 경쟁이라는 화두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이제는 내 일이 기계에 밀리지 않을까, 나아가 내 직업 자체가 미래에 사라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죠.

이런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간에서 떠벌리듯이 모두가 빅데이터 전문가나 컴퓨터 전문가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좀 더 원칙과 근거 중심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려면 "배우기 힘든 것"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파고가 힘들어하는 또 반대로 자신있어하는 싸움이 뭔지 생각해 봅시다. 알파고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이 있고 그렇지 못한 싸움이 있을 겁니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유리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목표(Goal)가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고 정적이며
  2.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행동/선택의 종류(Move)가 유한하게 정해져 있고
  3. 매 순간 내가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 수 있고(내가 한 선택의 피드백이 빨리 주어지고)
  4. 주로 닫힌 시스템 속에서 일하며(즉, 예상 못한 외부요소가 갑자기 들어오지 않는)
  5. 과거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구조화된 기록이 많은
환경입니다. 이런면에서 보면 바둑은 알파고에게 비교적 유리한 환경이었겠죠. 집을 많이 따면 이기고, 19x19 반상 안에서만 돌을 놓고, 매시점 대략적 집수 계산이 가능하며, 갑자기 상대가 소리를 지른다고 영향받지 않고, 과거 기보가 엄청나게 쌓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위 5개의 조건들을 보면 뭔가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위 5개의 조건은 사실 인간이 학습하기 좋은 환경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위 조건을 많이 갖추고 학습할수록 인간은 학습이 효과적으로 빨리 됩니다.

이는 샨토가 발표한(Shanteau, J. (1992). Competence in experts: The role of task characteristic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3, 252–262.) 전문성이 드러나는 직업 특징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납니다. 피드백이 주어지고 작업이 반복되며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 직업에서 전문성이 잘 드러납니다. 학습이 잘 일어나는 조건이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학습 속도를 우습게 뛰어넘어 버립니다. 예컨대 의료 영상 진단을 보면, 이 분야는 컴퓨터가 인간의 퍼포먼스를 월등하게 뛰어넘습니다. 수백만명의 영상 기록을 분석해 사용하는 경우와 어떻게 대결을 하겠습니까.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제껏 학습하기 힘든 환경에서 학습하기 힘든 주제들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게 어떤 걸까요?
  1. 목표(Goal)가 모호하고 주관적일 수 있고 동적이며
  2.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행동/선택의 종류(Move)가 불확실하고
  3. 매 순간 내가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기 어렵고(내가 한 선택의 피드백을 빨리 얻기 어렵고)
  4. 주로 열린 시스템 속에서 일하며(즉, 예상 못한 외부요소가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가 흔한)
  5. 과거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구조화된 기록이 별로 없는
경우입니다.

이곳은 소위 암묵지, 직관 같은 것들이 작동하는 영역들이지요.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에 어떤 예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발표한 다음 논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미 노동부의 방대한 O*NET 데이터(직무역량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702개의 직종이 미래에 컴퓨터로 대체될 확률을 계산한 논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옥스포드대에서 머신러닝 연구자들을 데리고 어떤 직업이 컴퓨터로 자동화가 가능한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확신을 갖고 평가한 직업은 70개였고 대략 절반은 자동화 가능, 절반은 그렇지 않은 직업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기존 연구 리뷰와 워크숍을 통해 컴퓨터화에 병목이 되는 카테고리 3개를 선정했습니다. 그것은 지각과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O*NET에서 해당 카테고리에 속하는 변수들을 9개 찾았습니다. 그 중 몇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그 외에는 수술 등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주).
  • 독창성(Originality) : 주어진 주제나 상황에 대해 특이하거나 독창적인 생각을 해내는 능력,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만들어 내는 능력
  • 사회적 민감성(Social Perceptiveness ) : 타인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하기
  • 협상(Negotiation) :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서로간의 차이를 조정하려고 노력하기
  • 설득(Persuasion) :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나 행동을 바꾸게 설득하기
  • 타인을 돕고 돌보기(Assisting and Caring for Others) : 개인적 도움, 치료, 감정적 지지, 혹은 동료, 고객, 환자 같은 타인들에 대한 기타의 개인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이 변수 9개에 대한 직업별 요구수준(O*NET의 데이터 중 Level을 사용)과 70개의 직업의 컴퓨터화 가능여부를 트레이닝 데이터로 사용했고, 여기에서 나온 분류함수(Gaussian process classifier)는 약 90%의 정확도(AUC)를 보였습니다. 이걸 다시 전체 700여개의 직종에 적용해 컴퓨터화 가능한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컴퓨터화 가능한 확률은 직업 평균 임금과 높은 음의 관계를 보였습니다. 즉, 해당 직업에 대해 계산되어 나온 컴퓨터화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을수록 임금이 낮았다는 뜻입니다.

정리하자면, 해당 직업에서 독창성, 사회적 민감성, 협상, 설득, 타인을 돕고 돌보기 같은 것들이 요구되는 수준이 높을수록 그 직업은 컴퓨터화하기 힘들다는 말인데, 이런 역량들이 바로 학습하기 쉽지 않은 것들입니다. 직관이나 암묵지가 많은 영역이지요. 단순히 오래 한다고 실력이 잘 늘지도 않고요(학습하기 힘드니까).

실제로 두 개의 직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애플리케이션)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이 두 개의 직업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우선 현재 맥락에서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실제로 거의 동일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프로그래머라고 호칭하는 사람도 있고(예컨대 켄트 벡)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O*NET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스펙대로 코드를 만드는 사람으로 잡고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걸로 봤고요. 그럼 이 구분을 염두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다음은 해당 논문의 부록 표에서 두 직업에 대한 항목을 옮긴 것입니다. 첫번째 순서는 등수, 두번째는 컴퓨터화 가능 확률, 세번째는 직업 구분자, 마지막은 직업명입니다.

130. 0.042 15-1132 Software Developers, Applications
293. 0.48 15-1131 Computer Programmers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컴퓨터화될 확률로 보면 702개 직업 중 낮은 확률순으로 130등으로 컴퓨터화가 어려운 직업에 속합니다(4.2%).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293등이고 확률은 48%로 컴퓨터화 확률이 꽤 높은 편이며, 이 연구의 분류상 "중위험군"에 속합니다.

명칭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떠나, 이런 결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O*NET의 설명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다른 사람이 준 스펙대로 개발하는 것을 주 업무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협상, 설득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를 뭘 만들지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부분이 포함되며, 그 과정에서 타인과 인터랙션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독창성, 협상, 설득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죠. 협상을 예로 들면, 프로그래머는 요구되는 수준이 30점인데 반해, 개발자는 요구수준이 43점으로 13점이나 더 높습니다(참고로 이 직업별 요구수준은 O*NET에서 직업별 전문가가 응답한 것을 전문 분석가가 분석하여 만든 것입니다). 즉, 개발자는 더 높은 수준의 협상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하는 일의 명칭이 뭐냐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매일 하는 일이 어떤 성격인가 하는 점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명함에 선임 개발자(senior developer)라고 되어 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신이 요즘 주로 하는 일이 혼자서 남이 시킨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그런 스킬과 경력만 계속 쌓일 것입니다. 반대로 컴퓨터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커리어 경로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죠.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사실 사람들이 많이들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재 자신의 업무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설득하고 협상하고 하는 것) 일하지 않고 있는 기간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결국 자기 커리어에 막대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며, 혼자서 딱 정해진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우리가 암묵지와 직관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잘 학습하는 사람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것들은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얼마나 잘하는가 판단도 하기 어렵습니다(그래서 더닝 크루거 효과 같은 것이 더 크게 나타나지요).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서 경쟁은 더 심해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가운 소식은 이런 것들을 빨리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이에 대해서는 자연주의적 의사결정론naturalistic decision making 학파와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flexibility의 연구들을 참고). 우리는 앞으로 암묵지와 직관을 배우고 수련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알파고랑 경쟁하기보다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추가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알파고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암묵지와 직관,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잘하는 것이 핵심이 되겠죠. 즉, 알파고를 사용하는 주체는 또다른 알파고가 아닌 사람이 될 것입니다. 알파고가 하기 힘든 일을 해야할테니까요.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6/07/14 12:46 | 트랙백 | 핑백(2) | 덧글(5)
구글이 밝힌 탁월한 팀의 비밀
구글은 데이터 중심 회사답게 Oxygen Project(뛰어난 구글 매니저의 특징 연구) 이후에 또 뛰어난 팀의 특징을 찾기 위해 2년간 노력했습니다.

지난달 구글은 그 연구 결과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이미 경영학, 심리학 등 연구에서 많이 언급된 부분들이지만, 장기간에 걸쳐 실제 업무환경에서 진행된 연구라는 것, 그리고 특히 구글이라는 회사가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합니다.

제가 봤을 때 중요한 부분은 세 군데입니다.

  1. 팀에 누가 있는지(전문가, 내향/외향, 지능 등)보다 팀원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자신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훨씬 중요했다.
  2. 5가지 성공적 팀의 특징을 찾았는데, 그 중 압도적으로 높은 예측력을 보인 변수는 팀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3. gTeams exercise라고 불리는, 10분간 위 5가지에 대해 팀원들이 답하고, 팀이 얼마나 잘하는지 요약 보고서를 보고(아마도 구글 조직내에서 이 팀이 몇 퍼센타일인지 등이 나올 듯), 결과에 대해 면대면 토론을 하고, 팀이 개선하게 자원(교육 등)을 제공하고 하는 것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개선할 수 있었다.


1번에 대해서는 전문가 팀이 실패하는 이유에서 제가 일례를 들어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 같고, 2번은 실수 관리와도 관련이 있으며,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의 책 티밍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2007년에 쓴, 쾌속 학습팀이라는 기사에서 그녀의 최소 침습 심장 수술팀에 대한 연구를 언급하면서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속도가 빠른 팀은 심리적으로 보호가 되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시도하는 데에 열려 있었고 실패에 대해 관대했으며 잠재적 문제를 지적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팀원들은 모두 팀 퍼포먼스를 높히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 보는 걸 강조했다. 설사 새로운 방식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질지라도 말이다. 그들은 개인 단위의 실험에서 그치게 하지 않고 모두가 공유하는 실험을 했고, 무엇보다도 학습이 실행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한 병원에서는 수술 중에 간호사가 외과적 문제 해결을 위해 별 고민 없이, 오랫 동안 사용되지 않고 있던 형태의 집게(iron intern이라고 알려진)를 사용하는 것을 제안했고 그 후 집게는 팀 작업 절차의 영구적인 일부가 되었다.


위 글에서 대략 느끼셨겠지만, 심리적 안전감이란, 내 생각이나 의견, 질문, 걱정, 혹은 실수가 드러났을 때 처벌받거나 놀림받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말합니다. 통상 많이 쓰이는 에드몬드슨 교수의 측정 도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내가 이 일에서 실수를 하면 그걸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 이 조직에서 남들에게 도움을 구하기가 어렵다.
  • 내 관리자는 내가 전에 한번도 해보지 않은 걸 해내는 방법을 배우거나 혹은 새로운 일을 맡도록 격려하는 경우가 많다.
  • 내가 만약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일을 구하려고 이 회사를 떠날 생각이 있다면 나는 그에 대해 내 관리자랑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 내가 나의 관리자에게 문제 제기를 하면 그는 내가 해결책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일부 역질문(Reverse coded, 즉 긍정적으로 답할 수록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말씀을 안드려도 될 것 같고요.

에드몬드슨은 이런 도구를 사용해 병원의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의 심리적 안전감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예상과 비슷하게, 직위에 따라 느끼는 심리적 안전감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즉, 의사, 간호사, 호흡요법사(respiratory therapist) 순으로 직위가 낮아짐에 따라 심리적 안전감이 낮았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여깁니다. 병실(unit)에 따라 이 양상이 서로 달랐습니다. 어떤 병실은 거의 수평인 곳이 있었고(즉, 직위가 낮아져도 심리적 안전감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어떤 병실은 더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병실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팀 학습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이 병실들에 대한 추가적 연구에서 이들은 18%나 낮은 환자 사망률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 3번에 나온 내용을 안전한 환경에서 이야기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전감을 높일 것입니다. 단순히 우리 팀의 현상황에 대한 열린 대화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이전에 중요한 게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 이전에 리더와 관리자가 매일매일 팀원들과 갖는 마이크로인터랙션에서 다른 행동 양태를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것으로 신뢰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면, 위에서 나온 3번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팀원이 불편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을 하거나, 부족한 의견을 얘기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 여러분은 어떤 마이크로인터랙션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5/12/23 18:56 | 트랙백 | 핑백(2) | 덧글(2)
소프트웨어 제작자를 위한 관찰 훈련
스타트업의 제품에 대해 흔히들 하는 비유로 비타민과 진통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비타민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걸 말합니다. 반면 진통제는 없으면 너무 고통스럽고, 있고 없고 차이가 큰 걸 말합니다. 아무래도 자원이 부족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 경우에는 진통제 아이템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마케팅에 상대적으로 노력을 덜 들여도 된다는 것이지요. 어차피 당사자들이 그걸 갈구하고 있을테니까요.

그 외에도 진통제의 장점이 더 있는데, 많이들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진통제는 피드백 받기 좋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안된다 기준이 좀 더 깐깐하고 또 더 진솔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있고요. 얼마전에 썼던 무엇을 프로그래밍 할 것인가에서 말하는 실제 가치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Y Combinator"라는 미국의 유명 엑셀러레이터의 창립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 역시 진통제의 중요성, 실존적 문제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통제보다 비타민을 먼저 만들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진통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타민을 만들고 있는 사람도 흔하고요. 어쩌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존재하는 편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말 숨겨진 통증을 찾고 거기에 맞는 진통제를 찾는 능력을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훈련을 통해 그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스타트업이나 기획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프로그래머를 예로 들면, 기획자로부터 요구사항을 전달 받는 경우에도 뒤에 숨겨진 어떤 통증이 있을지 잘 이해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말해지지 않는 것이 말해지는 것보다 많기 때문이며, 결국 프로그래머도 누군가 사람을 만족시켜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트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런 통증을 찾는 관찰훈련을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을 보시죠.




첫번째는 어떤 스토리가 보이시나요? 지하철 환풍기 앞에 칸막이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았나 봅니다. 종이컵을 받쳐서 틈을 벌려놓았습니다.

두번째는 좀 더 복잡한 개선입니다. 뭔지 아시겠나요? 서울에서 판교가는 택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통행료를 내는 고속도로를 지날 때 기사가 돈을 내고 신용카드단말기 좌측의 환풍구에 쇠로된 집게를 집어놓았습니다. 차가 도착해서 제 신용카드를 받을 때 기사는 그 집게를 보고 통행료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냅니다. 특히 집게로 단말기 입구가 가로막혀 집게를 제거하지 않으면 카드 긁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그런 기억을 더 쉽게 하게 도와줍니다.

IDEO는 창의적 조직으로 잘 알려져있는 유명 디자인 컨설팅 회사입니다(관련하여 혁신적 쇼핑 카트 참고). 그런 IDEO에서 소위 창의성 담당 최고 책임자(Cheif Creative Officer) 역할을 하는 제인 풀톤 수리(Jane Fulton Suri)가 2005년도에 출간한 중요한 책이 있습니다.

"Thoughtless Acts? : Observations on Intuitive Design"이라는 책입니다. 사실은 사진집에 가깝습니다.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환경에서 불편함을 느껴 자족적으로 고치고 변용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은 기록물입니다. 예컨대 사람들이 종이에 뭐를 써야 하는데 받쳐쓸 곳이 없어서 서로 자기 등을 내어주는 모습 같은 것 말이죠. 제가 보여드린 2장의 사진이 그런 예입니다.

제가 이 책을 보고 감흥을 받아, 2005년 경에 모 IT 기업에서 워크숍을 할 때 사람들(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소프트웨어 제작자 모두)을 대형서점으로 보내어 이런 장면들을 발굴하고 사진찍어 오도록 시킨 적이 있습니다. 일종의 문화인류학적 접근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즐거워했고 많은 통찰을 얻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상황을 관찰하는 것을 권하긴 하지만, SW적으로 한정해서, 일반인들이 자신에게 불편한 SW를 어떻게든 변용해서(사용방법이나 다른 인지적 도구를 사용하든가 해서) 쓰는 사례를 찾는 것도 좋습니다.

좀 더 노력을 기울일 요량이 있다면 통증 노트를 만드는 것을 권합니다. 통증 노트는 매일매일 내가 직접 겪거나 혹은 남이 겪는 불편함과 통증을 관찰해 기록하는 노트입니다. 일반적인 아이디어 노트와 차이점은 그냥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적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통증(및 그걸 허접하게라도 개선한 예)을 기록한다는 점이지요.

사실 이런 것들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현재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세요. 아마 서너 가지 이상은 찾으실 수 있을 정도로 머리 속 모드만 살짝 바꾸면 도처에 널려있는 게 보일 겁니다.

이렇게 뭔가 통증을 느껴 개선한 것을 찾으려고 하는 것에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그냥 통증만 찾는 것보다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무엇인가의 부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없는 것"을 찾는 것이고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선은 무엇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 눈에 잘 뜨입니다. 그리고 개선 방식을 보면 어떤 통증이 있었는지가 더 직설적으로 드러납니다. 당사자가 문제 상황 속에서 직접 이렇게 저렇게 실험을 해보다가 안착한 것이기 때문에 그 속에 여러 시행착오 경험이 녹아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신제품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임시방편의 개선을 한 사람들을 찾아 보는 걸 권합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야 말로 그 문제상황에 대한 전문가일 것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렇게 삶 속에서 뭔가 소소하게 개선한 모습을 찾는 것을 중요한 "디자인" 연습이자 관찰 연습으로 생각합니다(제가 말하는 위기지학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분야에 있건 전문가가 되길 원한되면 이런 관찰 훈련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창준
by 애자일컨설팅 | 2015/12/23 09:52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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